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전략 ‘플랜B’도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 연내 서울 답방 사실상 무산
청와대 구상 종전선언·비핵화협상 일정 차질
답방카드 ‘폐기’ 아니 내년 1월 가능성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비핵화 최상 시나리오 불구
북한의 진정성·미국의 남한 패싱 걸림돌 여전
우산 비오기 전 준비하듯 ‘최악’도 대비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월 12일 김 위원장이 공언했던 서울 답방과 관련, “북한 내부 사정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19일, 올 들어 세 번째로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12월 1일까지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대를 거두지 못했었다.
서울 답방 무산으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던 북한 비핵화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내년 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서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과 함께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서울 답방 카드가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내 답방은 물 건너갔지만 1월 답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리고 서울답방은 가능성을 넘어 ‘실현’돼야 한다. 김 위원장의 답방 자체가 솔루션은 아니지만 60년이 넘는 분단과 대치 상황의 한반도에 평화 정착을 위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서울정상회담과 2월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진행, 비핵화 프로세스가 본격화될 수 있었으면 한다.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핵 폐기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남북한 당사자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까지 변수로 포함되는 다차원 ‘방정식’이다.
그래서 최상을 지향하면서 최악도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비핵화를 통한 남북공동 번영을 도모하면서도 ‘플랜B’도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
그 첫째는 완전한 비핵화와 상호불가침이 지켜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표를 끝까지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북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질문에 ‘네’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80%가 넘는 우리 국민들이 9·19평양선언에 만족하고 김정은 연내 답방에도 80%대의 찬성률을 보였음에도 20대 63%를 비롯, 국민 절반 정도가 “북한이 핵을 포기 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결과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부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미국 한반도 전문가 3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모두가 ‘협상을 통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비난 받고 있지만 ‘핵 보유국’이기에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고 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인정’의 증거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6월 싱가포르로 날아가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나는 김정은이 좋다.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했으며,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라고 말을 했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에겐 ‘배신의 경험’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북한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2012년 2·29합의 등 국제사회와 ‘경수로 제공과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 수차례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1·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은 ‘외교적 수사(rhetoric)’로 끝나버렸다.
따라서 가슴은 따뜻하게, 그러나 머리는 차갑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의 봄을 넘어 번영의 여름과 결실의 가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미국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플랜B’의 연장선이다. 돈 앞에 친구도, 형제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이후 ‘한미 혈맹’에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미국의 국익만을 내세우며 지구촌 독불장군으로 전락한 트럼프 대통령에겐 동맹도 우방도 없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우리 정부에 대한 한미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도 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북핵을 둘러싼 일련의 외교전 속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한반도 평화’보다 ‘미국의 안전’일 수도 있다. 즉 한반도의 정전과 평화협정·통일을 위한 기틀의 마련보다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와 대륙간탄도탄(ICBM)의 폐기인 것이다.
따라서 자칫 상황이 꼬이면 ‘남한 패싱(South Korea Passing)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이 본토에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 내 대남 무기나 전략자산 등을 묵인해주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쪽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직접적인 군사위협을 제거하고, 북한은 당장 급한 미국 중심의 경제적 지원을 얻으며 서로 ‘윈·윈’하지만 대한민국은 얻는 게 없이 들러리만 서는 격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적대적 행위 금지 등을 협약하고 행동하지만 실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전국적인 이혼 건수 11만6997건, 하루 평균 이혼한 320쌍이 처음부터 ‘원수’는 아니었다. 그들도 잘 살아가는 부부들처럼 ‘없으면 못살 듯’ 사랑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 남북 관계, 국가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거듭 최상을 지향하면서 최악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산은 비가 오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김철웅 전 제주매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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