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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속도

제주한라병원 2023. 9. 1. 13:58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속도

갈등 최소화한 최적안 도출과 미래발전 기대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시작되면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돼 관련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도정에서도 지속적인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있었고, 주민이 시장을 선출하고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되 도의회가 기초의회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다소 변형된 개편안도 추진되었지만, 도의회의 보류 결정과 중앙정부의 부정적 입장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도민 참여단 300명이 참여하여 제2차 숙의 토론회를 거친 후 8월 말까지 행정체제 구역안을 도출한다는 복안이다. 이어 10월부터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안과 실행방안에 대한 도민경청회 및 토론회, 전문가 토론회, 미래세대포럼,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12월까지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 용역진은 검토가능 대안 모형으로 ··구 기초자치단체 ··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동장 직선제 등을 제시하였고, 각 대안 모형 분석과 최근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정책 환경을 반영한 대안별 적합성 검토 결과로 ··구 기초자치단체모형을 1순위로 제시하였다. ··구 기초자치단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이전의 행정체제다. 광역-기초의 자치권을 보유하는 자치구조로서 의결기관은 기초의회, 집행기관은 시장이나 군수를 두고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군 및 읍··동의 3개 계층구조로 회귀하게 된다.

 

우리는 17년간 지속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을 논하기에 앞서 현행 체제의 출발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20045월 재선거로 취임한 김태환 도정에 이르러서다. 20053월에 여론조사를 거처 행정구조 개편 방향을 2개 안으로 압축했는데 2005727일 주민투표에 상정되었던 점진안혁신안이 그것이다. 혹자는 기억할지 모르지만 점진안은 당시의 4개 시·군 체제를 유지하는 현행 유지안이었고, 혁신안은 지금의 2개의 행정시만을 둔 제주도 단일 광역체제다. 결국 점진안과 혁신안으로 포장된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은 주민투표에 부쳐져 투표율 36.6%, 투표 참가자의 57%82,919명의 찬성으로 혁신안이 채택되었다. 주민투표법 시행 후 처음 치러진 주민투표였다. 이를 근거로 다음해인 2006년 민선 4기 지방선거부터 도지사와 도의원만을 선출했다. 4개 시·군은 폐지됐고 시·군의회도 사라졌으며 남·북제주군은 각각 제주·서귀포시로 통합되어 2개 행정시 시장은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게 되었다. 당시 주민투표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고 이후 지방선거, 총선, 대선 선거 때마다 행정체제 개편 공약 단골처럼 등장했으나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차선책으로 접근했던 행정시장 직선제가 중앙정부에 의해 거부된 이후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행정체제 개편이 본격화 된 것이다.

 

현행 행정체제가 실패작이라는 여론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도 본청에 대한 권한 집중에 다른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과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인한 민주성의 훼손 그리고 생활 자치와 지역주민들과의 직접 접촉이 무뎌져 주민생활이 불편해 졌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참여의 약화, 지역 간 불균형 심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등도 지속적으로 표출되는 불만이다.

 

필자는 모든 제도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도민사회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의 양상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지역 간, 세대 간 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른 부정적 갈등과 대치는 도민사회의 분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 지역의 통·폐합 문제와 3~6개로의 행정구역 조정 문제 등을 놓고 지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고, 단기적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체제 개편 그 자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한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당초 취지를 되새겨보아야 할 때인 것이다. 제주도민이 자기결정권을 통해 진정한 도민 주권을 실현할 수 있고, 고도의 자치권과 주민자치가 조화롭게 결합되어 주민 수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안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맞닿아 17년간 이어져온 행정체제 개편 논쟁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도민사회의 역량이 발전적인 미래 전략에 집중되기를 기대해본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