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후 세계에 대한 호기심 강해
세트나가 부자의 호화로운 장례 행렬을 부러워 하자
오시리스 정의의 전당에선 전혀 중요치 않다고 설명
고대 이집트 신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죽음’을 바라보는 당시 이집트인들의 자세나 관점이다. 그들은 죽음과 삶, 내세와 현세의 생활, 부활을 위한 심판, 우주의 질서와 체계를 상형문자(Hierographics)라는 독특한 문자로 기록해두었다. 이 문자를 통해 전해진 사후 세계의 구체적인 체계는 매우 흥미로우며 이러한 바탕위에 불가사의한 피라미드와 미라가 만들어진 것이리라. 이번 호부터는 죽은 자들의 세계라는 두아트와 오시리스의 법정이 운영되는 절차 등을 따라가보자.
에티오피아 마법사와의 대결 이후 어느날, 세오시리스와 그의 아버지 세트나 왕자가 궁궐 밖에 나와 장례식 행렬을 구경하게 되었다. 첫 번째 장례식 행렬은 부유한 이의 장례식이었다. 미라 처리된 시신은 금박을 입힌 관에 안치되어 있었다. 하인들과 문상객들이 관을 장지로 날랐다. 관이 무덤에 도착하자 사제들이 앞뒤를 따라 걸으면서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죽은 자가 ‘죽은 자들의 세계’인 두아트로 여행할 때 필요한 주문들을 낭송했다.
두 번째 행렬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가난한 농부의 장례식이었다. 투박한 나무로 된 관을 두 아들이 메고 운반하는 것이 보였다. 첫 번째 장례 행렬과는 달리 초라한 관이 지나가고 미망인과 며느리만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두 개의 장례식 행렬을 지켜보던 세트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의 운명도 저 부유한 귀족처럼 되었으면 좋겠어. 농부의 장례식은 너무 초라하구나.”
세트나의 말을 들은 세오시리스가 말했다. “그 반대입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께서 부자보다는 가난한 농부의 운명처럼 되길 빌 거에요.” 아들의 말을 듣자 세트나의 얼굴빛은 금새 어두워졌다. 하지만 세오시리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서 보시는 것은 죽은 뒤 오시리스의 정의의 전당(법정)에서 벌어지는 것에 비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아버지께서 저를 믿으신다면 제가 그것을 보여드릴게요. 저는 모든 문을 여는 마법의 주문을 알고 있거든요. 아버지의 영혼 바와 저의 영혼 바를 방사시켜서 죽은 자들의 세계인 두아트에 날아가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기로 해요. 살아서 나쁜 일을 많이 한 부자의 운명과 착한 일을 많이 한 가난한 농부의 운명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되실 거에요.”
세트나는 두아트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었으나, 아들 세오시리스의 말을 믿고 같이 가 보기로 했다. 그는 우선 아들을 따라 오시리스 신전의 성소로 갔다. 왕족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성소 안에 들어서자 세오시리스는 오시리스의 동상 둘레와 삼나무 목재가 타고 있는 제단 둘레에 원을 그린 후 자신의 둘레에도 같은 원을 그렸다. 그리고는 제단 위의 불길에 이상한 가루를 세 차례 던지니 불길이 제단에서 일어나 떠돌아 다녔다. 다른 주문을 하나 더 외우자 온 신전이 흔들리고 불길이 제단 위에서 높이 타오르는가 싶더니 곧 꺼져 버렸다. 곧 무거운 정적과 어둠이 세트나를 감싸왔다.

세트나는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자신의 몸이 저만치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들 세오시리스의 몸도 제 몸 옆에 서 있었다. 그는 그것이 제 몸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세오시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저를 따라오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라의 태양이 이집트를 비추는 것을 다시 보려면 아침이 되기 전에 돌아와야만 하거든요.”
세트나가 몸을 돌리니 그곳에는 큰 새 한 마리가 있었다. 황금색 깃털을 가진 이 새는 세오시리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영혼 바의 모습이었다. 세트나와 아들은 황금 날개를 퍼덕여 하늘로 올랐고 열려있는 신전의 지붕을 통해 화살보다 빠르게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어둠이 이집트를 덮고 있는 가운데 서부 사막의 산악지대에 있는 아비도스 협곡을 따라 한 줄기 붉은 석양빛이 비치고 있었다.
협곡을 따라 그들은 밤의 제1구역을 향해 날아갔다. 발 아래에 해가 진 후 날마다 두아트로 여행을 시작하는 라의 범선 메세크테트가 보였다. 범선은 화려하게 꾸며져 에메랄드와 황금, 자수정과 터키석 등에 눈이 부셨다. 두아트의 거대한 문은 환히 열려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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