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 두 형제를 배신한 부인들 ② -
아내의 거짓말을 믿고 칼을 들고 외양간으로 간 형 안푸
외양간에 숨어 있는 형을 보고 멀리 달아나는 동생 바타
형수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바타는 얼른 형수를 밀어냈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형수님. 나는 지금껏 형수님을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형을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 말은 다시 듣고 싶지 않습니다.” 바타가 화를 내자 안푸의 아내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바타가 계속 말했다. “이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절대 비밀로 간직할 테니 형수님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 주세요.” 바타는 이렇게 말하고 들판에서 기다리는 형에게로 급히 달려갔다.
집에 남은 안푸의 아내는 바타가 자신을 거부한 것에 화가 났다. “어떻게 바타가 나를 거부할 수가 있지?” 또 그녀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바타가 남편에게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비밀로 한다고는 했지만 말이야. 그래! 바타만 믿고 있을 수는 없어. 만에 하나 바타가 형에게 이 일을 발설하면 화가 난 남편이 나를 죽일지도 몰라.” 하루 종일 집에서 꾀를 생각하던 안푸의 아내는 거꾸로 동생 바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로 작정했다.
저녁이 되자 평소처럼 안푸는 먼저 집에 돌아오고 동생 바타는 가축들과 뒤에 남았다. 집에 돌아온 안푸가 보니 집안에는 불이 전부 꺼져 있었다. 아내는 평소처럼 안푸를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흐느끼고만 있었다. 안푸가 걱정스레 아내를 보니 옷은 찢겨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뭔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여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누가 집에 왔다 갔었소?”
안푸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바타의 형수는 남편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우는 척했다. 한참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동생밖에 누가 더 있겠어요? 바타가 아까 집에 와서는 나를 유혹하려 하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나는 너를 어머니와 같이, 형은 너를 아버지와 같이 대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꾸짖었어요. 그러자 바타는 도리어 화를 내며 나를 때리고 이렇게 옷을 찢어 놓은 거예요.”
바타는 아내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활화산처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내는 남편의 안색을 살피며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요? 바타를 죽이든지 나를 죽이든지 해 주세요. 나는 바타와 한 집에서 살 수 없으니까요.”
안푸의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더욱 슬프게 우는 척했다. 안푸는 아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믿고 분노로 몸을 떨며 칼을 빼어 들었다. 바타를 죽이기 위해 외양간으로 간 안푸는 아직 동생이 돌아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가축들 사이의 어두운 곳에 몸을 숨겼다. 동생이 들어오는 순간 단칼에 목을 베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가축을 모아 집으로 돌아오는 바타가 보였다. 평소처럼 그의 어깨에는 건초더미가, 손에는 우유가 들려 있었다. 집에 도착한 바타는 소들을 먼저 외양간에 들여보냈다. 그런데 외양간에 처음으로 들어간 황소가 숨어 있는 안푸를 발견했다.
손에 칼을 들고 살기를 번득이며 숨어 있는 안푸를 본 소는 바타에게 위험을 경고하며 음메하고 울었다.
“바타야! 도망가. 달아나. 빨리 달아나란 말이야. 너의 형이 여기 숨어서 너를 죽이려 해.”
가축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던 바타는 소가 하는 말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는 바타에게 두 번째로 외양간에 들어간 황소가 음메하고 울었다.
“큰일이다! 바타. 빨리 피해!”
두 번째 황소의 경고를 들은 바타는 비로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외양간 문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손에 칼을 든 안푸가 숨어 있었다. 바타는 들고 있던 짐들을 내던지고 급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푸 역시 외양간에서 뛰쳐나와 칼을 빼들고 동생의 뒤를 맹렬히 쫓았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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