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언론인칼럼

갈등의 섬 제주, 이제 ‘똘레랑스’를 실천하자!

제주한라병원 2023. 1. 31. 14:01

갈등구조의 고착화는 사회통합에 심각한 걸림돌
인정과 존중, 똘레망스는 상생의 필요충분조건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밖에도 제주도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음은 모두 아는 바다.

 

갈등의 어원적 의미는 왼쪽으로만 자라나는 칡나무(葛)와 오른쪽으로만 자라나는 등나무(藤)가 함께 엉켜 붙어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처럼 서로 감정이 얽혀서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름을 유추해 우리는 이를 갈등(conflict․葛藤)이라고 부른다.

 

갈등의 개념 정의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갈등의 공통적 특징은 복수의 갈등 당사자들이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나 가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대립적인 상호작용이 표출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의들을 바탕으로 한국행정연구원은 “①개인 간, 집단 간, 국가 간 등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며 ②갈등당사자들이 Zero-Sum상황에서 서로 대립되는 갈등내용이 있으며 ③이익들에 대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④갈등당사자간 동태적 상호의존적 과정이면서 ⑤갈등당사자들 간의 다른 목표들을 좌절하도록 유발하는 과정”을 갈등의 공통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각이 다르고 정치적 견해가 다르며 기호와 삶의 가치가 다른 방식의 사람들이 모여살 수밖에 없는 이상, 갈등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제주 섬이라는 좁은 사회에 같이 모여 산다고 해서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인간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관점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갈등 발생이 필연적이다. 갈등상태가 지속되면 사람과 집단 사이에 의견 대립이 발생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며, 서로 불신하게 되고, 적대적이 된다. 특히 갈등구조의 고착화는 지역사회의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사회통합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전경련이 한국의 갈등지수(2016년 기준)를 산출한 바에 의하면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상 국가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갈등관리 능력을 나타내는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문다.

 

제주지역 또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념적 갈등을 비롯하여 정책갈등, 지역갈등, 개발갈등, 환경갈등, 선거갈등, 님비갈등, 교육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 등 크고 작은 갈등이 넘쳐난다.

 

제주지역은 지방자치 이후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공공갈등이 증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방․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동안 제주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한 대처들은 방법과 효과 측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사회통합이 요원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져 왔다. 과도한 행정비용을 포함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 지불 또한 큰 손실이다.

 

사회가 민주화, 다원화돼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자연스런 현상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제주도에서의 갈등 대처 방법은 분명 문제가 많다. 특히 유사한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나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경고이다.

 

제주지역 사회의 대통합을 위한 갈등 극복·관 리를 핵심은 제도화와 도민의식 전환에 방점을 둔 도민사회 역량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갈등의 제도화에는 거버넌스적 갈등해결 시스템 구축을 비롯하여 실천적 협상력 강화, 숙의민주주의와 지역정당제 도입 등을 필요로 한다.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도민의식 전환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여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아군’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편협된 사고로는 갈등의 관리와 극복이 불가능 할 수 밖에 없다. 도민의식의 글로벌화는 지속가능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 발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상생의 갈등’과 ‘천박한 갈등’의 차이점은 상대방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무시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효율적인 사회’와 ‘비효율적인 사회’의 차이점은 갈등을 극복하느냐, 아니면 회피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적인 갈등관리는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만이 가능하다. 기본과 원칙과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소통 단절을 넘어 모근 기반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도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똘레랑스(Tolerance)’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말로 ‘관용’으로 표현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역으로 자신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하면 상대의 그것 또한 똑같이 귀중하며, 자신이 존중받기 바란다면 남을 존중하는 것이 똘레랑스의 덕목이다.

 

생각이나 가치관,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체화시켜야 한다.「왜 똘레랑스인가」의 저자인 사시에(Phillippe Sassier)가 똘레랑스를 의도적인 자세라고 말했듯이 상생을 바탕으로 한 똘레랑스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전제돼야 하고,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의도적이지 않은 똘레랑스는 공염불이며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똘레랑스를 실천하자.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