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 3월
노인성(老人星)이 뜨는 남성마을
남쪽부터 불어온 봄바람은 이내 곧 꽃을 틔우고 서귀포에 봄을 선사하고 북으로 서서히 이동해 간다.
봄이 서귀포에 가장 먼저 당도한 곳은 서귀포 앞바다. 그렇다면 바다와 가장 인접해 있는 남성마을에 가장 먼저 봄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미 봄은 남성마을 곳곳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꽁꽁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스르르 녹여 겨울의 흔적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천지연폭포와 삼매봉을 끼고 있는 서귀포시 남성마을.
행정구역상 천지동에 속해 있는 남성마을은 80여 가구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다.
#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이 뜨는 마을
구 서귀포호텔에서 내려다보는 서귀포 해안
‘남성마을’, 스쳐지나가는 이들은 ‘혹시 남자들만 살고 있는 곳이라 남성마을인가’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남성마을에 담긴 뜻은 따로 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별인 노인성(천문학에서는 카노푸스)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이 별을 보는 사람은 장수를 누리고 복을 받는다는 믿음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서귀포 서남쪽에 자리잡은 남성마을은 남쪽의 별이라는 ‘남성(南星)’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래서 남성마을은 사람의 수명과 관련된 별,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불로장생’의 상징명소로 불려 지기도 한다.
마을 서쪽에는 서귀포를 지키는 수문장, 삼매봉이 있고 남쪽 바닷가에는 외돌개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귀포시내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고층건물이나 상가가 들어서지 않아 조용해 더욱 매력 있는 마을, 남성리.
조용하고 아늑한 맛에 도서관과 기당미술관도 이미 전에 자리 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봄소풍 장소로 각광을 받던 삼매봉, 칠십리 해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도 모두 남성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지난해 마을입구에 조성된 칠십리 시공원도 남성마을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이유가 됐다. 서귀포를 소재로 한 시비가 조성된 이 공원에는 푸른 나무와 꽃들이 사계절 싱그러움을 드리우며 봄을 노래하고, 여름을 노래하며 남성마을 사람들과 이곳을 찾은 손님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여수 노인회장은 “시비공원 일대를 둘러싼 남성마을은 논 지대였다”고 회상하면서 “지금은 삼매봉 인근에 펼쳐진 과수원이 마을 산업형태를 넌지시 알려 준다”고 말했다.
# 항상 즐거운 마음, 떠나지 않는 건강한 웃음
남성마을 노인회 할머니들은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경로당에 모여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젊음을 되찾곤한다.
노년의 젊음은 흥겨움에서부터 온다. 그리고 ‘흥겨움’은 건강을 불러오고 삶의 활기를 가져다준다.
남성마을 경로당에 들렀을 때도 이미 경로당은 ‘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마을처럼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노래방 기계를 켜놓고 어깨춤을 절로 추며 노래에 취해 있었다.
“잘 부르지는 않아요. 그래도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지고 젊어지는 것 같아서요.”
불쑥 찾아온 손님 앞에서 노래를 이어가는 게 쑥쓰러웠는 지 한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건넨다.
이곳 남성마을에 사는 노인은 40~50명.
“작은 마을이라 사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노인 수도 많질 않아요. 하지만 노인들이 모두 한결같이 건강하죠. 신경통이나 관절이 안 좋다는 노인들은 있어도 속병이 있는 사람들은 없어요.”
적은 인구가 모여 살다보니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그릇이 몇 개인지 속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다보니 친인척보다 가까운 이웃들이기에 나누는 정, 인심 또한 좋은 곳이다.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곳이니 건강은 자연히 따라오는 마을이란다.
“남성리는 서귀포 속에 또 다른 서귀포”라고 소개하는 한 노인회장은 “겨울은 서귀포보다 따뜻하고, 여름은 또 서귀포보다 시원하다”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다시 또 표현한다.
즉, 제주에서도 서귀포가 따뜻하다고 하지만 서귀포에서도 남성리가 따뜻한 마을이란다.
웃음이 늘 떠나지 않는 노인들을 만나보면 남성마을이 왜 건강한 마을인지 묻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자연을 따라 평화로워진 그들의 표정에서부터 즐거움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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