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신(神)이 내린 자연생태마을 ‘강정’
지난 9월 16일 제주를 휩쓸고 지난 태풍 '나리'로 인한 복구작업이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행중이다. 제주도민과 공무원, 군병력까지 동원돼 복구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 분위기다. 사상최악의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으로 제주사회 뜨거운 이슈인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지만 해군기지 대상지인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에서는 아직도 해군기지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오면 낙후된 마을이 발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찬성론자들과 오히려 해군기지로 인해 마을주변 환경이 파괴되고 기대했던 만큼의 경제적 효과도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는 주민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한 동네에서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제사를 함께 지내던 친척들도 등을 돌리고 가까운 슈퍼도 뜻이 다르면 이용을 않을 정도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곳이 강정마을이다.
이곳 마을 어른들은 설촌 이래 가장 큰 갈등이라며 혀끝을 끌끌 찬다.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있기 전까지 강정마을은 평화롭고 살기좋은 마을이었다는 것이 이곳 마을 주민들의 말이다.
# 서귀포시의 젖줄, 강정천이 지나는 ‘강정마을’
제주마을 중 물이 깨끗하지 않은 곳이 어디있을까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또한 물이 깨끗한 마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맑고 깨끗한 물을 이용해 한 때 논농사를 지어서 수확된 쌀을 임금님에게 진상했던 곳이 강정이다. 670여 세대가 살고 있는 강정마을은 마을 동쪽으로 법환과 서호, 서쪽으로는 월평과 도순마을이 인접해 있으며, 북쪽으로는 4·3으로 인해 폐허된 영남동이 위치하고 있다.
마을에는 변수연대, 마희천연대, 대궐터 등의 역사적인 유적유물과 한국야구의 명예전당, 그리고 강정민속보존회 등이 있는 하나의 민속예술 보존지역인 강정마을은 사시사철 늘 맑고 깨끗한 강정천이 흐르고 서귀포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젖줄, '악근천'은 매년 여름마다 유명한 최고의 피서지이기도 하다.
한라산의 천연 암반수가 사시사철 흘러내리는 강정천에는 제주도에서는 보기 힘든 은어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는 깨끗한 자연과 은어를 테마로 매년 6월께 강정올림은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은어축제에서는 강정천 은어생태 사진전시회, 올림은어 낚시체험, 은어잡이 통살놓기 시연, 은어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강정마을은 이외에도 2006년 5월 환경부에서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고 주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친화적 생활양식으로 운영 중인 마을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마을이다.
#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자연, ‘건강의 원천’
김대언 할아버지는 “해군기지 문제만 아니면 강정은 평화롭게 살기 좋은 곳”이라면서 “강정마을처럼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 또 어디있냐”고 말한다. 김 할아버지는 “예로부터 강정마을은 풍부한 용천수로 벼농사를 지으면서 풍성하게 살아오기도 했다”며 “깨끗한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오던 것이 강정마을이 건강마을이자 장수마을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양성우씨(30)는 “제주도 어디나 그렇겠지만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건강의 원천”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강정천에서 멱 감던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유년시절 여름이면 친구들과 강정천에서 물놀이를 즐겨하면서 잡은 물고기를 구워서 먹으면서 건강한 심신, 건강한 정신이 나온 것 같다”며 으스레를 떨었다. 그는 “요즘 같으면 어린 아이들이 내천에서 멱을 감다가 잡은 고기를 구워먹는 게 무슨 간식이 되느냐”며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깨끗한 자연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생 물질을 해왔다는 70대의 양 할머니도 “바다에 나가서 해산물 캐다가 먹었던 것이 건강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서 “삶의 터전인 바다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가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지금까지 건강한 육신을 유지할 수 있었고 삶의 유용한 양식을 주는 생명의 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신이 내린 최고의 자연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갈등이 봉합돼 후덕한 인심도 되살아난 강정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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