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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 바다만 지배하게 돼

제주한라병원 2015. 10. 1. 09:13

- 형제간의 투쟁과 포세이돈 Ⅱ -
형제간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 바다만 지배하게 돼


지난 달 롯데그룹의 지배권을 두고 벌어졌던 형제간의 볼썽사나운 권력싸움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는 듯하다. 당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인정받아 경영권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도 법적인 다툼을 포함해 반격을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우스와의 지배권 경쟁에서 동생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준 후에 포세이돈도 그리스의 특정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신들은 포세이돈의 지배 영역을 바다에만 한정시키고자 했다.


아르고스의 지배권을 두고 헤라와 포세이돈이 다투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이 헤라를 그들의 수호신으로 선택하자 화가 난 포세이돈은 이 나라의 강물을 모두 메마르게 해버렸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포세이돈은 그의 삼지창으로 강물을 솟아오르게해 홍수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강을 메마르게 하여 가뭄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 포세이돈은 아테네 시를 두고 아테나 여신과도 경쟁을 벌였다. 그는 아크로폴리스의 땅을 갈라 그 사이로 바닷물이 솟아오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의 경쟁자였던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인들에게 올리브 나무라는 유용한 것을 선물함으로써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격분한 포세이돈은 아티카 지방의 평야를 물로 휩쓸어버렸다. 그 뒤로 아테네인들은 할 수 없이 포세이돈에게도 정성껏 제의를 올려야만 했다. 아테네의 위대한 왕 테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라고 전해진다.


포세이돈은 코린토스의 지배권을 태양신 헬리오스와 나눠 가졌는데 코린토스 지협이 자기 관할이었다. 거기서는 포세이돈에게 바치는 운동경기가 벌어졌는데 그중 마차경주는 그가 말의 신이기도 했기에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그가 최초로 말을 창조했다고 전해진다.)


한번은 포세이돈이 말로 변신한 적도 있다. 그가 데메테르 여신에게 욕정을 품고 덤벼들었을 때, 다급해진 데메테르는 암말로 변신하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수말로 변신해 그녀를 품에 안았고 결국 둘 사이에 신마(神馬)인 아레이온을 낳게 된다.


또 다른 신마 페가수스도 포세이돈의 자식이었다. 페가수스의 어머니는 원래 빼어난 미녀였던 메두사인데, 포세이돈은 아테네에 대한 그의 소유권을 다시 제기하려는 속셈으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의도적으로 메두사와 잠자리를 가진다. 아테나 여신은 포세이돈 대신에 메두사를 끔찍한 괴물로 만들어 벌하고 페르세우스를 도와 그녀를 죽게 만든다.


한편 호모의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말의 신’으로서의 포세이돈은 힘을 잃어갔다. 그 후엔 주로 바다의 신이자 뱃사람들의 신으로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함락시키는데 사용한 소위 ‘트로이의 목마’는 포세이돈에게 바쳐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로이의 제사장 라오콘이 목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자 포세이돈이 바다뱀을 보내 라오콘과 그의 자식들을 휘감아 죽게 한 것이다. 포세이돈은 그만큼 그리스군을 열렬히 지원했다.


(잠시 사잇길로 빠져보면, 포세이돈이 그리스군을 열렬히 지원하던 것과는 반대로 트로이 전쟁의 주역인 헬레나는 트로이인들의 편에 섰다. 헬레나는 트로이인들이 도시 안으로 끌고 들어온 목마 속에 그녀가 가족들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지내던 그리스군 장수들이 숨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을 꾀어내기 위해 헬레나는 목마주변을 돌며 그들의 부인 목소리를 흉내내어 속삭였다. 하지만 이들이 대답하려는 것을 오디세우스가 간신히 말려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의 영웅 아이아스가 트로이에 있는 아테나 여신의 제단으로 도피한 카산드라를 그곳에서 끌어냄으로써 신전을 모독하자 포세이돈은 이를 매우 불경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리스인들의 많은 배들을 난파시키거나 귀향을 방해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디세우스를 집요하게 괴롭혔는데, 전에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아들인 키클롭스족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에게 희생 제물을 바친 뒤에야 겨우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해양 민족이 된 후 그리스인들은 포세이돈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고 오디세우스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웅들을 뛰어난 뱃사람으로 묘사했고, 바다의 위험성과 바다에 사는 신비한 생물들에 대해 뱃사람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 이야기하곤 했다.


형제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난 형 포세이돈은 이처럼 주로 바다의 신,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말에 관련된 이미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