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한라문예

산업사회 갈수록 인문학적 소양 강조돼

제주한라병원 2023. 1. 31. 14:20

산업사회 갈수록 인문학적 소양 강조돼

제주한라병원과 함께한 지난 10년의 소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현대사회는 ‘4차산업혁명’을 앞당기게 됐다고 한다. 인류문명은 이미 인공지능, 클라우드, 무인주행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산업사회로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 예로 최근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의 지원자가 크게 줄고 있으며, 서점에서도 계몽서, 정보 관련 서적 등에 비해 인문 서적 수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을 조합 혹은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이를 위해서는 흘러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내가 필요한 것을 걸러내거나 새롭게 해석하여 묶어낼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단순한 제작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유기적 연결을 통해 현대사회를 선도할만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능력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근 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단지 우수한 공학 능력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인문학적 소양을 이루는 속성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간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공감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게 하는 생명줄과도 같다. 삭막해져가는 산업사회에서 인간 소외를 막을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제주한라병원과 연이 닿아 10여년을 재직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게 됐다. 이전 직장과는 판이한 조직구조와 분위기로 인해 - 이직할 때 나름대로 이해하고 각오를 했음에도- 많이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여러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정년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재직 동안 느낀 점 가운데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병원은 그 어떤 조직보다도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기능과 특성을 가진 전문가들 간 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인간관계, 즉 존중과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환자와 병원구성원 간 존중과 공감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이다.

 

필자가 했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병원신문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독자들에게 원내 소식을 배달해왔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역시 원내 구성원과 외부 필진들과의 협업이 잘 이루어진 덕분이다. 병원신문 제작에 참여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병원보에 실명으로 글을 남긴 적이 없었지만 마지막 편집회의에서 편집위원들이 담당 부장으로서 글 한 줄 남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마지못해 하는 척 받아들이면서도 속으로는 그러한 배려에 감사했다. 이제 병원문을 나서면서 제주의료의 중심축인 제주한라병원이 존중과 공감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신뢰받는 병원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윤보석 제주한라병원 前 대외협력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