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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최선 다할 때 장애는 문제 안 돼

제주한라병원 2015. 10. 28. 13:40

역사 속 세상만사- 장애를 넘어서다 -
자신의 삶에 최선 다할 때 장애는 문제 안 돼


장애는 흔히 인간들에게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신화속 신들에게도 장애는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신이 헤파이스토스다. 그는 훗날 ‘천상의 명공’이라고 불릴 만큼 솜씨 좋은 대장장이 신이 되었지만, 태어났을 때에는 한쪽 발을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신(신)이었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 창과 검 등이 그가 만든 무구(武具)였을 만큼 그의 대장장이로서의 실력은 으뜸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폴론의 황금마차, 판도라의 상자, 프로메테우스를 묶은 쇠사슬 등도 모두 그의 작품들이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가 장애를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이야기는, 그는 태어날 때부터 발에 장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기 싫어했던 헤라가 아들을 천상에서 쫓아냈다는 설이다.


둘째는,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싸움을 하는데, 헤파이스토스가 어머니 편을 들자 이에 화가 난 제우스가 그를 발로 차버려서 렘노스란 섬에 떨어지면서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설이다. 


셋째는,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과정을 보면 제우스 혼자서 아이를 낳은 셈인데, 이에 자극 받은 헤라가 자신도 혼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며 낳은 아이가 바로 장애를 지닌 헤파이스토스였다는 설이다.
어머니가 쫓아냈건 아버지가 밀쳤건 간에 헤파이스토스는 바다로 떨어졌고, 이를 불쌍히 여긴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그를 9년 동안 길러주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때 대장장이의 기술을 익혀서 신들의 명공으로 성장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적인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을 것이다. 몇 년 전 알려진 한 장애인의 사연을 듣다보면 헤파이스토스의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이다.


1932년 미국, 오레곤에서 태어난 빌 포터란 사람이 있었다. 출산 때 의사가 사용한 겸자의 부작용으로 그는 뇌성마비 지체장애를 갖게 된다. 오른 손을 펴지 못했고, 등은 항상 구부정하게 지내야 했다. 하지만 빌의 부모님은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며, 그에게 “뇌성마비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는 방법이 아니라 네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고등학교를 힘겹게 졸업한 빌, 신체장애와 언어장애까지 있는 그를 어떤 회사도 고용하려 하지 않았다. 방문판매 회사인 ‘왓킨스(Watkins)’에 “누구도 가지 않으려하는 불모지같은 지역으로 저를 보내주십시오”라며 대시했고 천신만고끝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남들보다 빨리 이동하고 빨리 제품을 설명할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걷는 것뿐이었다. 매일 아침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상품을 설명했다. 처음엔 대부분 그를 문전박대하고 걸인 취급하거나 그저 동정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께서 싸주신 샌드위치로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때우곤 했는데, 샌드위치 앞면에는 ‘인내하기(patience)’라는 단어가 케첩으로 적혀있었고, 뒷면에는 ‘끝까지 인내하기(persistence)’가 적혀있었다. 


그런 빌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자신을 돌봐주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을 보여 요양원으로 가야했다. 빌은 혹독한 홀로서기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늘 자신의 구두끈과 넥타이를 매주던 어머니 대신 시내의 한 호텔 벨보이에게 이를 부탁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집마다 들러 물건을 홍보하였다.


그러한 빌을 보면서 지역 주민들도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의 물건을 사는 고객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 빌 포터는 ‘왓킨스’사의 ‘올해의 영업왕’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사용할 수 없는 오른손을 뒤로 감추고, 왼손으로는 판매할 제품이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새벽같이 집을 나서 그저 묵묵히 매일 15km를 걸으며 24년간 인내한 빌포터. 왓킨스사에서 그가 남긴 실적은 40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중대한 결정만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내리는 사소한 결정입니다. 한 번 더 웃고, 손을 흔들어주고, 아픈 친구에게 전화해주고, 그가 요청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누군가를 돕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등 작은 행동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수천 명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백, 수천 명이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자신이 과연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망설이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요.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