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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제주' 꽃피울 기획력과 연출력 절실

제주한라병원 2019. 3. 28. 13:39


‘문화관광 제주’ 꽃피울 기획력과 연출력 절실



문화자원은 관광의 꽃 

제주도 관광은 지나치게 경관에 매몰돼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가 하와이나 그 어떤 관광지보다 아름답다는 예찬론이 넘쳐나기도 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200만을 넘어섰는데, 관광객 형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국인이 주를 이루며 외국인의 경우는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왜 유럽이나 미주 등 이른바 잘 사는 나라에서는 제주 관광을 외면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화관광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세계 유수의 관광지를 보면 공통점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이다. 오랜 역사를 품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해 있고 그 안에서 생동감 있는 축제들이 수시로 펼쳐진다. 그 지역 특유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질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문화관광이 갖는 강점이다.

그런데 국제관광지라는 제주에는 과연 어떤 관광 상품들이 존재할까? 경관 중심에다 그 경관을 잇는 올레관광 정도가 아닐까? 관광 본연의 속성 가운데 하나인 문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문화자원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비록 유형의 거대한 문화유적은 없으나 섬 속 깊이 숨겨 온 주옥같은 신화와 자랑스러운 탐라천년의 역사 등 무형의 자원들이 있다. 또한 마을마다 작지만 큰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이러한 문화자원은 어떻게 이어나가고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제주인의 자부심이 살아나고 관광의 질과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

억지 춘향식으로 눈앞에 드러나는 건축물 같은 것을 지을 수도 없고 지어서도 안 되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민속축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마을마다 남아있는 당신앙에 대한 이야기나 탐라신화와 역사 등을 잘 포장해서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 곳곳에서 서로 다른 축제가 1년 내내 화려하게 펼쳐지는 것을 상상해 보자. 제주는 문화관광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민속축제를 육성해야!

민속축제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다. 그런 만큼 민속축제는 그 소재나 표현방식이 독특하다. 지구촌의 모든 지역은 나름의 문화적 궤적을 지니고 있다.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고 생태환경이 다른 만큼 살아가는 방식이나 언어, 그리고 종교의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섬과 대륙이라는 환경적 여건이 빚어낸 문화적 특성이 확연하게 다르듯 모든 지역이 유사한 점은 있을지 모르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구별된다. 민속축제는 이러한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민속축제를 비롯한 문화적 요소는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주민들의 기질과 자부심으로 나타난다. 문화현상은 일반 상품이나 문명의 이기와는 달리 그 가치를 두고 높고 낮음을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민속축제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총체예술로서 무한한 관광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 강가에 수십만 인파가 모여 연출해내는 생과 사에 대한 종교의식의 축제, 브라질의 광기 어린 삼바축제, 일본의 마을 곳곳에서 행해지는 마쓰리, 유럽의 고풍스런 축제들은 누구나 동경하는 관광의 대상이다.    

   


민속축제자원의 보고 제주

탐라신화는 훌륭한 민속축제 소재이다. 탐라신화를 소재로 한 축제를 만든다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생명의 여신 삼승할망, 바다를 풍요롭게 하는 영등할망, 농경을 관장하는 세경할망 등은 모두가 여성신이다. 이 여성신을 테마로 한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전통축제는 일반적으로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신께 먼저 제사를 드리는 의식과 이후 주민들이 서로 어우러져 화합하며 즐기는 대동제 형태로 펼쳐진다. 축제에는 원색적이고 화려한 의상과 가면이 등장하며 음악에 맞춰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이내 길거리로 이어지는 축제는 외부인이든 주민이든 모두 하나가 되는 화려한 축제행렬로 바뀐다. 이른바 거리축제가 그것인데 이러한 형태의 거리축제는 동서양 모두 비슷하다. 

과거 제주에서도 신나는 거리축제인 걸궁이 마을마다 펼쳐졌었다. 걸궁은 지금의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하게 연출되는 농악놀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걸궁이야말로 제주에밖에 없는 거리축제였다. 대감, 포수, 거지, 도깨비 등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꽹과리와 장구, 징이 펼쳐내는 리듬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고 마을을 돌아다니던 것이 걸궁이다. 가가호호를 돌며 긴 대나무 막대기로 쑤셔대는 행위는 잡귀를 물러나게 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걸궁은 축제 중의 축제였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등 근대화 바람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걸궁놀이는 제주다운 축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그 형태를 복원해서 지켜나가야 할 제주의 보물이다. 이 걸궁놀이와 신화적 테마를 연결한다면 정말 멋들어진 전통축제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소재는 탐라왕국과 관련된 축제다. 고량부 삼성신화를 테마로 한 축제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발상이라 여겨진다. 이 또한 가장행렬을 중심으로 한 거리축제 형태다. 고량부 삼성의 행렬과 벽랑국 공주의 가장행렬을 중심으로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사, 그리고 현재까지 잇는다면 제주의 역사가 명쾌하게 조망되는 민속축제가 탄생하지 않을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이를 포장할 수 있는 기획력과 연출력이 절실할 따름이다.     



<송정일 전 JIBS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