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막대한 살생 일삼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해

제주한라병원 2015. 11. 27. 09:05

역사 속 세상만사- 폭력의 그늘, IS와 아레스 -
막대한 살생 일삼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해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의 러시아 항공기 폭파와 파리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과 애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2000년 9.11 사태를 전환점으로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 양상이 매우 극단적이고 저돌적으로 변화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발간된 자신의 저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에서 탈냉전시대에는 이념이 아닌, 문명 간에 빚어질 충동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헌팅턴은 서구 기독교 문명의 유력한 경쟁상대로 유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을 예상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날 후자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슬람권 전체가 테러로 상징되는 폭력성과 극단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교는 종파적으로는 수니파와 시아파, 사상적으로는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종파적 구분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래는 1,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선지자 무하마드의 사후 후계자(칼리프)의 정통성에 대한 시각차에서 출발한다. 수니파는 무하마드의 후계자를 혈통과 관계없이 지도부의 집단 추대함으로써 정통성을 인정한다. 아라비아반도의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동남아시다 등 세계 전체 이슬람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파다. 인종으로 보면 셈족으로 외관상 피부색이 아프리카 흑인보다는 덜 검지만 어두운 편이다.


반면 시아파는 무하마드의 혈통으로만 그 후계 정통성을 인정하는 종파다. 상대적으로 소수파이고 과거 페르시아였던 이란과 이라크 및 시리아 일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인종적으로는 아리안 계통인 파리사족이어서 외관상으로는 피부색이 밝은 편이다.


한편 사상적 구분으로는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가 있다. 세속주의는 서구 문명에 대해 수용적이며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여 본다. 개인의 활동과 자유에 대해 종교적인 간섭을 배제하고 법률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반면 이슬람주의는 종교와 정치를 일체화하여 바라보며 이슬람 교리를 정치, 사회, 개인생활의 기본으로 삼는다. 그래서 샤리아가 모든 법률의 근본이 된다. 물론 이슬람주의라 하더라도 모두 다 강경한 성향을 띠는 것은 아니다.

IS는 이러한 이슬람의 갈래 중 어디에 속할까. IS는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로 와하비즘에 뿌리를 둔 원리주의, 근본주의, 극단주의를 표방한다. 이들의 극단적 테러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 전술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적인 공조 하에 IS에 대한 강력한 응징과 근절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보다 본원적으로 문명간 충돌을 완화해나감으로써 극단주의가 발붙이기 어렵게 하는 인류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스신화 속에도 IS처럼 폭력쓰기 좋아하는 신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아레스. ‘전사(戰士)’라는 뜻의 아레스는 피와 살육을 좋아하는 전쟁의 신이자, 공포와 테러의 신이다. 헤라의 아들이며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그는 증오와 공포로 악명을 떨쳤다. 아레스는 전투에 항상 에뉘오(싸움), 그의 누이인 에리스(분쟁), 아프로디테가 낳은 그의 아들들인 포보스(공포), 데이모스(걱정) 등을 거느리고 다녔다. 이들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채, 방패와 창을 들고 전차를 몰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싸움질과 행패를 일삼았다.


신화에는 또 다른 전쟁의 신이 있다. 아테나 역시 전쟁의 신이었지만 그 성격은 아레스와 판이하게 달랐다. 아테나는 방어 위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현명한 신이었다. 그러나 아레스는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살육하여 피바다를 이루고 시체의 산을 만들어 놓는 것을 즐겼다. 이렇듯 아레스는 전쟁과 살육을 일삼고 다녔지만 번번이 막대한 살생만을 저질렀을 뿐 한 번도 전쟁에 이겨 본 일은 없었다. 폭력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숙명적 결과이리라.


조금 다른 얘기로 빠져보자. 그런 그를 동료 신들이나 심지어 그의 부모조차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동생인 헤파이스토스의 부인(제수씨) 아프로디테만은 아레스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요즘말로 ‘나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걸까.


둘은 틈만 나면 헤파이스토스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겼다. 밀회 현장을 차마 눈뜨고 내려다볼 수 없었던 태양신 아폴론이 두 사람의 은밀한 불륜을 남편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렸다. 분노한 헤파이스토스는 다른 곳에 다녀온다고 핑계를 대고 자신이 출타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함께 잠자리에 들자, 그는 천정에 미리 장치해 놓았던 큰 그물로 벌거벗은 두 신들을 덮어 씌웠다. 헤파이스토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림포스의 신들 모두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왔다. 벌거벗은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치욕스럽게도 모든 신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