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축가 김학진...
온갖 생명이 가득한 땅. 제주에 있다. 곶자왈로불리는 그 땅이다. ‘청수건축’이 둥지를 튼 청수리에도 곶자왈이 있다. 건축사무소 이름과 지역 이름에 ‘청수’가 함께 들어간다. 한자는 물론 다르다. 건축사무소 이름에 들어간 ‘청수(淸秀)’는 ‘맑고 빼어난 건축’을 하라는 염원을 담았다. 청수 곶자왈은 청수건축이 있는 곳과 멀지 않다. 곶자왈엔 반딧불이가 춤을 춘다. 자연이 살아 있다. 그가 일하는 청수건축도 그런 느낌이다. 자연 그대로인 상태에 작
은 건물이 얹힌 느낌이다. 건물은 반듯해야 하는가?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땅을 포장하는 게 맞을까? 이런 생각은 청수건축에서는 접어야 한다. 제주도가 고향이지만 제주지역 내에서 따진다면 청수리가 고향은 아니다. 청수리는 그의 작업공간이되었고, 조만간 그의 고향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있다. 육지에서 건축활동을 하다가 내려온 곳에서 작은 건물을 짓더라도 그의 작품을 남기려 한다.
- 청수리는 조용한 마을이다. 요즘 이 일대는 개발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마구잡이 개발보다는 청수리처럼 조용함을 유지하는 게 좋은데, 개발을 바라보는 측면과 고전적인 제주 풍광을 간직하는 마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
영어교육도시 개발로 청수리를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대규모 개발은 대정읍과 안덕면이 많다. 한경면에서 볼 때는 씁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건축을 할 땐 조경이나 자연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아버지 영향도 있고 내 건축 철학도 그렇다. 대부분 건축주들은 집을 먼저 짓고, 나머지 땅에 조경을 한다. 나는 거꾸로 조경을 먼저 구상하고 나머지 땅에 어떻게 조화로운 건물을 지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고 시공하는 순서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로 밀고 개발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 도시개발을 할 때 지도를 펼쳐놓고 여기는 공동주택, 여기는 단독주택, 여기는 상업시설, 이런 식으로 선형개발을 한다. 그런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자연적 요소가 중요한 토지 개발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수리는 곶자왈로 유명한 곳이고, 자연을 훼손할 때는 직접적인 개발 위주의 설계보다는 자연을 더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고 본다. 큰 땅이 있으면 조금씩 하는 건 어떨까. 자연을 놔두고 조금씩 개발하면서 연결하는 방식을 시도해봤으면 한다. 지금처럼 도시를 만드는 방법과 순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어떻게 하면 덜 변하면서 본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일단은 대규모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교육도시 2차 개발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한다. 자연이 변형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게 있다. 도시개발을 하면서 거대한 숲과 초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토목공사를 하고 건물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공원으로 지정된 부지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원래의 자연을 놔두면 그게 공원이고 자연인데, 그걸 밀고 다시 나무를 심는다.
- 사회에서 인식하는 건축가, 행정에서 인식하는 건축가는 어떻다고 보나.
2004년 유럽에 배낭여행 갔을 때를 아직도 잊지못한다. 건축 전공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어갔는데 건축 전공이라고 하니까 표정이 달라지고 그냥 무료입장이더라.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설계사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행정에서 바라보는 것은 인허가 절차를 대행해주는 역할을 하는 건축업자로 보는 것 같다. 시민들이 보는 눈은 다양한데, 건축가로서 역할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 청수 지역에서 활동을 하니까 제주도의 가치를 더 느끼고 있을텐데, 제주도라는 땅 자체가 가지는 중요성은 뭐라고 생각하나.
제주도는 도심과 농어촌이 복합된 도시이다. 제주도만큼 사람들이 살기 좋고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는 많지 않다. 도심에서는 도심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여유로운 전원생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심도 느끼면서 자연도 느낀다. 자연을 최대한 지키고,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주도에서 나오는 모든 재료들, 나무와 돌 등을 잘 활용하고, 건축에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그걸 잘 고민해야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
- 풍토랑 연관이 될까.
그렇다. 건축물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육지 건축가들이 제주에서 활동하면서 금속 재질을 많이 쓰는데, 3~4년 지나면 녹슬어서 흉물이 되곤 한다. 노출 콘크리트를 잘 쓰는 건축가가 작품을 만들었는데, 얼마 전에 가보니 까맣게 때가 탔더라. 당시에도 제주엔 노출 콘크리트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있다고 말했는데, 청소를 하면 된다고 하더라. 사실상 그건 쉽지 않다. 타 지역 건축가가 제주에서 설계하려면 제주에 오래 있던 건축사랑 협업해야그나마 부작용이 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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