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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텃새가 된 흰뺨검둥오리

제주한라병원 2024. 1. 31. 15:56

 

흰뺨검둥오리

Eastern Spot-billed Duck : Anas zonorhyncha

 

 

텃새가 된 흰뺨검둥오리

 

 

흰뺨검둥오리는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 중 비교적 큰 편에 속하는 새로 얼굴부분이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이고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이다. 하얀 눈썹선과 검은 눈 선이 선명하며 부리는 검고 끝에 노란 반점이 있다. 하지만 흰뺨이 없어 이름을 갈색뺨오리라고 바꿔야 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오리류들은 깃털의 색깔로 암수 구분을 할 수 있는데 흰뺨검둥오리는 암수가 비슷하여 잘 구분 할 수 없다. 자세히 보면 수컷의 뺨이 약간 밝게 보이며 윗꼬리 깃이 검은색인 특징을 보고 구분 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는 주로 아시아권에 분포하는 종이다. 서쪽 인도에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의 북해도까지 동북 아시아권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 육지부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하천변에 서식하는데, 농경지나 바닷가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도심에 흐르는 하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새가 흰뺨검둥오리다. 제주에서는 해안가를 비롯해 중산간 습지 등에서 주로 보인다. 하천, 습지, 철새도래지에서는 수초나 물속에 있는 다양한 곤충과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산다.

 

철새에서 텃새로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조류의 종류는 590여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많은 종류의 새들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부분 계절 따라 먹이가 많이 있는 곳으로, 번식하기에 좋은 곳을 찾아 지구의 남과 북 또는 동서로 끊임없는 이동을 한다.

 

조류를 구분하는 방법 중 지역 서식 환경에 따라 텃새와 철새로 구분하기도 한다. ‘텃새는 사계절 내내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를 말하고, ‘철새는 특정 계절에만 그 지역에서서 서식하는 조류를 뜻한다. 이러한 구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계절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조류도감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겨울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철새로 기록되어 있지만, 여름에도 관찰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번식에 성공해 아기 새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도 관찰되어 철새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정확히 말하면 흰뺨검둥오리는 1950년대까지는 겨울 철새가 분명하였지만 이제는 텃새가 되어가고 있어 구분이 애매해지고 있다.

 

왜 이들은 여름철에도 보일까? 잠깐 겨울에 들러서 지내기엔 우리나라가 너무 좋았던 것일까? 점차 서식권을 넓혀나가며,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것을 환영해야만 할지는 앞으로도 두고 볼 일이다. 서식지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전 번식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인지 계속 관찰하고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흰뺨검둥오리만이 아니라 여름에만 보이던 새들이 겨울철에도 점차 많이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난화와 서식지 환경의 파괴로 인해 대체 서식지를 찾아서 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연과의 공존 겨울 철새들이 많이 제주를 찾아왔다. 제주 해안가와 철새 도래지에 가면 짙은 까만 눈썹을 자랑하는 흰뺨검둥오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에는 철새도래지와 해안가에서 여러 마리가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데 다른 오리들과 비교적 잘 구분 할 수 있을 것이다. 흰뺨검둥오리의 가장 큰 특징은 부리 끝부분 노란 점이다. 흰 뺨은 갈색이라 얼핏 봤을 때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리 끝의 노란색은 선명한 대비가 되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흰뺨검둥오리의 영어 이름은 Spot-billed Duck(점박이 오리)라고 명명되었다.

 

겨울바다를 산책하며 흰뺨검둥오리들의 먹이 찾는 모습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싱크로나이즈 선수들보다도 더 기발한 기술로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는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 동물, 사람이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