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Black-Faced Spoonbil (Platalea miner)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 저어새
천연기념물 지정 겨울이 다가오면서 철새들이 속속 제주를 찾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6종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을 볼 수 있고, 각각 천연기념물 제205-1, 제205-2호로 지정하였다.
저어새는 생존 개체수 90% 이상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한다. 번식지로는 1999년 7월 강화군 서도면 석도, 유도, 비도가 처음 알려졌는데 이후 2000년 7월 6일, 이곳을 포함한 강화도 갯벌과 저어새번식지가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되었다.
8년째 제주를 찾은 H54 저어새는 겨울을 제주 하도리와 성산포를 비롯하여 대만, 홍콩, 일본 등지에서 지낸다. 하도리와 성산포는 번식지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북단 월동지로서도 의미가 있다. 매년 20∼30마리 정도가 10월 중순부터 다음해 4월까지 겨울을 지내고 번식지로 이동한다.
올해는 10월 22일부터 25마리의 저어새가 제주를 찾았다. 이 저어새들 중에 눈길을 끄는 녀석이 있다. 다리에 가락지를 차고 있는 저어새인데 지난 2016년 강화도 남단의 각시암이라는 저어새 번식섬에서 태어난 녀석(H54)이다. 2016년 11월에 제주를 처음 찾기 시작해 매년 10월이면 제주를 찾고 있다. 작년에는 10월 23일부터 제주에서 지내기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지냈는데 금년 4월 1일 구좌읍 김녕항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제주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저어새 연구자들에게 수소문 한 결과 지난 4월 6일부터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저어새 번식지에서 관찰되었고, 이후 둥지를 틀어 번식에 들어갔다고 한다.
인천광역시 소래포구의 갯벌과 월곳 포구, 경기도 화성시의 갯벌에서 여름을 지낸 H54는 8년째 제주를 다시 찾아왔다. 금년 10월 22일 하도리를 찾은 저어새 무리중에 다리에 빨간색의 인식표가 선명한 H54가 같이 보였다. 여전히 제주를 다시 찾아온 저어새 H54가 반갑기 그지 없다.
개발로부터 월동지 보호 필요 저어새는 지구상에서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세계적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속적인 보호 활동이 필요하다. 이렇게 귀한 새가 제주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적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이 저어새의 월동지인 성산포 인근 해안을 개발 한다는 얘기가 간간히 나올 때면 조류(鳥類)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곤 한다. 개발을 무조건 반대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이 꼭 필요하다면 시행해야 하겠지만 정확한 환경영향 평가를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들의 삶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런 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관심과 노력이 부족할 뿐이다.
특히, 성산일출봉은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주변 해안은 저어새가 먹이를 찾고 쉬는 월동지다. 이 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한다면 자연문화유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며, 매해 겨울 제주를 찾고 있는 저어새의 무리가 영원히 우리 제주를 등져버릴 수 있어 우려가 된다.
지속가능성, 생태관광지를 꿈꾸며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인 대만에서는 약 2,000여마리가 겨울을 지낸다. 최대 월동지라고 해도 제주와 같이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잠깐 밖에 볼 수 없음에도 대만에서는 나라의 새로 지정하여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갯벌지역을 매립하여 공장부지로 활용할 계획도 있었으나 대만 환경단체의 부단한 노력으로 현재 완벽한 시설과 함께 보호되고 있다. 덕분에 세계최대 월동지로 관광 자원화하여 매년 겨울철이면 저어새가 수백마리가 모여 있는 모습과 군무를 보려는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우리 제주도의 저어새도 최북단 월동지를 연계하여 관광자원으로 충분히 활용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너무나 미비하여 아쉬움이 많다. 그저 대만의 새를 보호하는 시스템과 시설이 부러울 뿐이다. 우리 제주는 언제 즈음이면 그들과 편안하게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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