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문명의 영화로움을 간직한 도시
페루의 수도 '리마'
◇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리마 대성당
리마는 1535년 1월 6일, 주현절에 스페인 출신의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이 도시를 ‘제왕의 도시’라고 불렀으며, 해안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무역도시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리마는 한때 전 아메리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도 ‘부유한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의 대학이 세워진 이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종교재판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1746년에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으로 인해 도시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고, 4,000여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지진을 겪은 리마는 빠른 속도로 쇠락해갔으나 점차적인 재건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도시구조와 건축물들을 갖추게 되었다. 1800년대 후반부터 교외 지역을 흡수해 도시의 경계를 확장해나가면서 재기의 조짐을 보였으나, 불행하게도 20세기 후반에 정치·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시민들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리마를 조금 벗어난 지역에는 전기와 수도도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리마는 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파손된 역사 유물들을 손보며 다시 한 번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리마는 외관이나 정서, 그리고 역사적인 면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여러 지역이 모여 조성된 도시이다. 리마 시내는 예전에 이 도시 전체가 그러했듯이 매우 인상적인 식민지풍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리마의 유서 깊은 건물들은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가 깊은 지역에서조차 보존이 힘들어 황폐해져 가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하려고 애쓰지만, 시민들의 협조가 따르지 않아 점점 유물과 유적지가 파괴되고 있다.
일단 페루의 수도 리마에 발을 디디면 스모그 때문에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단지 느낌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닌 것이, 사실 리마에는 스모그가 많다. 더군다나 해변에는 구름이 항상 낮게 깔려 있어 우울한 분위기는 배가 된다. 그 덕에 예상만큼 심하게 덥지는 않다. 교통체증이 극심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덩치 큰 버스들이 차도를 가로막고, 이에 질세라 택시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리마의 도로는 자동차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세력이 커지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이 먹이사슬에서 보행자는 가장 아래의 위치를 차지한다. 운전자들은 마치 최단시간 안에 브레이크를 파열시켜야만 하는, 혹은 연료통을 비우고 새로 채워야 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처럼 차를 거칠게 몬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리마에는 페루의 수도답게 고급문화가 꽃피었던 아름다운 잉카의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과 스페인 식민시대에 지어진 교회, 그리고 건축물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다.
고대 페루의 토기, 직물, 석상 등이 대규모로 전시된 국립 인류 고고학 박물관, 고대 페루 문화로부터 전해져 온 성(性)을 표현한 에로틱한 토기들을 포함, 5만5천여 점이 넘는 토기들이 전시된 라파엘 라르코 에레라 박물관을 비롯하여 20여 개가 넘는 박물관들이 시내 곳곳에 있다.
그리고 아르마스 공원 위에는 피사로의 유체라고 알려진 미라가 안치된 대성당이 우뚝 솟아 있고, 7만여 개의 해골과 뼈가 벽 안에 빽빽하게 담겨있는 카타콤, 손으로 일일이 조각한 천장의 조각이 아름다운 산 프란시스코 바로크 교회, 리마에서 최초로 미사가 거행된 라메르세드 교회 등 유서 깊은 교회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식민지 시대 건축의 백미라고 할 만한 토레 타글레 궁전과 카사 데 알리아가, 그리고 산 마르틴 장군이 페루의 독립을 선언한 후 머물렀던 카사 데 오쿠엔도 등 여러 명소가 리마를 품격 있는 도시로 장식하고 있다.
◇ 1746년의 지진으로 파괴되었으나 1758년에 재건한 대성당 내부 모습
◇ 구시가지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
박물관과 교회 등에서 잉카 문명과 스페인 식민시대의 역사를 보았다면 리마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차례다. 고급 주택가이자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몰려있는 신시가지 미라플로레스에 가면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숙소를 구할 수 있을뿐더러 다양한 가격대의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자갈이 깔린 해변은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아가씨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미라플로레스의 저녁 풍경은 스모그에서 해방된 발랄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흥분되고 떠들썩하여 다소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깔레 드 라스 피자스, 즉 피자 거리에서 저렴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유행의 첨단을 걷는 레스토랑과 술집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기억에 남는 밤을 보내고 싶다면 세련된 바랑코 해변으로 가 보는 것이 좋다. 바랑코 해변은 페루의 밤 문화와 행위예술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신시가지에 포함되기 전의 바랑코 해변은 다른 지역에 사는 부유층들의 여름별장이 들어선 아름다운 휴양지였다. 지금도 중앙 광장과 세련되고도 유서 깊은 저택들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변에 늘어선 술집들은 멋진 데이트를 즐기기에 이상적인 장소이고 밤이면 화끈한 춤판이 벌어진다.
고대 잉카 문명과 스페인 식민시대의 문화 그리고 21세기 현대적인 문명이 어우러져 독특한 페루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곳이 바로 수도 리마이다.
◇ 우리의 달동네처럼 산비탈에 들어선 리마 서민들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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