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는 세계7대 자연경관 제주, 활용책 찾아야
대한민국 제주도를 비롯해 “베트남 하롱베이·브라질 아마존·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남아프리카 테이블마운틴”, 이들 7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11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사설단체 뉴세븐원더스(New 7 Wonders of the World)가 선정해 발표한 세계7대 자연경관이다.
선정 참여 초기 선정된 장소들은 사해, 그랜드캐니언, 펀디 만, 갈라파고스 제도, 앙헬 폭포, 엘 윤크,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킬리만자로, 몰디브, 마터호른 등의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선정됐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후보에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선정 과정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다. 특히 선정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상업성 캠페인으로 인터넷이나 전화로 무제한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 이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2007년 7월 세계 440여 곳을 대상으로 1차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고 제주도가 본격적으로 이 이벤트에 뛰어든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뉴세븐원더스와 공식참가협약서를 체결한 2008년 12월부터다. 그해 마지막 날 1차 투표 결과, 제주도 등 261곳이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듬해인 2009년 7월에는 제주도가 포함된 77곳으로 압축된다. 이어 2020년 7월에는 제주도 등 28곳이 최종후보지로 확정됐다.
선정과 갈등 제주도는 세계 7대자연경관에 최종 선정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하위권(15~28위)에 속했던 제주도는 2011년 들어 상위권에 진입했다.
당시 제주도는 세계 각국의 치열한 투표 운동으로 인해 전체 추정 투표수 가운데 10%인 1억 표 이상은 얻어야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는 다른 후보지에 비해 지명도가 크게 뒤떨어지지만 제주만의 장점과 당위성은 다른 후보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특히 문명과 자연으로 구분된 다른 27개 최종 후보지와는 달리 자연과 인간, 문화, 역사가 공존하는 유일한 지역임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경치, 섬, 화산, 해변경관, 동굴, 폭포, 숲 등 7개 테마를 동시에 갖춘 종합 자연 비경지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 2011년 11월 7일에는 제주도가 상위 후보 10곳에 포함됐다. 이 시기 전후 전화 투표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행정전화 요금이 211억 원(2억여 통)을 넘겼고, 범도민추진위원 기탁 금액과 국민 자발적 전화요금을 합치면 그 총 규모는 3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계됐다.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최종 선정된 것은 말 그대로 전 국민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행사는 도정 과제를 넘어 대통령과 총리가 투표에 참여하는 등 범정부적 과제로 추진됐다.
국내외 유명인사가 대거 홍보대사로 위촉되는가 하면 기업, 교육계, 군인 재외동포 등의 참여 열기가 큰 원동력이었다. 무엇보다 제주도민들의 투표성금 기탁 등의 헌신적인 노력이 가장 큰 힘이었다.
선정 후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등재·인증 등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에 이은 쾌거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명실 공히 세계적인 관광지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축하할 일로만 여겨졌던 이 이벤트는 여러 의혹들로 도민사회에 또 다른 갈등 요인을 제공한다. 예산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과 행사 주관 처인 뉴세븐원더스의 실체와 상업성 광고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2년 들어 모 방송사의 의혹제기, 절차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이 이어졌고,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은 났지만 도민사회에 상처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까지도 논쟁의 여지는 존재한다. 절차적 객관성과 합리성이 보장되지 않은데다 경제적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이러한 논란은 어떠한 이벤트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일 뿐 이며 제주도로서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2025년 현재에 이르러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제주연구원 보고처럼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연간 최대 1조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실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다.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만 투입한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이 당초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미비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예산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였음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활용책이 마련되고 시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제주 경제가 위태롭다고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감안하여 세계7대 자연경관에 대한 활용책 마련을 주문해 본다.
<언론인 윤정웅>
'병원매거진 > 언론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신중한 검토 필요 (0) | 2024.05.09 |
---|---|
제주도민 건강행태, 건강수준 ‘적신호’지역의료보건계획 차질 없이 추진돼야 (0) | 2024.01.31 |
제주형 교통체계 마련 시급 (1) | 2023.12.28 |
제주해녀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 “여성 중심의 공동체 문화” (0) | 2023.11.28 |
제주 위상 제고의 기회, APEC 정상회의 유치 (1) | 2023.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