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야기 - 토트의 서(書) ⑤
타부바의 매력에 빠진 왕자가 사랑을 고백하자…
첫 번째 게임에서 패한 세트나 왕자의 발목이 땅에 묻혀 꼼짝달싹 못하게 된 상태에서 네페르카프타가 말했다. “자, 이제 두 번째 시합을 하자꾸나.”
왕자는 두 번째 게임에서도 패배하였다. 네페르카프타가 다시 주문을 외우니 세트나 왕자는 더 깊숙이 땅 속으로 꺼져 이번에는 엉덩이까지 땅에 잠긴 상태가 되었다. 왕자는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세네트 게임에서 지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세 번째 게임을 하는 동안 세트나 왕자의 호흡은 거칠고 빨라졌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지혜와 작전을 써 게임에 임했지만 지고 말았다. 네페르카프타가 다시 주문을 외우니 왕자의 턱까지 땅에 잠기게 되었다. 이제 한 번만 더 게임에서 진다면 물이 아닌 땅 속에 빠져 죽게 될 운명이었다.
마지막인 네 번째 세네트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세트나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술을 써서 게임을 하였으나 전세는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패배를 확신한 그는 프타 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졌다. 이 목걸이에는 멤피스의 창조신 프타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트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프타 신에게 기도했다. 기도를 들은 프타 신은 즉시 마법을 풀어 그가 땅 속으로부터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지체없이 토트 신의 마법서를 낚아챈 후 달아났다. 통로가 칠흑처럼 어두웠지만 어떤 등불도 필요치 않았다. 토트 신의 마법서가 그의 앞길을 밝게 비추어주었기 때문이다.
세트나가 토트 신의 마법서를 가지고 달아나자 아흐웨레의 카(영혼)는 울상을 지으며 탄식했다. “맙소사, 이제 내 남편의 마력은 다 사라져 버렸구나.”
네페르카프타가 말했다. “슬퍼하지 마시오, 부인. 저자는 토트 신의 마법서를 들고 다시 이곳에 찾아와 용서를 빌 것이오.”
무덤을 빠져나오자 마자 주문을 외워 문을 닫아버린 왕자는 궁궐로 돌아와 람세스 2세에게 모든 일을 소상히 고하고 프타 신의 목걸이를 바쳤다. 람세스가 말했다. “네가 평화적으로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니 유감이구나, 아들아. 토트 신의 비서를 다시 네페르카프타의 무덤에 가져다 놓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에게 커다란 슬픔과 불행이 찾아올 것이다.”
왕자는 람세스의 충고를 듣는 둥 마는 둥하고 거처로 돌아와 매일 토트 신의 마법서를 읽고 책에 쓰인 주문들을 연구하는데 몰두했다. 이따금 그는 그 책을 프타 신전에 가져가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신전 기둥에 기대어 마법서를 읽던 세트나는 잠시 눈을 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가 지금껏 보아온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52명의 소녀들의 수행을 받으며 신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금빛 허리띠로 날씬한 몸을 두르고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쓴 그녀는 프타 신의 조상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공물을 바쳤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혹된 세트나는 곧 그녀의 이름이 타부바란 것을 알아냈다. 그녀는 멤피스 북방에 위치한 도시 부바스티스의 고양이 여신 바스트 신전 대제사장의 딸이었다.
타부바를 보자마자 마치 사랑의 여신 하토르가 그에게 마술을 건 것처럼 세트나는 모든 일을 잊어버렸다. 심지어 토트 신의 마법서까지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녀를 소유하겠다는 간절한 염원만을 간직하게 되었다.
“왕자님이 나를 원하신다면 왕자님의 뜻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나를 만나시려면 부바스티스 교외 사막에 있는 저의 집으로 남몰래 오셔야 합니다.”
세트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녀가 사는 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녀의 집은 담이 높고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 딸려 있었다. 타부바는 왕자를 달콤한 말로 환영하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황금 잔에 포도주를 담아 대접했다.
왕자가 사랑을 고백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기뻐하세요, 사랑하는 왕자님. 나는 왕자님의 아내가 될 운명이랍니다. 그러나 나는 보통 여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바스트 신의 딸이랍니다. 나에게 경쟁자가 있는 것은 견딜 수가 없어요. 저와 결혼하려면 우선 현재의 아내와 이혼하고 당신의 자식들은 죽여서 바스트 신전의 고양이에게 던져 주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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