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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케이블카, 소모적 논쟁 끝내자!

제주한라병원 2023. 3. 30. 14:29

한라산 케이블카, 소모적 논쟁 끝내자!

찬반 논쟁에서 합리적인 합의로

 

 

강원도의 41년 숙원 사업이었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3.3km) 설치 사업이 최근 조건부로 통과됐다. 설악산과 함께 오랜 기간 동안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준비해왔던 지리산도 재추진을 도모하고 있고, 북한산․소백산․속리산․무등산 등에서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논란이 동시에 점화되고 있는데 제주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주목이 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2015년 기준으로 20개에 불과했으나 2022년 말에 이르러서는 두 배 가까이 급증한 41개로 보고되고 있다. 정부출연 외부 연구기관이나 환경부 산하 기관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왔으나 결국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함으로써 다른 유사 사업들을 가로막을 명분이 약해지게 되었다.

 

케이블카 설치와 환경 보존은 세불양립일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국립공원 삭도 운영 구간의 탐방객 이용 특성 및 훼손 영향> 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케이블카 시․종점 일대에 환경피해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자체들은 확실한 관광객 유치 효과 때문에 케이블카 설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주개발사에 있어서도 케이블카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1960년대 제주관광 개발 초기 과정에서 한라산 스키장, 수렵장, 케이블카 등의 시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케이블카 설치 논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1998년 민선 2기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추진되기까지 했다. 1999년 타당성 용역을 의뢰받은 국토연구원과 호주 스카이레일 컨소시엄은 영실(해발 1050m) ~ 윗세오름(1637m)에 이르는 3.46km구간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환경부의 필요성 유무 검토와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 결과 불허 결정이 난다. 이후 2005년 6월에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타당성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에서 한라산의 지형지질과 보호동식물, 식생분포와 경관 그리고 문화재 등을 집중 조사해 케이블카 설치 가능여부를 검토한 끝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수십 년간 지속되어진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듯 하였지만 2008년에는 재추진 의사를 밝혀 다시 논란이 재현되기도 했다. 또한 한라산 케이블카와는 별도로 2008년과 2013년에는 비양도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2022년에는 우도 해양케이블카 사업이 각각 추진되었으나 무산되었다.

 

금년 들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조건부 허가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한라산 케이블카 논란이 제주도의회 일각에서 설치 필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였다. 제주도에서의 케이블카 찬반 논쟁 논리는 명확하다. 찬성 측에서는 관광인프라로서의 기능과 장점을 내세우며 부가적으로 장애인․노약자․임산부․어린이 등 직접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라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간접등산체험 기회 제공 필요성과 한라산 훼손 주 원인이 답압(踏壓)이므로 오히려 환경보호 역할을 케이블카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반대 측에서는 한라산의 독특한 지질구조와 생태계 등을 고려할 때 케이블카 설치 공사 자체가 엄청난 자연파괴 행위임을 강조하며 바람이 많은 기상조건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도 어려워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한라산의 영구적인 보존을 위해 탐방객까지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 설치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첨예하게 맞서는 상반된 입장의 타협점이나 갈등해결 방법은 어떻게 찾아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 즉 “자연생태계 보호의 가치가 인정되는 곳을 보호하고,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용을 허용한다.”는 대 전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동일하게 발생한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 스텔비오 국립공원 세 곳의 케이블카 설치 추진계획은 생태계 교란 우려 등으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였지만, 이들 지역 모두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반대 측을 설득했고, 설치된 케이블카는 지역 명소가 되었다.

 

제주도의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하여 굳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한라산 국립공원을 벗어나거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은 장소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보이며, 케이블카 시설이 ‘설치’ 또는 ‘무산’이라는 승자 독식 게임처럼 다루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충되는 가치가 평행선 마냥 대립과 갈등의 형국으로 진행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정부․지자체․시민사회가 열린 마음으로 발전적인 토론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고, 찬․반 진영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루어져 더 이상 케이블카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제주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