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새 - 황조롱이 Common Kestrel : Falco tinnunculus
농경지나 중산간 초지대 등 주변이 확 트인 곳 선호
둥지 짓지 않고 절벽의 평평한 땅에 알을 낳아 길러
날카로운 부리와 섬뜩한 발톱, 커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 323-8호로 보호되고 있다. 공중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는, 정지비행을 하는 대표적인 맹금류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꼬리깃을 부채살 같이 펼치고 공중의 한곳에 떠서 마치 연이 날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바로 이런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먹이감을 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마도 정중동(靜中動)이란 말이 황조롱이에게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조롱이는 매과(Falconidae)의 맹금류로 몸길이 33∼38cm 정도 이다. 수컷은 머리와 꼬리가 회색이며 등에 갈색 반점이 있으며 황갈색의 아랫면에는 큰 흑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꼬리는 회색에 넓은 검은색의 띠가 있다. 암컷의 등은 짙은 회갈색에 암갈색의 세로얼룩무늬가 있다.
제주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여름철 보다 겨울철에 많이 보인다. 이들은 주변이 확 트인 곳을 선호하여 농경지나 중산간 초지대, 오름 주변이나 인가 주변에서도 관찰되기도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밭 주변에서도 정지비행을 하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전깃줄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번식은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 4∼6개의 알을 낳는다. 2세를 키우기 위해 포란하는 기간은 27∼29일이며 다시 27∼30일이 지나면 독립시킨다. 도시의 건물에서도 번식하는 텃새이기도 하며 산지에서 번식한 무리가 겨울에는 평지로 내려와 생활하며 번식기인 여름에는 평지에서 보기 어렵다. 제주에서는 번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중산간 절벽이 있는 곳에서는 번식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육지부에서 번식기록을 보면 높은 절벽에서 번식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나 고층 빌딩에서도 번식한 사례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맹금류들은 산새들과 달리 둥지를 거의 짓지 않는다. 산새들의 경우 밥그릇과 같은 둥그런 형태의 둥지를 약 15일정도 걸려 짓는다. 새들의 저승사자인 매는 절벽의 평평한 곳에 맨땅에 알을 낳는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수리는 높은 나무위에 둥지를 짓는데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큰 둥지를 대충 짓고 매해 같은 곳에서 둥지를 보수하며 어린새을 키워 나간다. 황조롱이는 매와 마찬가지로 특별히 둥지라고 얘기 할 수 없는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알을 낳거나 아니면 그냥 바닥에 낳기도 하고, 높은 다리 난간사이의 틈 바닥에 알을 낳고는 어린새를 키운다.
위험을 느끼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을 시작 할 때 면 날개를 몹시 퍼덕이며 직선으로 비행한다. 때로는 꼬리깃을 부채처럼 펴고 지상에서 10m 정도 상공에 떠서 마치 연이 바람을 맞이하여 바람을 타듯이 공중에서 정지하여 비행을 하면서 날카롭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로 지상의 먹이를 노린다.
이들의 대표적인 먹잇감으로는 들쥐나 시궁쥐다. 곤충, 파충류를 비롯해 작은 새까지도 잡아먹기도 한다. 어느 해 봄에 해안가 모래사장에서 엎드려 도요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황조롱이가 나타나 불과 5m 앞에 있는 도요새를 잡아 날아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황조롱이는 날아다니는 것을 잡기 보다는, 낮은 곳에 앉아 있다가 날아오르는 먹잇감을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살펴보다가 순식간에 하강하여 먹이를 잡는다. 맹금류들은 잡은 먹이를 잘게 자르며 먹기도 하지만 작은 먹이는 통째로 삼키기도 하는데 삼킨 먹이 중 소화가 되지 않은 뼈나 깃털은 펠릿으로 토해 낸다.
지상의 먹이를 발견하면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시속 200km/h 가 넘는 속도로, 마치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하강하여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하여 낚아챈다. 그것은 허공의 먹먹한 고요를 아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홍조롱이의 당찬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두려움이 없어야 그렇게 땅위의 먹잇감을 향해 내리꽂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높이 솟아오르는 일에만 골몰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대부분의 인간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오직 상승이다. 그러나 한번 내리꽂힐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면 황조롱이의 조롱을 받을지도 모른다.
황조롱이는 북미, 남미, 호주를 제외한 지역에 분포 한다. 번식지를 찾아 이동하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1970년대 농경이나 초지산업에서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으로 인해 먹잇감이 줄어들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도시의 숲이나 아파트에서도 번식하는 황조롱이는 제주에서도 농약사용과 개발에 의한 서식지 감소의 감소로 이들의 미래의 삶은 그리 밝지는 않다. 이들은 지구상에 약 150만쌍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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