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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성도이자 동·서양 문명의 관문 역할

제주한라병원 2016. 4. 27. 10:27

이슬람의 성도이자 동·서양 문명의 관문 역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스트 이암 모스크의 아름다운 모습.


튀르크어로 ‘돌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타슈켄트는 기원전부터 ‘차치’라는 이름으로 실크로드 거점 도시로 성장하였다. 중국과 인도에서 건너온 상인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메브르, 이란의 이스파한, 이라크의 바그다드, 터키의 이스탄불을 가기 위해서 오아시스 도시, 타슈켄트를 반드시 경유해만 했다. 반대로 유럽과 이란에서 건너온 다양한 문화와 문명은 중앙아시아의 작은 도시, 타슈켄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예로부터 타슈켄트는 불교, 그리스도교, 조로아스터교 등 여러 종교와 다양한 인종들이 모인 인류의 중심도시였다. 중계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던 이 도시는 7세기 이후 중동지역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이슬람 세력 안에 들어갔다. 동방에 이슬람을 전파하려는 무슬림의 전사들이 타슈켄트로 진격하자, 그 당시 이곳에 영향력을 미쳤던 당나라와 이슬람이 대치하게 되었다. 급기야 당나라군을 이끄는 고선지 장군과 이슬람세력이 751년 탈레스 평원에서 전투를 치른 결과 이슬람이 승리했다. 그 이후 타슈켄트에 이슬람 문화가 뿌리를 내렸고, 천 년 동안 이 도시는 이슬람의 성도(聖都)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 물론 13세기 때 칭기즈칸의 몽골군에 의해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15세기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영웅, 티무르가 등장하면서 타슈켄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위력 있고, 막강한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현재 타슈켄트에 남아 있는 오래된 유적들은 티무르 제국 시절에 건설되었고, 건축물마다 티무르 제국의 아스라한 옛 영광이 곳곳에 살아 숨쉰다.





기하학적 무늬와 코발트 빛이 조화를 이룬 하스트 이암 모스크. 

나보이 극장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예비 부부들. 

고풍스런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세계에서 입국 심사가 가장 까다로운 국가 중의 하나인 우즈베키스탄. 여권 심사가 끝나고 나면 세관신고를 거치는데 보통 2시간이 소요될 만큼 타슈켄트의 입국은 처음부터 녹녹치 않다.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의 짐을 하나도 빠짐없이 X-Ray를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은 있지만, 공항을 빠져나오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세련되고 오래된 전통을 가진 타슈켄트를 만나게 된다. 과거에 이 도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실크로드 문명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구 250만 명이 사는 타슈켄트는 치르치크 강변 부근에 위치하며, 목화와 과실나무가 잘 자라는 오아시스 도시다. 1990년대 초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는 이 나라의 문화, 경제, 교육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이 하나의 미술 작품을 연상케 하는 타슈켄트 호텔. 

화려한 스카프로 머리를 가린 무슬림의 여성들. 

세계에서 가장 작고 아담한 구멍 가게. 



복잡한 도시에 첫발을 내디디면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TV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서울 남산타워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른 첨탑은 이 도시의 상징이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타워 100m 지점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타슈켄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생김새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제일 먼저 이 도시에서 언제나 활기가 넘쳐나는 신시가지로 가게 된다. 그 중심에는 티무르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중심으로 티무르 박물관과 쇼핑 거리가 밀집돼 있다. 공원 중심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영웅, 티무르 대제의 동상이 서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도시에서나 티무르의 동상이나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나게 된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레닌과 스탈린 동상 대신에 15세기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티무르 대제의 동상이 있는 것이다.


알라의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슬람 사원의 모스크


지진 이후에 계획된 도시로 신시가지를 건설한 탓에 모든 길이 바로 티무르 동상이 있는 공원과 연결된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 지원에 의해 건설된 티무르 박물관은 터키, 중동, 러시아, 인도, 이란까지 평정했던 티무르 제국의 역사만큼이나 유명하다. 내부에

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문양과 티무르 대제의 일생을 그린 다양한 그림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타슈켄트 최고의 번화가로서 현지 음식점과 오락시설, 각종 기념품과 골동품을 만날 수 있는 타슈켄트의 ‘로데오 거리’로 불리는

브로드웨이 등이 여행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좀 더 타슈켄트의 정체성을 알고 싶거나 이슬람 문화에 대해 알아보려면 도시 곳곳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나 이슬람 신학을 공부하는 마드라사로 가는 것도 좋다. 이슬람의 종교적 향기가 그윽한 타슈켄트에서 가장 의미 있고 볼거리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경전, ‘쿠르안’이다. 이슬람에서 최고의 보물로 꼽히는 이 쿠르안을 ‘오스만 본’이라고 부른다. 이 경전은 1400여 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이슬람 최고의 경전으로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에게 내린 토막 계시들을 모은 책이다. 이 쿠르안은 터키의 이스탄불, 이집트의 카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 이라크의 바스라 등 네 곳에 보관된 경전 중 티무르가 바스라에서 가져온 것이다. 오스만 본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보관 중이던 사본이 없으므로 이슬람의 무슬림들은 타슈켄트의 오스만 본을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이런 세계적인 보물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종교를 떠나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슴 가죽에 쓴 이슬람 경전을 보고나면 왜 타슈켄트가 이슬람의 성도인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