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제주의 새

겨울철새 논병아리 텃새가 되다!

제주한라병원 2024. 5. 9. 15:58

 

논병아리

Little Grebe : Tachybaptus ruficollis

 

 

겨울철새 논병아리 텃새가 되다!

 

  봄, 싱그러운 바람에 꽃잎이 바닥에 뒹굴고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는 어느덧 새싹이 돋아 푸름을 자랑한다. 계절이 바뀌며 제주 철새도래지를 찾아 자맥질을 하며 먹이를 찾던 많은 겨울철새들과 오리 떼들이 이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철새도래지며 해안가에서 하늘로 엉덩이를 쳐들고 먹이를 찾던 오리들이 자리를 비웠고 하늘위에서 비행하며 먹이를 노리던 초원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알락개구리매도 자취를 감췄다. 따뜻한 바람을 타고 먹이와 번식할 곳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논병아리 봄이 온지 한참인데 아직까지도 남아서 잔잔한 물가에 한순간 잠수해서 사라지는 녀석이 있다. ‘뭐지?’ 하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가 한참 만에 저쪽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앙증맞게 생긴 논병아리다.

조류도감에 따르면 논병아리는 겨울에 찾아오는 겨울철새로 알려 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주 드물게 여름에 번식하는 개체도 확인 할 수 있다. 제주에는 멀리 중국 북부, 러시아의 시베리아, 몽골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겨울에 찾아온다. 3~4월이 되면 북쪽에서 내려왔던 개체들은 대부분 다시 번식을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가지만 제주에서 텃새화 된 개체들은 번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해안가보다는 저수지나 습지에 둥지를 짓는다. 대부분의 조류는 둥지 터를 잘 골라야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천적의 출입과 사람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논병아리는 저수지의 갈대밭 근처 물위에 둥지를 짓는다. 갈대 줄기나 수초, 파래 등을 이용해 물위에 둥지를 만들고 하얀색의 알을 4~6개 정도 낳아 포란한다.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포란하며, 포란 중에 천적이 나타나면 그냥 피하지는 않는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둥지를 그냥 뛰쳐나가지 않고 둥지 주변의 수초를 잽싸게 입으로 물어서 알을 덮어준 후 피한다. 먹이를 찾기 위해 둥지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천적으로부터 알이나 둥지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다시 둥지로 돌아오기 까지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알이 상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보온과 보습 효과도 있어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지체 되어도 알을 보호 할 수 있다. 종족 보존을 위한 지극한 정성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포란 후 약 20∼25일 후면 어린새끼들이 태어나는데 어미는 등에 무등을 태우듯이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찾는 방법과 천적을 피하는 방법 등을 새끼들에게 교육 시킨다.

 

  잠수의 대가 이 녀석은 잠수성 조류다. 수면 위에서 먹이를 찾는 새가 아니라 저수지나 습지, 바닷가 물위에서 떠다니다가 순식간에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아주 조그마한 새다. 크기는 아주 작지만 잠수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다. 한번 잠수하면 10초에서 30초는 물속에서 먹이를 찾느라 나오질 않는다. 잠수해서 이동하는 거리 또한 5m에서 멀게는 20m 정도나 이동한다.

잠수를 시작한 논병아리가 먹이를 잡고 물위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려면 그만큼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잠수 할 때마다 매번 먹이를 잡는 것도 아니고, 잠수를 했다가 어디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리며 탐조해야 한다. 먹이를 찾다가도 천적이 다가오면 물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다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날개가 비교적 큰 오리류들은 천적이 다가오면 바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논병아리는 몸의 크기에 비해서 날개가 작은 편이며 몸의 중심에 다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뒤쪽에 달려있어 바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비행기가 이륙하듯 물위를 한참 달리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들이 잠수를 하며 먼 거리까지 갈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발가락이 판족이라는 형태를 하고 있다. 오리류들은 발가락에 물갈퀴가 있어 발을 제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논병아리는 오리와는 다르게 각각의 발가락에 나뭇잎 모양의 판족이 독립적으로 붙어 있다. 발을 앞으로 보낼 때는 물의 저항이 없게 일자로 되며, 발을 뒤로 보낼 때는 판족이 펴져서 마치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이 앞으로 치고 나갈 수가 있다.

 

  철새도래지를 제외하고는 제주의 습지가 각종 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내려고 내려온 철새들이 마땅히 쉴 장소가 사라져 버리고 있어서 멀지 않아 앙증맞은 모습으로 잠수를 하는 논병아리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남아 있는 논병아리들이 무사히 번식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병원매거진 > 제주의 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가사의한 가창오리 군무  (1) 2025.01.21
텃새가 된 흰뺨검둥오리  (0) 2024.01.31
겨울 진객, 혹부리오리  (1) 2023.12.28
노란 장화를 신은 백로  (0) 2023.11.01
有朋이 自遠方來하다!  (0)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