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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제 새끼 버리고 다른 새끼를 기르는 운명

제주한라병원 2016. 8. 29. 09:43

섬휘파람새 -탁란 [托卵, deposition]
제 새끼 버리고 다른 새끼를 기르는 운명


섬휘파람새둥지와 새끼. 

섬휘파람새 둥지에 뻐꾸기가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수많은 새들 중 일부의 새는 알을 낳아 포란과 육추를 다른 새에게 떠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탁란’이다. 즉 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우리에 알을 맡기는 일이다.


탁란하는 새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두견이과의 뻐꾸기, 두견이, 벙어리뻐꾸기, 매사촌 등이다. 탁란을 하는 경우에는 자기 알과 매우 비슷한 새의 둥우리를 선택한다.


휘파람새와 두견이의 예를 들면, 휘파람새는 대개 4개 정도의 알을 하루 간격으로 낳는데 이때 산란중에나 포란(抱卵) 초기에 휘파람새가 둥지를 비운 사이에 두견이는 얼른 알을 1개 물어 넣고 휘파람새의 알을 1개 물어내다 버린다. 


휘파람새의 새끼는 포란 시작후 약 13-14일에 태어나는데 두견이의 새끼는 이보다 앞서서 약 10-11일에 태어난다. 두견이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눈도 안보이고 깃털도 없는 상태에서 휘파람새의 둥지 안에 있는 알이나 갓 부화한 작은 새끼들의 밑으로 파고 들어가 들어 올린 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양부모에게 먹이를 독점하기 위한 행동이며 경쟁의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다.


부화한지 하루나 이틀만에 둥지를 독점하게 되며 20일에서 22일 정도 둥지를 차지하고 다른 종류의 어미새들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둥지를 이소하고도 염치없이 또 7일 이상을 먹이를 받아먹다가 어미새를 내팽개치고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야말로 고도의 지능적 번식 능력을 갖고 있는 새이다.


이성이 없는 짐승의 행위이지만 한편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탁란에 의지하여 종족 번식의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생태가 야비하게도 느껴진다.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 인간의 삶에서도 두견이나 뻐꾸기와 같이 남에게 필요 이상 의지하거나,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제 새끼를 내몰아 죽이고 자기보다 큰 몸집의 두견이새끼를 온힘을 다해 거두는 휘파람새의 운명이 자연의 섭리나 질서로만 헤아리기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인간의 생각일 뿐 정작 그들은 평온하다. 사람의 잣대로 자연의 그들 세상에 탁란의 행위를 옳고 그름을 탓하여 무엇하랴.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모두가 살아가는 방법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자연의 생태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