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오리
Common Shelduck : Tadorna tadorna
겨울 진객, 혹부리오리
동화 속 혹부리 어릴 적에 읽었던 혹부리영감이라는 동화를 기억하시는지? 혹부리영감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감동한 도깨비가 노래를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하냐고 묻고 혹부리영감은 자기의 노래 소리는 혹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여 귀찮았던 혹을 도깨비에게 떼어 팔고 금은보화를 받는다. 물론 혹부리 영감의 혹을 자기 턱에 붙인 도깨비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화 혹부리 영감에서처럼 혹을 떼었다가 붙이지는 않아도 혹을 만들었다가 없애버리는 새가 있는데 바로 혹부리오리다.
겨울철 마지막 손님 혹부리오리 혹부리오리는 겨울철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다. 제주의 철새 도래지에는 알락오리와 홍머리오리, 넓적부리,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종류의 오리들이 가을의 끝 무렵에 찾아온다. 혹부리오리는 다른 오리 들이 철새도래지를 찾아와 자리를 잡을 즈음에 느지막이 도착한다. 때문에 혹부리오리의 도착을 보면 “이번 겨울 철새도래지에 찾아올 오리류들은 모두 도착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도착이 늦은 만큼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어 번식지로 가장 늦게 이동하는 새도 혹부리오리다.
혹부리오리의 머리와 윗목은 녹색의 금속광택이 있는 검은색이다. 몸은 흰색이며 아랫 가슴에서 등에 걸쳐 폭넓은 고리 모양의 밤색 띠가 있고, 아랫배까지 배 중앙에 검은색의 폭 넓은 세로띠가 있다. 암컷은 수컷과 비슷하나 약간 더 작고 부리에 혹이 두드러지지 않으며, 부리 기부에 흰 부분이 있다. 다른 오리들에 비해 초심자들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오리이기도 하다.
혹부리오리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마에 볼록하게 튀어 나온 혹이다. 3월의 봄바람이 살랑거리기 시작하면 혹부리오리의 이마에는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간색의 혹이 툭 튀어나오게 된다. 번식지에서 멋있는 이마를 자랑하며 지내던 혹부리오리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지낼 곳을 찾아 이동한다. 제주 철새 도래지에 도착한 혹부리오리들을 살펴 볼 때면 잘 익은 사과처럼 고왔던 이마의 혹은 여비 장만을 위해 도깨비에게 팔아 버렸는지 온데 간데 찾아 볼 수가 없다.
수컷 새들의 치장 봄이 되어 번식기가 다가오면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겨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치장을 한다. 대부분의 수컷 새들은 깃털이 화려하게 변한다. 저어새는 머리의 장식깃이 자라며 흰색 가슴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흰뺨검둥오리는 얼굴이 밝은 갈색이었다가 봄이 되면 검 붉은색으로 변한다. 멸종위기종인 긴꼬리딱새 수컷은 봄이 되면 자기 몸길이보다도 더 긴 꼬리를 가지고 암컷을 유혹한다. 번식기가 다가온 쇠백로는 두 가닥의 머리 깃을 세우며 자기 몸매를 한껏 과시한다.
야생의 조류들은 대부분 수컷이 화려하고 멋있다. 이들은 암컷을 유혹하여 종족 보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려한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혹부리오리도 마찬가지다. 봄이 되면 이마에 볼록하게 혹이 자라는데 이 혹이 크면 클수록 암컷을 더 쉽게 유혹하여 짝을 맺을 수 있다.
편히 머물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난 10월부터 제주의 철새도래지에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쇠오리, 알락오리, 홍머리오리, 고방오리등 많은 종류의 오리들이 찾아 왔다. 철새도래지 수면을 가득 메우는 많은 종의 오리들 중 혹부리오리는 가장 늦은 11월 중순경 도착했다. 아직은 긴 여정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힘겹게 먹이를 찾으며 쉬고 있다.
오리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은 모든 겨울 철새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주 전역의 많은 습지와 해안에서 새들이 쉴 공간이 사라져 가고 있음이 안타깝다. 제주를 찾은 새들이 편안히 쉴 습지와 먹이활동 할 곳이 절실히 필요하다. 겨울철에 잘 먹고 잘 쉬어야만 생존 할 수 있으며, 번식지에 갔을 때 번식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데…….
제주를 찾은 혹부리오리를 비롯한 많은 오리들이 무사히 잘 지내기를 소망하며, 내년 번식지에서 많은 종류의 새들이 번식에 성공하여 어린 새들과 함께 다시 제주에 찾아오기를 바래본다.
'병원매거진 > 제주의 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철새 논병아리 텃새가 되다! (0) | 2024.05.09 |
---|---|
텃새가 된 흰뺨검둥오리 (0) | 2024.01.31 |
노란 장화를 신은 백로 (0) | 2023.11.01 |
有朋이 自遠方來하다! (0) | 2023.09.25 |
왜가리는 해안 양식장의 최대 수혜자 (0) | 2023.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