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의 사회지표
우리나라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통계·분석 자료로 ‘한국의 사회지표’가 있다. 이 자료는 1979년도부터 통계작성기관(당시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사회전반의 유의미한 통계 자료를 재분류·가공·분석하여 작성하고 있는데, 국민의 삶과 관련한 전반적인 경제·사회 현상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 23일, 「2022 한국의 사회지표」가 발표됐다. 이 자료에는 인구, 가구·가족, 건강, 교육·훈련, 노동, 소득·소비·자산, 여가, 주거, 범죄·안전, 사회통합·주관적 웰빙 등 총 10개 분야의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총인구가 2020년 5,1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고,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10년 전(80.6년)보다 3.0년, 전년(83.5년)보다 0.1년 증가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음이다.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역대 최고치이며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 비중 또한 높아졌고, 출산과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평균 가구원수는 2.3명까지 떨어졌다.
「2022 한국의 사회지표」가운데 제주도의 취약성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분야가 있는데 바로 안전과 의료서비스 분야다.
제주지역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를 보면 3,936건(형법범죄 2,560건, 특별법범죄 1,376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2,960건)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며, 범죄율이 가장 적은 세종시(1,679명) 보다 갑절 이상 높은 것이다. 두 번째로 높은 부산(3,413건)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2016년 6,050건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의료서비스 만족도에서도 전국 최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도내 13세 이상 인구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56.9%로 2020년보다 3.4%p 떨어졌는데 전국평균 만족도(64.1%)보다 낮기도 하거니와 만족도가 가장 높은 대전(70.5%)과는 무려 13.6%p 차이가 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2012년 53.0%에서 지난해 64.1%로 11.1%p 높아진 반면 동일 기간 내 제주는 6.4% 하락한 상황이다.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타 시·도에 비하여 안전이 더 위협받고 있고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낮다고 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우려는 제주도가 발표한 「2022 제주의 사회지표」에서도 두르러진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민 삶에 대한 만족감은 10점 기준에 6.55점이었다. 행복감 역시 6.50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민이 치안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범죄 발생건수는 한 지역의 안전과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다. 더구나 제주도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 차례나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은 세계적 관광지임을 감안한다면, 연간 1,500만 명이 드나드는 관광지 특수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더라도 범죄 발생 1위 지역이 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료서비스 또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돼야 한다. 도내 주요 민간병원과 대학부설 병원 등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주도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주도내 병원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 강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주도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 없고 보건의료 교육 및 의료자치 실현이 어려운 상황임은 익히 아는 터다. 이 때문에 서울 등의 현지 체재비를 포함한 관외 지역 진료비가 도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도내 암환자 95%가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도외 진료 환자 수는 2017년 12만 9,661명에서 2019년에는 13만 7,347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와중인 2020년에도 11만 3,820명에 달했다.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2017년 1,507억 원, 2019년에는 1,935억 원, 2020년에는 1,8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도민 부담이 너무나 과중하다.
「2022 한국의 사회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한국사회 전반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여건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범죄 없는 안전한 사회 그리고 건강한 사회가 시민의 행복추구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민 행복 추구는 모든 정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제주 도민사회가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집중하여 빠른 시간 내에 관련지표에서 전국 상위권에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언론인 윤정웅>
'병원매거진 > 언론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특별자치’ 독점적 위상 흔들려 (0) | 2023.07.03 |
---|---|
3년 4개월 만에 막대한 피해 입히고 팬데믹 종료 선언 (0) | 2023.05.31 |
한라산 케이블카, 소모적 논쟁 끝내자! (0) | 2023.03.30 |
경제난 극복을 위한 ‘위기의식 공유’와 ‘사회적 합의’ (0) | 2023.03.06 |
갈등의 섬 제주, 이제 ‘똘레랑스’를 실천하자! (0) | 2023.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