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야기 - 세트나의 아들, 세오시리스 ①
에티오피아인 ‘이집트 마술 보잘 것 없다’ 도발
토트의 마법서를 훔쳤다가 큰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반성한 세트나가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네페르카프타의 미라 옆에 그의 부인과 아들의 시신을 합장해줌으로써 평온을 되찾고 난 뒤의 이야기다.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아들인 세트나에게도 총명한 아들이 있었다. 람세스 2세의 손자이기도 한 세오시리스(Se-Osiris, 오시리스의 선물)였다. 세오시리스는 12살에 이미 이집트 최고의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람세스 2세와 왕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테베의 궁전홀에 재상이 들어와 말했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지금 키가 엄청나게 큰 에티오피아 사람이 찾아와 파라오와 이야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사악해보이는 그 자는 에티오피아 마술에 비해 이집트의 마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옵니다.” “그자를 들여보내라!” 파라오가 명령하자 곧 어마어마하게 큰 에티오피아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파라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집트의 파라오시여. 지금 내 손 안에는 밀봉된 편지 하나가 있소이다. 이 편지를 뜯지 않고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 알아맞혀 보십시오. 아무도 알아맞히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이집트의 마술이란 매우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전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집트의 파라오인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파라오는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현명한 아들 세트나를 불렀다. 하지만 세트나도 편지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이 야만인을 우선 가서 쉬라고 하시옵소서. 그리고 다음 어전 회의가 열릴 때까지 궁전 귀빈실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게 하소서. 그때까지 소자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술사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파라오가 허락했다.
세트나는 그날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토트 신의 비밀 문서를 읽은 그는 이집트 내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노련한 마술사로 알려져 있었으나 도무지 밀봉된 편지의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 계속하여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고민하는 남편을 보니 세트나의 아내도 걱정이 되었다. 아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자 세트나는 궁궐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곁에서 이야기의 전말을 듣던 아들 세오시리스는 웃음을 지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신들께서 이집트에 큰 영광을 주시려는 거예요. 제가 거만한 에티오피아의 왕과 신하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뜯어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얘야, 네가 마술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나라의 중요한 일이다. 정말 파라오 앞에서도 편지 내용을 말할 수 있겠느냐?”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방 안으로 들어가서 글을 하나 써오십시오. 그 편지를 잘 밀봉한 후 가져오시면 제가 내용을 맞혀볼게요.” 세트나는 정말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잘 봉해진 편지 한 통을 들고 나왔고, 세오시리스는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틀리지 않고 맞혔다.
다음 날 아침 파라오 람세스 2세는 어전 회의를 개최하였다. 모든 신하들이 모인 가운데 에티오피아 마법사가 홀에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그는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더니 파라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늉만 했다. “이집트의 파라오시여. 당신의 마법사들에게 이 안에 쓰인 내용을 알아맞혀 보라고 하시오. 아니면 에티오피아의 마법이 이집트의 마법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하시든가.”
파라오 람세스 2세는 무례한 에티오피아 마법사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세트나에게 말했다. “나의 아들, 세트나야. 너는 이집트에서 제일가는 마법사 아니냐? 어서 편지를 읽어 이 뻔뻔한 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어라. 이 자가 사신만 아니라면 당장 매를 들어 때려주고 싶구나.”
“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선량한 신 파라오 람세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이런 자에게는 저와 같은 마법사가 아니어도 상대할 사람이 많사옵니다. 이제 불과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저의 아들 세오시리스도 저자의 편지를 읽을 정도의 마력은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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