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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물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게 지역성”

제주한라병원 2023. 1. 31. 14:25

비즈니스센터

 

[나는 제주건축가다] <12> 가정건축 박경택

 

 건축가 박경택...
 
제주도 사람인데, 그는 이주민이란다. 부모의 고향은 제주시 한림읍. 태어나자마자 서귀포로 이동, 중학교 때 제주시 용담동으로, 대학을 나와서는 서울에서. 고향을 다시 밟은 건 10여 년 전인데, 제주 시내에서 최고의 도심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시 신시가지에 눌러앉았다. 그러다 보니 그는 제주 도내에서도 이주민으로 자처한다.
사람은 한곳에 안착하는 정주인의 삶도 있지만,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목민, 즉 노마드의 삶도 있다. 어느 형태 혹은 어느 방식의 삶이 옳거나 그르거나 하진 않는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의 안착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한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해보는 노마드적인 삶도 재밌지 않을까. 그에겐 그나마 오래 산 곳이 용담동이다. 용담동은 ‘정착민’이 아닌, 고향이 서로 다른 이들이 많다. 그는 노마드적 인간들이 오가는 용담동이 새로운 해안의 모습이길 꿈꾼다. 마치 ‘부산 해운대’처럼.  

   

국토정보공사

- 지역성을 해석하는 건 사람마다 좀 다를 텐데, 제주에 맞는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성을 말할 때 좋든 싫든 주변 경관의 현재를 존중해야 할 것 같다. 자연 경관이 우수한 땅이라면 자연과의 관계, 도시 지역이면 도시와 건축물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게 지역성이 아닐까?

예전에 제주 건축의 지역성을 논할 때 지붕에 송이를 얹는 등 재료로 표현하곤 했다. 현재의 제주는 도시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제주의 모습을 보면서 지역성에 대한 담론도 변화가 필요할 때다.

 

 

 

 

 

- 제주도의 전반적인 땅의 가치는 어떻다고 보나?

 

한마디로 제주만의 자연풍광이 아닐까. 우리나라 타 지역 중에 개인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꼽는 곳은 경남 진주다. 역사적인 진주성과 남강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얘기가 된다. 제주는 역사문화 자원은 적지만 자연 경관은 너무 뛰어나다.

최근 10년 동안 벌어진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과 주민들의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을 원풍경으로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신제주를 예전의 과수원으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이곳은 도시적 관점에서 리뉴얼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와 달리 제주시 원도심은 1990년대에 정체되어 있으면서도 제주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 제시가 필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새로 생겨난 삼화지구는 다르다. 여기는 도시가 완성되는 지역이다. 아쉬운 건 화북 상업지구이다. 도시를 꼭 팽창시켜야 하는지, 아쉽다.

 

 

- 공공건축가로도 활동을 하는데, 공공건축가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크게 자문 역할과 기획 업무이다. 자문 역할은 각종 공공건축에 대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당 시설의 기능, 프로그램, 설계비용, 설계기간, 공사기간 등에 대한 자문이다. 제주에서는 공공건축가제도가 2020년부터 시작됐으니 몇 년 후엔 공공건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

 

 

- 공공건축가로서 역할도 많이 하고 있는데, 건축가들의 사회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은 건축을 풀어나가면서 건축의 관계성과 공공성을 위해 건축주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땅과의 관계와 그 건축이 놓일 마을과 주변 경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건축가의 모든 작업이 건축적 이론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쩌면 많은 건축 작업들이 임대 수익을 위한 건축이거나, 분양 수익을 위한 작업일 수도 있다. 건축가들은 그러한 자본의 논리와 더불어 제주의 미래가치를 위해 건축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건축의 기본적인 미적기능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건축 행위는 장식적이어야 하나, 아니면 삶에 더 가까워야 하는가?

 

다양성 존중이 중요한 것 같다. 아울러 관계성도 중요하다. 도시에 어떤 건물을 끼워넣기도 하고, 중산간 오름 근처나 해안에 건물을 놓기도 한다. 도심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끼워넣기’이며, 자연경관이 우수한 장소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얹는 행위’이다.

‘얹는 행위’는 자연 경관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도심에 ‘끼워넣기’는 도시맥락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에 아라리오미술관이 들어설 때 건축물의 색상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가로 경관에 변화를 주어 싫지 않다. 건축가의 영감과 이론적 바탕으로 건축과 도시가 구축될 수도 있지만, 기존 도시의 현상을 존중하면서 어떠한 건축적 담론을 추구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