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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같이 황홀한 노란 유채꽃마을 -표선면 가시리

제주한라병원 2012. 2. 14. 15:40

2009년 / 12월

꿈결같이 황홀한 노란 유채꽃마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구불진 길을 따라 늘어선 오름들이 있어 장시간 운전의 지겨움도 잊는다.
다소 흥분되는 마음이 들 찰나, 넓게 펼쳐진 초원과 울창한 수목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앉게 한다.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중도(中道)를 깨우친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가시리의 옛 이름은 ‘가시오름마을’이다. 가시오름(가세오름) 북쪽에 형성된 마을이란 뜻이다.
남쪽으로는 서쪽으로는 남원읍, 북쪽으로는 조천읍과 경계한 가시리는 중산간 주변부락으로 본동·중동·동하동 등 6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곳이다.

 

 

 

 

 

 

# 표선면 전체 면적의 40% 광활한 대지 ‘자랑’

 

 

 

 

600여 년의 설촌 역사를 간직한 가시리에는 450여가구에 1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가시리는 표선면 전체 면적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흙이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이름 지어진 붉은오름을 비롯해 보는 위치에 따라 형상을 다르게 하는 따라비오름, 지형지세가 사슴을 닮은 대록산·소록산(사스미오름),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한 가문이오름, 구두리오름, 쳇망오름 등 10여개의 오름은 넓은 마을의 든든한 지킴이다.
특히 북쪽으로 경계를 이룬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서 표선면 가시리로 이어지는 이 광활한 평원은 과거 ‘녹산장’(鹿山場)이라 불렸다. 조선시대 국마를 길렀던 대규모 국영목장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정조 17년(1792)에 펴낸 ‘제주삼읍지’에는 당시 녹산장의 규모가 동서 75리(30㎞), 남북 30리(12㎞)에 달했다고 기록돼 있다.
면적이 넓은 만큼 임야도 많았다. 그래서 마을공동목장 규모도 크고, 집집마다 소와 말 한 마리씩은 키울 정도로 축산업이 주를 이루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농가만이 축산업에 종사하고 대부분 농가는 더덕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가시리는 가보려거든 봄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 노란 유채꽃마을 만들기에 주민들 ‘온 힘’

 

광활한 평원을 중심으로 교래리에서 ‘정석항공관’ 앞을 지나 가시리까지 약 12㎞쯤 이어지는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제주 제일의 유채꽃 길로 손꼽힌다. 평소에는 중산간 지대의 평범한 도로에 불과하지만, 매년 봄이 되면 유채꽃이 만발하는 꿈결 같은 꽃길로 탈바꿈한다.
이 때문에 매년 봄이 되면 샛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이 도로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가을에는 억새로 뒤덮인 초원의 모습을 선보이며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가시리가 최근 농촌마을 종합개발마을, 국산화 풍력발전 실용화 사업,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등 총 529억 원에 달하는 3개 국책사업을 유치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은 기존 사회기반시설(SOC) 위주의 개발 사업에서 벗어나 농촌다움과 쾌적성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농촌정주공간을 조성해 마을에 희망과 활력을 주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특히 주민들이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주민들은 가시리를 유채꽃마을로 만들어 가시리를 관광마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미 유채꽃마을 추진위원회도 꾸려졌다.
유채꽃마을 안봉수 추진위원장은 “가시리는 4·3사건 때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되고 사라진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1949년 그래도 이곳에서 살아보겠다고 돌아온 어르신들이 재건한 곳이 우리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단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가시리의 살길은 관광과 연계된 마을로 육성시키는 것”이라며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을, 살고 싶은 고장으로 만드는 것이 주민 모두의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