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부리장다리물떼새
Pied Avocet : Recurvirostra avosetta
有朋이 自遠方來하다!
마중가는 설레임 일주일전 오랜만에 반가운 새가 왔다는 제보가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제보 받은 장소로 가더라도 어두워 볼 수 없을 것 같아 다음을 기대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다시 온 주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서둘러 구좌읍 종달리를 찾았다. 썰물이라 새들은 멀리 나가 있다. 왜가리와 백로, 가마우지가 썰물 모래사장에 앉아 있다. 좀도요와 뒷부리도요, 꼬까도요가 파래 사이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다. 쌍안경으로 멀리 살피기 시작 했다. 오늘은 ‘뒷부리장다리물떼새’가 목표다. 하지만 이 넓은 백사장에서 이 녀석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게 벌써 남쪽으로 내려가 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아주 희귀한 새로 제주에서는 이동시기에 간혹 관찰 되는데 오래 머물지 않는 나그네새라 철새 도래지에 매일 살다시피 지켜서 있지 않고는 좀처럼 카메라에 담기 어렵다. 며칠정도 머문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아 가더라도 대체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좋은 사진 찍기는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붕우(朋友)를 만나다 저 멀리 갯골이 생겨 물이 흐르는 곳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아직 내려가지 않은 뒷부리장다리물떼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이대로 본 것으로 만족해야하나?”, “장화를 신고 들어갈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 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백사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아 기다리면서도, “만조 때까지 기다릴까?”, “갑자기 만조가 되면 혹시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조바심으로 발이 절로 동동거린다. 그래도 파래사이에서 먹이를 찾을 것 같을 느낌에 만조 때까지 조심스러운 기다림을 계속한다.
부지런과 기다림 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부지런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새가 있는 곳을 많이 찾아 다녀야 하며 새를 만났을 때는 촬영하기 적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 싶은 새들이 항상 나를 위해 기다려 주지는 않아 매번 만날 수 있지는 않다. 아예 한 마리도 못 봐 카메라를 꺼내보지도 못하고 허탕을 치기도 한다. 어렵게 찾더라도 거리가 너무 멀거나 고약한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얻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예상치 못한 반가운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때도 있다. 이때의 기분은 먼 곳에서 온 반가운 고향친구를 만나는 것 보다 더 좋은 기분이다. 바로 오늘 오랜만에 보는 뒷부리장다리물떼새가 그렇다.
카메라에 담기 밀물이 들어오면서 나의 朋友가 서서히 가까이 다가온다. 반가움에 무심코 다가가면 안된다.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려야 만족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만조 때 물이 들어오는 만큼의 위치에 엎드린다.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로 땀이 흐르기 시작 하지만 포기 할 수는 없다. 30여 미터까지 다가올 즈음에 셔터를 누르기 시작 했다. 경계를 하던 다른 도요들도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엎드려 있어서인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를 비롯해 앙증맞은 좀도요, 돌을 뒤집으면서 먹이를 찾는 꼬까도요, 파래 사이를 열심히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찾는 세가락도요, 뒷부리도요, 붉은어깨 도요가 가까이 다가오자 뒷부리장다리물떼새도 경계심을 풀고 바로 앞까지 다가오기를 반복한다. 오랜만에 보는 뒷부리장다리물떼새가 먼데서 찾아온 친구 같아 반갑기만하다. 이런 경우 조류사진가들은 많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서로 얘기 하는데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우(親友)를 맞이할 자격 뒷부리장다리물떼새의 몸길이는 약 43cm이다. 부리는 길고 가늘며 활처럼 위로 굽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끝은 뾰족하다. 짠물과 민물이 섞인 얕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데, 부리를 수면과 수평이 되게 유지하면서 좌우로 움직여 갑각류나 수생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최대 월동지로 알려진 홍콩 마이포 습지에는 5,000마리 이상 월동을 한다고 한다. 대만에 저어새를 보려고 갔다가 뒷부리장다리물떼새들이 무리를 지어 월동하는 모습을 본적도 있다. 당시 나는 개발에만 전념하는 우리 제주와는 달리 환경을 아끼고 보호하고 있는 대만이 너무 부러웠다. 개발에 쏟는 정성만큼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데 노력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만나고 싶은 친우들이 참으로 많다. 그들은 먼데서 아주 가끔씩 찾아오기도 하거니와 낯을 많이 가린다.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자주 반갑게 맞이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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