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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궁전’에 사는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나서는데…

제주한라병원 2016. 1. 27. 10:00

역사 속 세상만사 - 테세우스 이야기 2 -
‘미로의 궁전’에 사는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나서는데…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丙申)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는 제 20대 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될까 하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봐도 그다지 흐뭇한 결과를 찾기 힘들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변화를 맡길 인재풀인 국회의원들을 그들이 몸소 실천하며 살아온 삶의 궤적과 이를 뿌리로 한 비전을 보고 뽑게 되기를 바라며, 그리스 영웅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보자.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영웅들과 왕자들은 대개 젊은 나이에 거친 경험의 길을 떠났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로크루스테스나 페리페테스, 시니스 같은 악당 외에도 테세우스는 다양한 악당들을 퇴치하며 여행을 하게 된다.


한번은 흉악한 멧돼지를 처치한 적도 있다. 이 멧돼지는 인근 지역을 황폐하게 만들고, 그 횡포를 막으려는 농부들을 죽인 흉포한 것이었다. 바다 위 절벽에 살고 있던 스케이론이란 노상강도 이야기도 있다. 스케이론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그의 발을 씻기도록 강요한 후 절벽에서 발로 차서 바다에 떨어뜨려 죽여 왔다. 절벽 밑에는 항상 굶주린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떨어진 사람을 잡아 먹었다. 하지만 테세우스에 의해 처치되고 만다.


아테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엘레시우스에 이른 테세우스는 이곳의 왕 케르키온을 무찔렀다. 이 왕은 자신이 결코 패배를 모르는 레슬링 선수라고 자부했다. 그는 자신과 시합을 벌여 패배한 사람을 차례로 살해했다. 테세우스는 이 왕을 때려눕힌 후 죽이고서는 그의 딸 알로페를 하룻밤 노리개로 삼은 뒤 다시 길을 떠났다. 


테세우스가 행한 수많은 영웅적인 행동들에 대한 소문은 그보다 먼저 아테네에 도착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게우스 왕의 친절한 영접도 받을 수 있었다. 아이게우스는 자신 앞에 서있는 청년이 자신의 적법한 상속자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게우스의 부인인 마녀 메데이아는 그가 누구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자신의 아들 메도스가 왕좌를 물려받게 하기 위해서 메데이아는 테세우스를 해치울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녀는 테세우스가 선동을 일삼는 왕의 동생 팔라스와 한통속이라고 아이게우스에게 거짓으로 고한다. 그리고는  이 젊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당시 아티카 동쪽의 마라톤 지방을 소란스럽게 하던 황소 모습의 괴물을 잡아오게 하라고 왕을 부추긴다. 이 괴물 황소와 대결해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그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 괴물을 산 채로 잡아와 성대한 제의의 희생 제물로 바쳤다.


축하 연회에서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에게 독이 든 포도주잔을 건네주며 무서운 황소를 무찌를 이 용사에게 전해주라고 한다. 그러나 테세우스가 막 이 잔을 입에 가져가려는 순간 아이게우스는 이 영웅이 지니고 있는 칼이 바로 예전에 자신이 징표로 바위 밑에 숨겨둔 칼임을 알아차렸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만난 기쁨에 흥분해 아이게우스가 아들을 격렬히 포옹하는 바람에 독 포도주가 든 잔은 테세우스의 손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메데이아의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결국 그녀는 아들과 함께 아테네에서 추방되고 만다.


그러나 아이게우스의 뒤를 이어 아테네의 왕좌에 오르기 전에 테세우스에게는 그의 모험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칭해질 모험, 즉 크레타의 미로의 궁전에 가서 악명높은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일이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 모험에 비하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정도는 어린 시절 모험에 불과할 정도였다.


테세우스가 아직 태어나기 전 아테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와의 전쟁에서 패했다. 그때부터 아테네는 9년마다 일곱 명의 귀족 청년과 일곱 명의 처녀들을 선발하여 크레타에 있는 미노스 왕의 궁전 크노소스에 조공으로 바쳐야 했다. 이들은 그곳에서 인간의 몸에 황소머리가 달린 무서운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어야 했다. 미노스 왕의 부인과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이 괴물은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아무도 출구를 찾을 수 없도록 설계된 미로의 궁전에 감금되어 있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가는 조공 여행길에 자원해 이 수치스러운 조공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아버지에게 다짐한다. 아이게우스는 주저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떠나 보내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아티카로 돌아오는 배에 조의를 뜻하는 검은 돛 대신에 꼭 흰 돛을 달아서 성공을 표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