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이태훈세계여행

동유럽에 이슬람의 꽃이 피다

제주한라병원 2013. 4. 2. 11:05

동유럽에 이슬람의 꽃이 피다
헤르체코비나연방 모스타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스타르의 아름다운 풍경

‘아드리아 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멋진 엽서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녹색의 강물 위에 아치형의 다리가 놓여 있고, 강 주변으로 이슬람의 상징인 모스크와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풍경의 엽서였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두브로브니크처럼 모두 붉은 지붕이었고, 집들 사이로 가톨릭의 성당과 지중해 풍의 건물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엽서 속의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과연 여기가 어딜까? 여행정보센터의 안내원에게 사진의 도시가 크로아티아에 있느냐고 묻자, 그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헤르체코비나의 수도 모스타르”라고 설명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서쪽으로 150km 떨어진 이슬람의 도시 모스타르(Mostar)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크로아티아 국경에 인접한 이곳은 유럽에서 ‘작은 터키’로 불리는 헤르체코비나 연방의 수도이다. 세르보크로아티아어로 ‘오래된 다리’, ‘낡은 다리’라는 뜻을 가진 모스타르는 하루에 다섯 번씩 이슬람의 코란이 울려 퍼지는 무슬림의 도시이다.

 

터키의 지배를 받아 '작은 터키'로 불리는

헤르체코비나의 모스타르

하루에 이맘의 아잔소리가 다섯 번 울려퍼지는

이슬람의 도시

자연의 빛을 담은 네레트바 강이 모스타르 도시를

가로지른다. 


동유럽의 한복판에서 모스크의 첨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네레트바(Neretva)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쪽에는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인들이 살고, 남쪽에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이 문화를 공존하며 살아간다. 모스타르는 사라예보와 크로아티아의 넓은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15세기 오스만 투르크족에 의해 400년간 지배를 받았던 도시이다. 인구 약 12만 명 중 50%가 무슬림이고, 세르비아 정교를 믿는 세르비아인과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인이 각각 17%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헝가리인, 알바니아인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모스타르하면 무슬림들이 거주하는 모스크 주변을 말한다. 10여 년 전 모스타르의 많은 모스크가 크로아티아군에 의해 파괴되었고, 이 도시의 상징인 아치형의 다리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도 부셔졌다. 아직도 건물 곳곳에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구시가지 중심에는 터키의 국기가 휘날리고, 여성들은 머리에 히잡(Hijab)을 쓰고 있으며, 건물에서 새겨진 ‘알라만이 유일한 신이다’라는 코란의 글귀가 작은 터키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네레트바 강을 끼고 있는 모스타르는 로마시대 때 지어진 성과 성당, 1556년 건설된 석조 다리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터키령 시대에 건축된 여러 개의 모스크 등 서로 다른 종교 유적지가 많은 곳이다. 하늘에서 촬영한 모스타르의 사진을 보면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충돌한 이스탄불처럼 동서양의 독특한 건축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다양한 문화, 민족, 종교 등이 혼재된 이 도시를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선정했다. ‘작은 터키’라는 별명답게 모스타르에는 오스만 투르크족의 가옥 형태, 지중해풍의 집, 서유럽의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작고 아담한 구시가지 골목길엔 정겨움이 묻어 있다.

 

 

강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이슬람, 왼쪽은 가톨릭이 있는 도시, 모스타르

다리 위에서 멋진 다이빙을 보여주고 현지인.

터키처럼 히잡을 쓴 무슬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구시가지


모스타르에 도착하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모스타르 주민들의 자긍심이 녹아 있는 스타리 모스트이다. 폭이 좁고 물살이 매우 빠른 네레트바 강 위에 세워진 이 다리는 원래는 나무다리였다. 15세기 투르크족이 이곳으로 온 후 목조다리는 이스탄불의 유명한 건축가 신난(Sinan)에 의해 폭 4m, 길이 30m, 높이 27m의 석조다리가 되었다. 여기에 사용된 돌은 모스타르에서 남쪽 5km 떨어진 테네리야(Tenelija)에서 가져 온 것이다. 유럽에서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다리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스타리 모스트는 단순히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의 기능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같은 슬라브족들이 살고 있지만 강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가톨릭의 크로아티아인과 이슬람의 보스니아인이 다리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때로는 갈등과 전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지난 1996년 내전이 끝난 후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면서부터 도시는 안정을 되찾았고, 다시 복원된 스타리 모스트를 보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모스타르를 찾는다. 관광 성수기 때 다리 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앞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여름철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멋진 다이빙을 선보이며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다리의 진면목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강 주변에 즐비하게 들어선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보면 다리는 한 장의 멋진 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광으로 눈에 들어온다. 
 


다리에서 메흐메드 파샤 모스크(Mehmed Pasha's Mosque0가 있는 길로 들어서면 모스타르의 중심인 브라체 (페지카Brace Fejica)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는 이스탄불의 골목을 연상시킬 만큼 이슬람풍의 노래가 흐르고 널찍한 카펫과 터키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작은 터키의 이미지가 한 눈에 그려질 만큼 사람들의 복장이나 생김새도 투르크 전사들의 모습이다. 휘어진 칼이나 기하학적으로 새겨진 문양 등이 아랍이나 터키를 떠오르게 할 만큼 동양적 색채가 강하다. 강을 따라 50m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지만 이곳이 풍기는 향기는 매우 이색적이다. 모스타르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슬람의 첨탑과 터키 시대의 가옥 등 동양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헝가리의 페치Pecs보다 모스타르는 오스만 제국의 잔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약 400년간 지배를 받았기 때문인지 모스타르 사람들은 투르크 전사의 후예처럼 외모도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또 유럽인보다 동양인의 정서가 많아 가족과 형제의 우애를 중시하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