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 “여성 중심의 공동체 문화”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자산인 ‘제주해녀’와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해녀 어업’이 UN 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된 것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전 세계 농업활동과 경관, 생물다양성, 토지 이용 체계의 보전과 계승을 목적으로 FAO가 2002년 창설한 제도이며 오랜 세월 전승되어 온 지식과 문화를 보전하여 생태계를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고안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에 대응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많은 나라가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밭담농업을 비롯하여 청산도 구들장 논 농업, 하동 전통차 농업, 금산 인삼농업, 담양 대나무밭 농업, 하동‧광양의 섬진강 재첩어업 등이 등재돼 있다.
‘제주 해녀 어업’은 지난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과학자문평가단 심의를 거쳐 최종 등재가 확정됐는데 안도라(목초지), 오스트리아(건유), 중국(밤, 백생강, 왁스베리 지역), 이란(홍수 확산 정원, 호두 재배 지역) 등 5개국 8건이 함께 등재됐다.
주요 유산 등재, 4관왕 제주 해녀 어업은 산소공급 장치 없이 맨몸으로 10m 이내 깊이의 바다로 잠수해 전복‧소라‧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전통 생태적 어업을 일컫는다. 특히 이번 심의에서는 상업적 어업이 아닌 가계 생계 수단 역할이 주된 목적이며 여성 중심의 공동체 문화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시작으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2017년 문화재청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이번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됨으로써 4관왕을 달성하게 됐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는 ‘물질’과 ‘잠수굿’, ‘해녀노래’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물질은 해녀들이 바다 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말하며, 잠수굿은 위험한 물질 작업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다. 해녀노래는 물질하러 나가면서 부르는 노동요다.
해녀 문화의 의미 제주 해녀는 19세기말부터 전국의 여러 해안으로 바깥 물질을 다녔으며 객주의 인솔에 따라 해외에 진출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일본 각지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중국의 칭다오까지 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1920년대부터 해방 때까지는 해외에 약 1,500여명, 한국 본토 연안에 약 2,500여명이 물질을 나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녀는 한국의 전통적 해양문화와 어로문화를 대표하고 시대적 변천을 넘어 오늘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요 문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해녀 문화는 ‘물질을 하는 사람’ 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해녀와 관련된 기술과 지식, 의례 등을 통합한 의미이며 성평등과 독립성, 협동과 단결성, 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해녀 보존을 위한 노력 필요 제주 해녀문화의 체계적인 보전과 전승은 현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몫이다. 제주도에서도 기존 해녀축제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FAO 어업유산의 가치를 더한 융·복합 축제로 확대하고, 해녀 홈스테이 등과 같은 해녀어업의 관광 자원화로 실질적 소득을 높여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당장 해녀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통계를 보면 제주 해녀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에 등록된 해녀는 3,226명이다. 1970년에만 하더라도 1만4,000여명이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는 7,800명으로 감소했고 2020년에는 3,618명, 2021년에는 3,437명으로 매년 200여 명씩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신규 해녀는 2019년 49명에서 2020년 36명, 2021년 38명, 2022년 28명에 불과하다. 해녀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해녀 중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64.8%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0대가 1,328명(41,2%), 80세 이상이 762명(23.6%)이다. 도내 해녀 수의 급감과 고령화로 인해 해녀문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제주해녀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과 세계농업유산 지정은 제주해녀 문화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제주해녀문화의 세계화와 체계적인 계승을 위한 제주도민의 각별한 관심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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