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백로
Little Egret : Egretta garzetta
노란 장화를 신은 백로
흰색에 대한 경외 우리 민족은 흰 옷 입기를 좋아 하였다. 흰 옷을 언제부터 즐겨 입기 시작하였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중국 문헌 ‘위지(魏志)’에 의하면 부여시대의 사람들이 이미 흰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흰옷을 애용하게 된 것은 태양숭배 신앙의 상징인 광명을 나타내는 흰 빛을 숭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임은 대부분 알고 있다. 특별히 강조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우리를 강제로 지배하고 억압하던 일본인들의 옷이 유색옷이기 때문에 그와 대조적인 백의는 항일정신의 상징으로 더욱 강조 되었으며 관청에서 반강제로 흰옷의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반민중의 반감만 샀을 뿐 색이 있는 의복의 착용이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8·15광복 이후부터는 관청에서 백의착용을 금지하지 않았지만 외래 문물의 도입으로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유색 옷을 많이 입게 되었다.
우리민족의 흰색에 대한 경외감은 남다르다. 광명의 흰 빛을 경애하며 영생에 대한 염원을 흰색에 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흰색의 동물들은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간혹 흰 사슴이 태어나면 국가나 그 지방의 길조로 받아들였다. 뱀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흰색의 뱀이 발견되면 백사라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색이 있는 새들 중에도 간혹 유전적 색소 결핍으로 하얀색으로 태어나면 관심을 받는다. 물론 이들은 눈에 띄는 하얀색 때문에 천적에 노출되어 수명이 짧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쇠백로 하얀 색의 청렴함을 상징하는 새가 있다. 바로 백로이다. 예전에는 백로를 해오라기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해오라기는 하얀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야로비, 해오라비, 해오리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희다’의 뜻에서 명명된 것이다.
백로는 거의 대부분 하얀색이다. 백로류는 비슷하지만 개체의 특징에 따라 쇠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황로, 흑로, 노랑부리백로 등이 같은 종으로 나뉘고 있다
.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쇠백로는 크기가 61cm 정도로 백로류 중에 작은 편이다. 중대백로가 90cm정도나 되니 같이 있을 때는 어른과 어린아이와 같이 있는 듯이 보인다. 한 번에 3~5개의 청록색 알을 낳아 23일간 포란하고 갓 태어난 새끼는 한 달 정도 기른 뒤 둥지를 떠나보낸다. 쇠백로는 부리와 다리는 검고 발가락이 노란색이라 ‘노란 장화를 신은 백로’라고 별명 되어 지기도 한다. 번식기인 여름이면 뒷머리로 두 가닥의 장식깃이 생기는데 바람에 날리는 머리 깃이 아주 예쁘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빠져버려 밋밋한 머리가 된다. 쇠백로는 날렵한 사냥솜씨를 가지고 있다. 수초더미 사이로 선명한 쇠백로의 노란색 발이 쑥 내려오면 어류들이 깜짝 놀란다. 이때 현란하고 절묘한 수초 밑 들쑤시기 발기술과 빼어난 사냥기술로 먹잇감을 포획한다.
제주 해안가의 백로들 백로는 제주 해안 조간대 어디서나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용수리 일대와 성산포, 오조리, 하도리 철새도래지 등지에서 흔히 관찰 된다. 백로들은 크기가 크지만 예민한 편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다가가도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이들은 얕은 물에서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간혹 가만히 서서 다리를 덜덜 떨기도 한다. 모래톱에 숨어있던 새우나 작은 고기들이 빠져 나오면 순식간에 낚아채 먹이를 먹는다.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새다. 쇠백로를 비롯한 백로류들이 제주에서 번식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번식기록은 없다. 최근 왜가리가 제주에서 집단번식에 성공하고 있어 백로류들도 번식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황로는 여름철새로 겨울이면 볼 수가 없다. 노랑부리백로는 천연기념물 제36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동시에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 되어 있다. 이동시기에 간혹 제주 해안 조간대에서 볼 수 있는데 가을철 보다 번식지로 이동하는 봄 시기에 많이 관찰 된다. 흑로는 명칭 그대로 까만색으로 제주 바닷가의 돌 색과 같으며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에 일부에서 볼 수 있는 새다.
바램 하나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로는 제주 해안가와 물이 있는 저수지, 웅덩이 가릴 것 없이 어디서든지 활동 한다. 몸 전체가 흰색이라는 이유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아온 아주 행복한 새이다. 대부분의 백로는 봄이면 찾아와 여름에 번식을 하고 가을이 되면 대만, 필리핀 등지로 내려가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주에서 지내는 쇠백로와 중대백로들이 많이 늘고 있다. 백로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그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병원매거진 > 제주의 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새가 된 흰뺨검둥오리 (0) | 2024.01.31 |
---|---|
겨울 진객, 혹부리오리 (1) | 2023.12.28 |
有朋이 自遠方來하다! (0) | 2023.09.25 |
왜가리는 해안 양식장의 최대 수혜자 (0) | 2023.09.01 |
장끼, 까투리, 꺼병이로 불리는 꿩 (0) | 2023.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