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5백년전 영혼을 가진 마법사와 대결하는데…
편지 내용이
모두 들어맞자 에티오피아 마법사는 용서를 구하는데
이집트 파라오를 욕되게 한 영혼과 누가 더 강한지 가리자며 대결
격렬한 불길이 사그라들자 파라오 앞에 한 줌 재만 덩그러니 남아
에티오피아에서 온 마법사의 편지 속 내용을 속속들이 알아맞혀나가던 어린 세오시리스가 말을 이어갔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에티오피아 왕은 마법사 수장을 불러 이집트에 복수하라고 했으나, 토트 신의 마력에 막혀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답니다. 그 후 세 차례나 더 이집트에 불려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매질을 당한 에티오피아 왕은 잘못을 뉘우치고 선한 신 파라오 앞에 충성을 맹세하였습니다. 마법사 수장 트나시트는 에티오피아 왕으로부터 저주의 말을 들으며 궁에서 쫓겨나야 했지요. ‘너는 평생 동안, 아니 죽어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리라. 이집트와 파라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켐의 마술보다 더 강한 마술을 찾을 때까지......’”
트나시트가 그의 왕으로부터 저주의 말을 들으며 궁에서 쫓겨났다는 부분까지 얘기하던 세오시리스는 다시 에티오피아의 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에티오피아 마법사여.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이 당신이 가지고 있는 편지의 내용이지 않은가? 사실대로 말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몬 라가 당신을 파멸시킬테니까.”
거만했던 에티오피아 인은 마침내 무릎을 꿇고 세오시리스에게 대답했다. “위대하신 마법사여! 이 편지에 쓰여진 내용 그대로입니다.” 파라오는 에티오피아 마법사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지금부터 네가 가지고 있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어보거라.”
에티오피아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개봉하여 파라오와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낭독했다. 편지 안에 있던 글은 세오시리스가 말한 내용과 하나도 어긋나지 않았다. 편지를 다 읽은 후 에티오피아 마법사는 비굴하게 말했다. “전능한 파라오시여! 이집트의 왕, 에티오피아의 주인이시여.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시고 제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세오시리스가 얼른 말을 받았다. “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파라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 마법사의 몸 안에 그 옛날 에티오피아 마법사의 영혼 바가 들어 있습니다. 저자가 바로 5백년 전 이집트 파라오를 욕되게 한 바로 그 마법사입니다. 이 자가 이렇게 찾아온 이상 이집트의 마법과 에티오피아의 마법 중 어느 것이 더 센지 결말을 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세오시리스의 말을 들은 파라오 람세스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손자 세오시리스에게 왕권을 상징하는 홀을 대면서 말했다. “대마법사 세오시리스야, 5백년 전 이집트의 대마법사 케르헵이 시작한 싸움을 이제 끝내거라.” 그리고 거대한 에티오피아인에게 말했다. “남방의 검은 개! 네가 이집트의 마법과 겨룰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보여주거라.”
에티오피아 마법사는 방금 전까지 굽신거리던 태도를 확 바꿔 파라오를 향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방의 흰 개야. 너에게 도전하나니, 나는 너를 지금 당장 없애 버릴 세트의 마법을 가지고 있다. 영혼을 삼키는 아포피스가 너의 영혼 바를 가지고 잔치를 벌일 것이다.” 마법사는 가지고 있던 두루마리 편지를 흔들더니 큰 기합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파라오의 의자 앞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뱀 한 마리가 갈라진 혀를 낼름거리며 나타났다.
눈앞에 쉭쉭거리는 뱀을 본 파라오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세오시리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자약했다. 그가 손을 들어올려 뱀을 가리키자 뱀은 벌레처럼 작아졌다. 세오시리스는 두 손가락으로 그 벌레를 집어들어 창 밖으로 태연하게 내던졌다.
세티오피아 마법사가 크게 울부짖으며 팔을 내두르고는 주문을 외우자 갑자기 어두운 구름이 홀에 내려왔다. 순식간에 궁궐은 무덤 속처럼 깜깜해져 사람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세오시리스는 이번에도 깔깔 웃더니 그의 손바닥 안에 어둠을 거두어 들여 꾹꾹 눌렀다. 어두운 구름은 나일 강에 흔하게 널린 작은 공처럼 변했고 그는 공을 역시 창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세 번째로 에티오피아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자 격렬한 불길이 금방이라도 파라오와 옆에 있는 신하들을 태워 버릴 듯이 타올랐다. 세오시리스는 이번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불길을 향해 입으로 바람을 후우 불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마법사를 태우기 시작했다. 불길이 가라앉고 나자 파라오 앞에는 한 줌의 재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세오시리스는 조용히 기원했다. “안녕, 트나시트의 아들이여. 그대의 영혼 바가 어딘가에 영면하기를……. 그리하여 이집트와 이집트의 선한 신 파라오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를…….”
사진출처
New York Public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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