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변방에서 왕국의 수도로 발전한 안개의 도시
영국 런던
▲ 런던을 상징하는 빅벤과 웨스터민스터 다리 그리고 템즈 강
2016년 6월, 영국은 국민투표 끝에 유럽연합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소위 ‘브렉시트’를 결행하면서 영국은 유럽에서 자주성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칫하면 고립주의로 가게 되는 후유증도 함께 앓게 되었다. 브렉시트의 찬성으로 인해 런던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인종간의 갈등이 예상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영국은 유럽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민자들의 문제를 놓고 섬나라 국가의 정체성이 여가 없이 드러났다. 그 중심은 단연 영국의 심장이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수도, 런던이다.
서양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원한 도시, 런던의 영향력은 아주 멀리까지 미쳐있으나 도시의 역사는 2천년 밖에 되지 않는다. 로마 제국의 변방이었던 작은 마을, ‘론디니움’에서 출발한 런던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의 수도로 군림하게 되었다. 섬나라 왕국의 수도 런던은 수많은 왕과 여왕을 배출해 냈으며, 숱한 전쟁과 승리를 목격했고 성자들의 행보와 죄수들의 종말을 지켜보았다. 런던의 영광과 시련은 도시의 과거를 채색했고 갖가지 사건들이 수놓인 태피스트리를 완성해 내었으며 런던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승화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남동부로 몰려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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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보다는 기후가 좋다는 런던은 유럽 금융 시장의 심장이다. | ▲ 템즈강의 영원한 친구인 런던 브릿지. | ▲ 1872년 프랑스 화가 모네는 템즈 강에서 일출을 보고 인상주의 작품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
자욱한 안개와 스모그, 하루 동안 사계절이 펼쳐질 정도로 급변하는 날씨, 사람들의 무뚝뚝한 표정 속에 가끔씩 묻어나는 오만한 눈빛이 인상적인 런던은 영국의 수도이자 18세기 산업 혁명의 발생지이다. 마오쩌둥, 간디, 마르크스, 레닌 등 수많은 사상가들이 공부를 했고 19세기 말까지 세계 1/3을 식민지로 가졌던 대영 제국의 중심지이다. 템스 강이 도시를 서남에서 동북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인구 8백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 런던. 2천 년 전 고대 로마인들이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후 노르만인 정복왕 윌리엄 1세 때인 1066년부터 지금까지 천 년의 수도이자 태양이 지지 않는 도시로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이라는 지명은 이 땅의 주인이었던 켈트족의 말로서 '호수의 도시'를 뜻하는 린딘(Llyn Din)에서 유래하였다.
한 도시의 명성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증거는 바로 건축물이다. 런던에는 중세의 성벽과 정확한 비율로 설계된 조지 시대의 광장,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웨스트민스터사원, 영국 왕의 요람 버킹엄 궁전, 국회의사당 그리고 현대적인 선을 뽐내는 런던 아이와 밀레니엄 브리지가 시대를 초월해 서로 공존한다. 새 시대를 맞아 많은 건축물들의 용도가 바뀌기도 했다. 발전소가 박물관으로, 마구간이 주택으로, 혹은 극장이 댄스 클럽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야 말로 바로 런던의 절충 주의적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일면이 아닐까? 최근의 예로는 고급품을 취급하는 헤롯 백화점과 청바지 전문점인 갭이 나란히 일반 손님을 맞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관중들의 환호를 동시에 받는 정도로 과거 제국의 권위는 시나브로처럼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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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을 상징하는 근위병 교대식의 모습. | ▲ 런던 시민의 자유와 열정을 스민 트라팔가 광장. | ▲ 게르만인의 후예답게 앵글로 색슨족은 용맹함이 뛰어났다. |
18세기 최초로 영어 사전을 편찬한 사무엘 존슨은 "런던에서 지루하게 느낀 사람은 그의 인생도 지루하다. 왜냐하면 런던에는 인생을 즐겁게 해 주는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 만큼 런던 시내는 여행자들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하는 관광명소와 쇼핑가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물론 여행의 출발점은 영국의 도로 원표인 차링 크로스가 새겨진 트라팔가 광장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런던의 주요한 볼거리들이 별 모양처럼 흩어져 있다. 광장에서 블룸스버리 거리를 따라 곧장 올라가면 영국이 식민 제국으로 번영할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전리품이 전시된 세계 최고의 박물관인 대영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남의 물건들을 전시해 놓아서 그런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입장료는 무료이고 마음대로 사진을 촬영해도 제지를 받지 않는다. 이 박물관을 둘러보면 아마 세계 여행을 한 듯 다양한 유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템스 강이 흐르는 타워 브릿지나 웨스트민스터사원 쪽으로 발길을 돌려 강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영원한 제국의 아스라한 옛 추억이 떠오른다.
강 주변에는 정복왕 윌리엄의 대관식을 필두로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졌고 중세에는 수도사들이 수도원으로 사용했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비롯해, 높이가 98미터, 시침의 길이가 2,9미터, 분침의 길이가 4.2미터, 무게가 자그마치 13,5톤이나 되는 종鍾이 매달려 있는 빅벤이 있다. 그 이외에도 런던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아무 생각 없이 런던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빨간 이층버스에 무작정 뛰어 올라 빅벤과 밀레니엄 교의 장엄한 모습에 감상하거나 템스 강을 따라 운행하는 지붕 없는 유람선을 타고 런던이 고이 간직한 문화와 역사를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좀 더 런던의 문화를 보고 싶다면 광란의 도가니로 변하는 밤은 어떨까? 휘영청 밝은 대로변을 따라 들어선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바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사랑, 철학, 여행,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런던의 밤을 지새운다. 은은하게 쏟아지는 불빛 아래에서 세계 각국의 음악을 생맥주를 들이키듯 쉽게 포용해내는 영국의 젊은이들이 바를 점령하는 광경은 런던의 색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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