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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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각종 개발로 습지 사라지며 보기 어려워져

제주한라병원 2022. 11. 30. 14:36

 

논병아리 Little Grebe : Tachybaptus ruficollis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어김없이 겨울철새들이 찾아 왔다. 수많은 오리떼들이 철새도래지를 차지하고 먹이를 찾느라 자맥질 하기에 바쁜 계절이다.

잔잔한 물가에 한순간 잠수해서 사라지는 녀석이 있다.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가 한참만에 불쑥 얼굴을 내민다.

앙증맞게 생긴 논병아리다. 잠수성 조류로 저수지나 바닷가 물위에서 떠다니다가 순식간에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아주 조그마한 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새이지만 잠수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다. 한번 잠수하면 10초에서 30초는 물속에서 먹이를 찾느라 나오질 않는다. 잠수해서 이동하는 거리 또한 5m에서 멀리는 20m 정도나 이동한다. 잠수를 시작한 논병아리가 먹이를 잡고 물위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려면 그만큼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매번 먹이를 잡는 것도 아니고, 잠수를 했다가 어디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리면서 탐조를 해야 한다. 먹이를 찾다가도 천적이 다가오면 물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기를 하다가 수면 위를 미끌어지듯 날아간다. 오리류들은 천적이 다가오면 바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논병아리는 몸의 크기에 비해서 날개가 작은 편이며 몸의 중심에 다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뒤쪽에 달려있어서 바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이렇게 물위를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한참을 달리다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겨울에 찾아오는 겨울철새이지만 제주에서는 아주 드물게 여름에도 번식하는 개체도 있다.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지만 멀리 중국이나 러시아, 몽골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겨울에 제주를 찾는다. 3~4월이 되면 북쪽에서 내려온 개체들은 대부분 다시 번식을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가지만 제주에서 텃새화된 개체들은 번식을 시도한다.

대부분의 조류는 둥지터를 잘 골라야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논병아리는 갈대밭 주변의 물위에 둥지를 짓는다. 갈대 줄기나 수초, 파래 등을 이용하여 물위에 둥지를 만들고 하얀색의 알을 대개 4~6개의 낳아 포란한다.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포란을 하며 포란 중에 천적이 나타나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둥지를 떠날 때는 잽싸게 주변의 파래나 갈대줄기를 이용하여 알을 덮어준다. 이렇게 하면 천적으로부터 알이나 둥지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보온과 보습 효과도 있다. 약 20~25일 후면 어린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등에 태우고 먹이를 찾거나 쉬며 혼자 수영하며 먹이를 찾기도 한다.

제주에서 관찰되는 논병아리류 중에서는 가장 몸집이 작은데 몸길이가 25cm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어른 주먹보다 약간 큰 몸집을 가지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여름깃은 멱과 목이 적갈색으로 화려 했다가 겨울철이 되면서 부터는 옅은 갈색으로 변하며 암컷과 수컷의 구분은 쉽지 않다. 이들이 잠수를 하며 먼거리까지 갈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발가락이 판족이라는 형태를 하고 있다. 오리들은 발가락에 물갈퀴가 있어 발을 제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논병아리는 오리와는 다르게 각각의 발가락이 독립적으로 나뭇잎모양의 판족이 발가락에 붙어 있다. 발을 앞으로 보낼 때는 물의 저항이 없게 일자로 되며, 발을 뒤로 보낼 때는 판족이 펴져서 마치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이 저항이 생겨 몸이 앞으로 나갈 수가 있다.

제주의 해안에는 논병아리들이 와 있다. 논병아리를 비롯해 귀뿔논병아리, 검은목논병아리, 큰목논병아리, 뿔논병아리들이 제주를 찾는다. 제주 해안가 대부분에서 볼 수 있으며 특히 하도 철새도래지나 용수 철새도래지, 주변 습지 웅덩이에서 잠수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먹이를 찾기도 하며 뿔논병아리들은 100여 마리가 모여서 쉬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며 단독으로 생활하기도 한다. 철새도래지를 제외하고는 제주의 습지가 각종 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내려고 내려온 철새들이 마땅히 쉴 장소가 사라져 버리고 있어서 멀지 않아 앙증맞은 모습으로 잠수를 하는 논병아리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