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은 낮은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풍경을 이뤄서 좋다.
[나는 제주건축가다] <20> 네모건축 강경훈
[건축가 강경훈] 만족하며 사는 삶!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이 높아야 가능하다. 건축가 강경훈은 그가 하는 건축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는 ‘재밌다’는 표현을 잘 쓴다. 그가 꿈꾸는 건축은 ‘좋은 건축’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된 건축’이다. ‘잘된 건축’은 건축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강한 건축이다. 건축가 스스로 만족을 담는 건축물이며, 아무래도 작품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건 사무실 이름에 담긴 ‘네모’에서 읽을 수 있다. 네모는 눈에 보이는 흔한 사각형이지만 그 사각형을 제대로 조합시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드는 작업! 그래서 건축이 재미있는가 보다. |
∎ 건축은 예술작품을 보는 것이랑 비슷한 것 같다. 예술작품을 볼 때도 사람마다 선호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풍경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에 꽂히곤 한다. 건축도 그것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우린 건축으로 사회와 대화를 하고 있다. 말로써 건축으로써! 근데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투박하게 하는 사람도 있고 부드럽게 하는 사람도 있고, 어쨌든 그걸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건축은 사회랑 떨어져 있는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성이 있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와중에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이나 제주도 같은 경우에 잘된 건축을 얘기하면 분야가 너무 포괄적이다. 세밀화 되지 않고, “누구는 이런 건축을 하고 있네.”라는 얘기가 없고, 전부다 건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는 시각도 제각각이긴 하지만 잘된 건축이란 행복함을 느끼는 집이 아닐까?
학교 강의를 나갈 때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잘된 건축’과 ‘좋은 건축’을 구분하라고 한다.
아파트 같은 경우에 ‘좋은 건축’이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에 맞게 모여 살 수 있고, 금융거래나 부동산 거래가 잘 되고,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고, 보편적인 집으로서 ‘좋은 건축’이지만 ‘잘된 건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된 것에 대한 생각은 각자 정의 내리기 나름인데 건축을 하면서 좋은 건축을 할지, 잘된 건축을 할지 두 가지 방향이다. 특히 단독주택처럼, 촌에 지어지는, 어른들이 사는 작은 집을 작업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좋은 건축’을 하려고 애쓴다.
∎ 제주형 집은 예전엔 낮고 어두웠다. 제주자연을 이기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제주 자연을 이겨서인지 환해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옛날 사는 집도 기억나지만 지금 사는 집과 비교를 하면 지금이 훨씬 만족하며 산다. 옛날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옛날 집보다 커졌고, 빛을 많이 받게 설계된다. 밝은 데서 사니까 마음도 밝아진다. 그렇지 않고 예전 살던 방식을 고집하면 제대로 재밌게 살 수 있을까?
설계를 하면서 지역 건축을 일부러 집어넣으려는 입장은 아니다. 이젠 기술이 자연을 버틸 정도는 됐으니 건물 층고도 높아지고 부피도 커졌다. 학생들에게 얘기할 때 “꼬르뷔지에는 프랑스 지역 건축가다. 그 지역 건축가가 한 게 전 세계적이 된 것이다”라고 하곤 했다. 르 꼬르뷔지에는 지역을 나타내려 한 게 아니고, 지역에서 좋은 작업을 하니까 전 세계적인 추세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도 이 시대에 맞게, 지역건축이 꼭 아니더라도 보편화된 건축을 하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리라 본다.
∎ 억지로 지역성을 담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은 든다. 자기가 맞는 환경에 맞춰서 사는 것이다. 주변을 잘 맞춰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건축은 우리와 같은 건축가들이 사회와 대화하는 방법이다. 사회의 삶 자체가 예전 지역성을 가질 때와 너무 달라졌다. 제주의 삶이나 서울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건물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나.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역이나 장소가 있다면
촌에 집을 짓는 걸 좋아한다. 그게 좋더라. 단독주택 수주가 처음엔 없었는데 나중에 하나 둘 하게 됐다. 작은집을 할 때가 재밌다. 제주에 내려온 이들이 촌에 집을 지을 때 특히 재밌다. 형태나 배치는 주변과 맞춰가고 평면은 자유롭게 한다. “방 3개가 있어야 해” 이런 게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풀어가니까 재밌다.
∎ 촌은 어떤 특성을 지녔나. 개인적으로 촌이 왜 중요한지, 그 가치는 무엇인가.
고향인 한림읍 명월은 촌이고 막힌 동네이다. 버스가 올라와서 통과하는 동네가 아니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곳이며 발전도 더딘 동네이다. 느낌이 좋은 곳이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안다. 애들끼리 내창에서 돌멩이 쌓아서 놀고. 친구 집에서 점심과 저녁도 얻어먹고, 팽나무가 많은 동네니까 친구들끼리 팽나무에 올라가서 놀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좋은 건 다름 아니라 높지 않은 데 있다.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게 좋다. 도로도 넓지 않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병원매거진 > 제주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곁의 좋은 공간환경도 건축자산에 포함도내 건축자산 1,932건, 제대로 알려지지 홍보 시급 (0) | 2023.11.28 |
---|---|
다양성이 부각되면서 지역성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1) | 2023.11.01 |
제주는 자연과 도시문화를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는 곳 (0) | 2023.09.01 |
한라산 산신제와 한라산의 유래 (上) (0) | 2023.09.01 |
땅을 보고, 사람과의 관계를 본다. (0) | 2023.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