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더불어 사는 방법 배워야 암으로 사망안해
내가 막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암 환자는 암 때문에 죽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이다. 암 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사실이다. 나는 전문의로서 30년간 수많은 암 환자를 돌봐왔다. 하지만 내 환자들 중 암 자체가 직접 사망 원인이 되어 죽게 된 것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렇다면 정작 암 환자를 죽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스트레스와 영양실조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던 날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하고 묻는 순간부터 스트레스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그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걱정 때문에 입맛을 놓치기 시작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암은 암이라는 병 자체가 아니라 암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심리적 공황에서 비롯된 자포자기, 혹은 절망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갉아먹는 것은 암세포가 아니라 절망인 것이다. 암세포가 인체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방해하고 정상세포를 밀어내는 것은 분명하다. 암세포는 그야말로 ‘암적 존재’다. 하지만 당장에 방아쇠가 당겨져 총신을 떠난 총알처럼 곧장 날아와 순식간에 당신의 생명을 앗아가진 않는다. 아주 극소수의 치명적인 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암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제 몸집을 키우는 데 급급할 뿐이다. 암도 생명의 일부인지라 모체를 죽이면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다만 그것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뿐이지 암이 지닌 ‘살해 본능’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왜, 암에 걸린 사람들은 죽게 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암 환자들은 굶어 죽는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죽인다.
암과 싸우지 말라고, 암과 친구가 되라고, 암에 기죽지 말라는 조언도 들린다. 모두 옳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에 대한 공포는 우리들 사이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내 생각엔 그건 암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암과 이런 의미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암은 분명히 우리의 적이다. 게다가 완전히 제거할 마땅한 방법조차 모를 강한 적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적이 어떤 입장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에만 평화를 모색할 수 있고,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이미 몸 안에 암세포가 자라기 시작한 당신에게, 암을 ‘쓸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면 당신의 몸 자체가 ‘쓸려 날아가는’ 결과를 빚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암을 다 쓸어버리고 완치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이유로 죽는다. 암이 완치 된다고 안 죽는 것이 아니다. 대량 항암제 치료나 장기간 방사선 치료 그리고 심신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대형 수술을 받는다면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암과 ‘평화공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워야 암 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제주한라병원서귀포병원장․최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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