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창오리 Baikal teal : Anas formosa
불가사의한 가창오리 군무
자연의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많기도 하지만 그 중 새들의 비행능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특히 “얼마나 먼 거리를 날아갈까?”라는 궁금증은 오랜기간 숙제였는데 최근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장거리 비행 능력의 최고는 큰뒷부리도요인데 연속해서 11,500km를 비행한다.
특별한 새들 2007년 3월 뉴질랜드를 출발한 큰뒷부리도요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북한의 압록강 근처까지 10,205km를 비행하였고 압록강 인근에서 몇 주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알래스카까지 5,000km를 더 이동했다.
‘E7'라는 표시를 다리에, 위성신호발신기를 등에 부착한 큰뒷부리도요는 2007년 9월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 왔는데, 추적 장치 분석 결과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1,500km를 연속 날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의 알래스카에서 남반구인 뉴질랜드까지 8일 동안 쉬지 않고, 잠도 안자며 비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리 인간들의 상식으로는 짐작도 못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아주 특별한 행동을 하는 새가 있다. 가창오리의 집단 비행이다. 세상에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것이 많이 있지만 가창오리의 집단비행(集團飛行)은 정말로 특별하다.
낮에는 천적을 피해 강(江)이나 호수 수면위에 대규모로 모여 휴식을 한다. 20∼30만 마리 정도되는 가창오리들은 가만히 쉬기만 하지 않는다. 차가운 겨울 강바람을 제일 많이 받는 가창오리는 제일 바깥쪽에 있는 오리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깥쪽에 있던 새들이 어느 순간 가운데에 위치하게 되고 다시 시간이 흐르면 서로의 위치를 바꾸면서 겨울을 지낸다. 서로 협동하며 찬바람을 견디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휴식을 취하다가 일몰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씩, 차츰 열 마리, 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가창오리의 군무 멀리 수면 위를 가득 메워 흡사 섬 같아 보이는 가창오리 무리를 촬영하다가 이제 어두워져 사진을 촬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공연을 시작한다. 주변에 있던 가창오리들이 서서히 날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마치 벌떼가 날듯 수십만 가창오리가 무리지어 날아오른다.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대형을 바꾸기도 하며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바로 머리 위까지 날아오기도 한다는 얘기를 네 번째 방문한 지난 12월 26일에 필자도 경험 할 수 있었다.
새를 촬영하는데 필수 조건인 망원렌즈도 필요 없이, 표준 렌즈로만 촬영을 하는데, 하늘을 가득 메워 날아오른 가창오리들이 필자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다. ‘와!’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날갯짓 하는 소리와 서로 ‘꾸욱~~꾸욱~~’하는 소리에 환호성만 터져 나올 뿐이다. 어두워져 가는 밤하늘을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일사분란하게 날갯짓하며, 대형을 유지하면서도 부딪치는 일 없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 앉아 주변을 제대로 분간 할 수 없는 시각에, 막았던 강물이 떠밀려 내려오듯 대형을 이뤄 5∼6분을 비행한다. 어둠이 더욱 내리면 감탄사를 뒤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져 간다.
가창오리의 군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야행성이라 먹이 활동을 위해 벌이는 집단행동이라지만 각자 알아서 가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한꺼번에 이동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가창오리의 번식지는 러시아지만 집단비행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된다. 가창오리의 군무는 세계 어느 뮤지컬보다도, 오케스트라 연주보다도 웅장하고 특별한 공연이다.
가창오리 머나먼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방문하는 겨울 진객 가창오리는 진주처럼 빛나는 머리와 황금빛 털에 노랑과 초록색 뺨을 지니고 있어 북한에서는 태극오리 또는 반달오리라고 부른다.
몸길이 약 40cm, 날개길이 약 21cm다. 수컷은 얼굴 앞쪽 절반이 노란색이고 중앙의 검은 띠를 경계로 하여 뒤쪽 절반은 녹색으로 윤이 난다. 부리는 검고, 홍채는 갈색이며 다리는 회색이 도는 노란색이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며 배를 제외한 몸 전체에 붉은 갈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뺨과 멱, 눈 뒤쪽은 노란색이고 검은 무늬가 있으며 배는 흰색이다. 부리가 시작되는 부위에 흰 점이 뚜렷하다.
세계적인 희귀조로서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월동지는 전라북도 군산시 금강호, 충청남도 서산시 천수만, 전라남도 해남군 고천암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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