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오래물’이 지켜준 젊은 마을 ‘도두동'
작렬하는 태양, 후끈 데워진 아스팔트. 무더위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것은 시원한 물이다.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무더위 갈증을 달래기도 하고 ‘냉수마찰’을 통해 지열과 함께 달아오른 ‘더운’ 몸을 쉬게 한다. 찜통더위에는 체면도 없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맨몸을 드러내고 ‘풍덩’ 뛰어드는 것은 인간 본성일 터. 여름이면 시원한 물을 찾아 온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있다. 제주시 도두동 오래물 노천탕. 도두동은 도시근교의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으로 도두1동과 사수, 신성, 다호마을로 형성돼 있는 곳이며 지난 6월 현재 857세대 2271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두봉과 해안을 따라 들어선 횟집과 까페들은 도두동을 돋보이게 한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도두동이 유명한 것은 지하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용천수, ‘오래물’ 때문이다.
# 얼음보다 차가운 ‘오래물’...‘젊음’의 비결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온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땅 속 깊은 곳에 저장돼 있다가 해안가에 이르러 분출되는 용천수, ‘오래물’은 도두동 주민들에게 여름 피서지이자 건강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오래전부터 이곳 주민들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에 노천탕을 만들어 지친 몸을 쉬게 했다. 물이 어찌나 차가운 지 물 속에서 누가 오래 참아내는지 내기를 할 정도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려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할 정도다.
아낙들은 삼삼오오 모여 빨래를 하면서 시집살이의 고달픔, 집안 내 경사 등 갖가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건강한 정신문화를 이어오기도 했다. 도두마을경로당에서 만난 장두선 할아버지(73)는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도두동이 물 천지였지”라고 회상하면서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자연의 깨끗한 물을 마시고, 그 물로 멱을 감으니 건강할 수밖에 없지”라며 ‘오래물’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기 같은 피부’라고 하면 억측일지 몰라도 매끈한 피부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는 비결도 장 할아버지는 ‘물 좋은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란다. 장 할아버지의 ‘오래물 예찬’은 자녀들의 자랑으로도 이어졌다.
“우리 아이들도 인물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오. 내 건강함이 전해졌기도 했겠지만 좋은 환경에 살아서 그렇겠지요.” 그러면서 장 할아버지는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만 먹으면 건강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요즘은 죄다 화학조미료며, 방부제며 자연의 뜻을 거스르니 건강이 위태로운 것”이라며 “우리 어릴 때는 흙 묻은 손으로 무얼 집어먹은들 병이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오래물’ 때문인지 도두동에 살고 있는 노인들 대부분은 80대 연령층이 가장 많을 정도로 ‘건강마을’이라고 한다.
# 여성들에게는 정신적 휴식처, ‘오래물 빨래터’
도두동에는 남녀 각각의 노천탕 외에도 여탕 옆에 나란히 빨래터도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빨래터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신발을 벗은 채 빨래방망이로 ‘팡 팡’ 내리치며 시원스레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빨래터에서 만난 문강임 할머니(74)는 “빨래는 이렇게 밖에서 방망이 내려치면서 시원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바쁘면 세탁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실외 빨래터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물이 워낙에 좋아서 세제도 따로 필요 없어요”
여름이라 수건 사용이 많아진 계절, 수건 빨래를 하던 문 할머니는 “여기서 깨끗한 물에서 조물조물 빨아서 쨍쨍한 햇볕에 바짝 말리는 게 최고”라면서 “물이 깨끗하고 좋아서 때도 잘 지워진다”고 ‘오래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문 할머니는 “이렇게 빨래를 하러 나온 사람들끼리 이 얘기 저 얘기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빨래가 힘들지를 않고 즐겁다”면서 “예전부터 여기 빨래터는 여성들의 정보교환의 장이자 속상한 일들을 터놓는 마음의 휴식처였다”고 말했다. 겨울에도 오래물은 지역주민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여름에 차가웠던 물이 겨울에는 더운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날 정도로 따뜻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또 겨울 나름대로 지역명소다.
# 도두동 건강 지킴이 ‘오래물’, 지역 상품으로도 ‘효자’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제주시 도두동 사람들의 건강비결인 ‘오래물’이 제주시 도두동 지역축제의 소재로써 상품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에 이어 이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상품’으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주시 도두동은 매년 8월 ‘도두 오래물.수산물 대축제’를 열고 있다. 도두동 앞바다에서 잡아 올려지는 싱싱한 수산물의 맛을 보고 얼음처럼 차가운 ‘오래물’을 체험하는 축제다. 올해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도두항 일원에서 불꽃놀이, 자연산 해산물 판매 및 시식, 오래물 발 담그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찜통더위로 지친 심신을 건강마을 도두동에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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