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상황
위기의식 공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극복 노력은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복합적인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3년에 진입하면팬데믹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희망의 싹이 보일 것으로 기대 되어졌으나 그마저 요원해 보인다. 더욱이 위기극복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마저 극한 대립으로 일관하여 국민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 4/4분기보다는 좀 낫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올 전체 성장률도 만만치 않다. 정부(1.6%), 국제통화기금(1.7%), 한국은행(1.7%), 경제협력개발기구(1.8%), KDI(1.8%)가 발표한 성장률 전망도 유사하다.
KDI가 매달 내놓는 경제 동향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 완만’, ‘회복세 약화’, ‘둔화 가능성 고조’ 등으로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더니 2월에는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3.5%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상반기를 중심으로 경기와 금융, 부동산시장,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 경제는 불안한 국제정세, 보호 무역주의 대두, 코로나의 지속, 세계적인 물가·금리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상상 이상이다. 물가가 요동치고 금리가 높아지는데다 공공요금까지 급등하면서 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전기·가스·난방비 등의 연료 물가는 지난 1년 새 무려 32%나 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제주도 상황 또한 다를 바 없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경제가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등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대내외 경기 하방압력 증대와 내국인 관광객 소비 둔화 등이 향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 같은 경제전망을 의식, 올 해 경제정책 방향의 목표를 ‘위기극복과 경제 재도약’으로 설정했다. 초일류국가 달성과 국민소득 5만 달러 조기달성을 골자로 한 ‘신 성장 동력 4.0’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미래성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시동과 금융․서비스․공공 등 3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물가와 생계비 부담을 낮춰 민생경제의 빠른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제주도정도 도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과 지원 대책을 여러 방면에서 강구하고 시행하고자 하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나 자치단체의 의지만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영국 위기관리표준에 따르면 위기를 “조직의 전략적 목표, 평판 또는 생존가능성을 위협하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으로 정의하고, 연장선상에서 회복 탄력성을 중요한 지표로 다루고 있다. 회복 탄력성이란 현재 닥친 위기(crisis)를 겪으면서 극복하는 힘과, 위기를 겪은 후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뿐 아니라, 미래에 닥칠 위험(risk)을 대비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인식과 태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위기 대처 극복을 위한 공유된 가치와 태도, 즉 ‘위기 대처 문화의 구축’은 중요하며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핵심요인이 ‘위기의식 공유’와 ‘사회적 합의’이다.
서유럽의 작지만 강한 나라인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사례가 좋은 예일 것이다. 지난 2005년 매컬리스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한 바도 있는 아일랜드는 1980년대 내내 연평균 36만여 일(개별공장 파업일수의 총합)을 파업으로 날렸다. 실업률은 유럽 최고인 20%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은 평균 12%를 기록했고, 나라 빚은 국민총생산의 두 배 수준까지 육박했다. 이런 아일랜드가 모든 정치·경제 주체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손을 잡은 이후 경제는 급속히 안정을 찾고 고속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1988년)에서 3만 달러(2002년)를 돌파하는데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13년에 불과했다. 아일랜드는 이후 다시 닥친 위기를 넘어서고 2022년 현재는 국민소득이 10만 달러를 돌파하고 있다. 참으로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히딩크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네덜란드도 사회협약을 통해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대변되는 '네덜란드 병'을 치유해냈다. 노·사·정이 함께한 협약 도출과 성공적 이행의 결과다.
이러한 위기극복 과정에서는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실패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성공을 더 많이 거둔 집단의 특징으로 ‘성공을 더 많이 한 집단들이 실패 경험도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패 경험이 개인과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은 고사하고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되고 말 것이며, 제주도 또한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됨을 주지해야 한다. 이제 ‘위기의식의 공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총체적 위기의 극복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언론인 윤정웅>
'병원매거진 > 언론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범죄발생률․의료서비스’ 사회지표 개선 시급 (0) | 2023.05.03 |
---|---|
한라산 케이블카, 소모적 논쟁 끝내자! (0) | 2023.03.30 |
갈등의 섬 제주, 이제 ‘똘레랑스’를 실천하자! (0) | 2023.01.31 |
건보개혁, ‘보장성 강화․지속 가능성 담보’가 관건 (0) | 2023.01.06 |
제주를 ‘대형 참사’ 없는 세계적 안전도시로 만들자 (0) | 202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