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 무죄라고 외쳐
저녁이 되자 죽은 자의 영혼들은 범선을 타고 정의의 전당으로 향해
2구역을 무사히 통과하고 3구역 입구에 도착하자 영혼은 모두 내리고
따오기 머리 토트 신은 오시리스가 있는 곳으로 둘을 안내하는데
세트나와 세오시리스의 바는 문 양쪽으로 꽈리를 틀고 있는 여섯 마리의 큰 뱀 사이를 지나 제1구역으로 들어갔다. 협곡 사이로 난 희미한 죽음의 강을 따라 한 무리의 신들은 황금 밧줄로 범선(메세크테트)을 묶어 끌고 있었다. 하루의 저녁이 시작될 때면 하루 동안 죽은 사람들의 모든 카들이 태양신 라의 범선을 타고 오시리스의 정의의 전당(법정)으로 향하는 것이다. 범선을 따라 밤의 제2구역 문에 당도하니 문 양쪽으로 높은 담이 있었고 그 위로 날카로운 못들이 있어 아무도 넘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우람한 문이 열리니 큰 뱀들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데 숨을 내쉴 때마다 불과 독이 쏟아져 나왔다. 라의 범선에 승선한 모든 유령들은 마법의 주문을 외움으로써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제2구역은 라의 왕국이었다. 이곳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을 다스렸던 라와 많은 신들과 영웅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의 주위에는 밀과 보리와 온갖 열매를 맺게 하는 곡식의 요정들이 늘어서 있었다. 라의 범선에 승선한 유령 중에서 그 땅에 발을 딛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하세계 두아트의 제3구역 아멘티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멘티에는 오시리스의 정의의 전당(법정)이 있었다.
라의 범선이 제3구역에 당도하자 죽은 자들의 영혼은 오시리스의 정의의 전당 입구에서 내렸다. 영혼들이 내린 후 범선은 죽음의 강을 따라 항해를 계속했다. 9개의 밤의 지역들을 전부 통과한 후 태양신 라가 빠져 나오면 동이 트고 지상을 비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밤의 제10구역에 숨어서 라를 집어삼키려는 아포피스와 싸워 이기지 못하면 태양은 떠오르지 못하게 된다.
세트나와 세오시리스의 바는 유령들이 내린 정의의 전당 위를 날아다녔다. 유령들 중에는 세트나와 세오시리스가 보았단 장례식의 두 주인공,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도 있었다.
“멈춰라! 나의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 수문장이 이렇게 외치자 두 유령은 장례식 때 교육받은 대로 말했다.
“심장을 읽을 수 있는 자, 신체를 찾는 자가 당신의 이름이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거냐?” 수문장이 이렇게 질문하자 그들이 대답했다.
“제가 왔다고 두 땅의 통역관에게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땅의 통역관은 누구냐?”
“지혜의 신 토트입니다.”
대답을 무사히 마치자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의 카는 그 문을 통과하여 비로소 오시리스의 법정에 들어갔다. 법정에는 토트 신이 있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너는 왜 이곳에 왔지?”
“저는 안내를 받기 위해 왔나이다.”
“네가 지은 죄는?”
“저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너를 안내할까? 천장은 불이요, 벽은 살아 있는 뱀이요, 도로는 물인 그분에게로 안내할까?” 토트 신이 이렇게 묻자 둘은 다시 대답했다.
“네, 저를 그분에게로 인도해 주십시오. 그 분이 바로 오시리스니까요.”
대답을 들은 따오기 머리를 한 토트 신은 오시리스가 있는 곳으로 둘을 안내했다. 지하세계의 왕 오시리스는 홀과 지팡이를 가슴에 안고 머리에는 왕관 우라에우스를 쓴 채 보좌에 앉아 있었다. 몸은 옷 대신 죽은 자의 미라를 덮는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오시리스의 앞에는 거대한 저울이 있었다. 자칼의 머리를 한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앞으로 나와 카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아누비스는 저울 한 쪽에 진리의 깃털을 올려놓고 다른 한 쪽에는 사자의 심장을 올려놓아 죄를 판단하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의 카는 자신의 심장이 저울에 올려지기 전에 자신의 무죄를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순수합니다. 나는 순수합니다. 나는 순수합니다. 나의 순수는 헬리오폴리스의 오벨리스크에 사는 불사조 베누 새와 같습니다. 나는 아무런 죄도 없이 이곳에 왔습니다. 나는 진실에 의지하여 살았습니다. 나는 신들을 만족시켰습니다. 가난한 이에게는 빵을, 목마른 이에게는 물을, 벗은 이에게는 옷을, 강을 건너지 못하는 이에게는 배를 주었습니다. 나는 신들에게 공물을 바쳤고, 고인들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러니 나를 ‘영혼을 삼키는 자’ 아포피스에게서 구해 주십시오. 아테프 왕관의 주인, 위대한 신 오시리스여! 나를 지켜주십시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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