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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AI와 구제역 재앙

제주한라병원 2017. 2. 27. 08:53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AI와 구제역 재앙

주로 조류에게 유행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병. 조류 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가 지난 해부터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주더니 얼마전 소, 돼지 등에 감염되는 구제역이 또 강타하고 있어 비상이 걸렸습니다.


AI는 발생이 뜸하다가 지난 2월 6일 전북 김제에서 AI가 추가 발생한 만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구제역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 10일 야생철새에 의해서 최초 AI 의심 신고 이후 AI는 전세계적으로 작년 10월 30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라오스,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홍콩 등지에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도 건너왔습니다.

제주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철새들에게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지만 농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제주에는 가금류 농가가 154 군데에 181만 마리를 사육되고 있습니다. 전국 3천만 마리 넘는 가금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AI가 제주에서는 단 한 차례도 농가에 피해를 끼치지 못한 데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AI 확산으로 인해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1월 10일 현재 3천123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축산 재앙’에 가까운 AI 사태로 경제적인 손실도 엄청납니다.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액수만 현재까지 2,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이밖에도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인 비용과 육류•육가공업, 음식점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산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북과 전북, 경기 지역 소 농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까지 번지면 지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당시 제주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청정 제주를 유지했지만 국가적 재앙이나 다름없는 사태를 맞아 남긴 상처는 큽니다.  

이번 구제역은 지난 2월 5일 충북 보은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북 정읍, 경기 연천, 다시 보은에서 잇달아 6번째 발생해 2월 13일 현재 총 14곳 농장에서 1093마리의 소를 도살했습니다. 우종별로는 젖소 4농장 428마리, 한우 9농장 636마리, 육우 1농장 29마리 등 입니다. 전국의 86개 가축시장도 2월 18일까지 전면 폐쇄됩니다.

정부는 지난 9일 이례적으로 구제역 발생 나흘 만에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등 표면적으로는 신속하게 방역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엉터리 백신 접종 통계, 백신 수급 차질,‘물백신’ 논란 등 방역망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소•돼지 350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10년 구제역 대란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 공식적으로 집계된 피해 규모만 2조7383억원(살처분 보상금 및 수매•소독 등)에 달했습니다.

2011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고 소•돼지에게 구제역 백신을 맞히기 시작했지만, 2014년 이후 매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가축 방역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A형, O형 두 종류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출현하는 등 사태 전개 양상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16년간 구제역이 8번이나 발생하는 과정에서 살처분 비용 등 3조3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는데, 정부가 구축한 방역 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반복해 발생하는 배경에는 정부와 축산 농가의 소통 부족과 불신이 한 요인입니다.

축산 농가는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착유량(우유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유산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접종을 기피하고 있어 농가 자체가 제대로 방역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권장하는 백신의 효능에 대한 농가의 불신도 심하고 당국의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구제역을 잘 방지하는 나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는 1983년 이후 한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농장을 설립할 때부터, 농장 입구와 축사 사이에 완충지대인 ‘바이오 시큐리티 라인’을 만듭니다.

바이오 시큐리티 라인은 외부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축사 내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외부 반출도 철저히 차단합니다.

일본은 2011년부터 각 지자체의 초동 대응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구제역 상황을 가정해 대대적인 방역 연습을 해마다 실시합니다.      

일본의 구제역 방역 인력은 우리나라의 2배인 860명 수준입니다. 또, 대만은 백신을 맞은 가축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합니다.

선진국들의 백신 생산 능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2001년 대규모 구제역을 겪은 네덜란드는 정부 산하에 백신은행을 운영해, 48시간 내 25만 회분의 백신을 제조합니다.

미국 역시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국립항원백신은행을 공동 운영 중에 있습니다.

구제역 파동으로 관련업계와 축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유통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1일 7만6236원에 판매되던 한우 등심 1등급(1kg) 소비자가격은 10일 7만8294원으로, 월초와 비교했을 때 2058원 가격이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삼겹살(1kg) 소비자가격은 1만9718원에서 1만7842원으로 1,876원 떨어졌습니다.

제주도특별자치도는 제주도내 유입•발생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AI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통합하여 구제역•AI 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운영하여 사회재난 대응차원의 비상방역체제를 지속적으로 가동합니다.

주요 도로변에 우제류관련 축산차량 소독을 위해 기 설치된 AI관련 거점소독시설 통합 운영 및 축산밀집지역에 추가 설치 운영하고, 가축시장 폐쇄, 농장간 우제류 거래 이동금지, 공동목장 등에 방목금지, 관광농원 우제류 동물 관람금지 조치 등 우제류 가축에 대한 방역조치가 강화됐습니다.

도내 사육소에 대한 구제역 일제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돼지농가에서는 생애주기별 수시 예방접종을 실시하여 구제역 면역능력을 끌어 올려 예방접종 정책효과를 극대화 해 나갈 계획입니다.

AI와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새해 첫날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하려는 ‘해맞이’행사들이 AI(조류인플루엔자)로 취소된데 이어, 새해 첫 보름인 ‘정월대보름(2월 11일)’ 행사와 민속놀이들도 AI와 구제역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습니다.

구제역이나 AI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혀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 돈이 들거나 어렵더라도 근본적인 대비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