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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되는 세계 3대 미항의 도시

제주한라병원 2013. 1. 29. 09:33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세계 3대 미항의 도시
호주 시드니

 

'낡은 옷걸이'이라는 뜻을 가진 하버브릿지와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오데 자이네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호주의 시드니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항구 도시이다. 4백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시드니는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의 주도이자 호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전 세계 도시평가에서 항상 5위 안에 랭크될 만큼 살기 좋은 이곳은 200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 천혜의 항구와 내륙으로 연결된 지리적 이점이 많았던 시드니는 높은 고층빌딩들이 즐비하지만 수백 년 전만해도 이곳은 바위투성이의 황량한 들판이었다. 17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영국 탐험대가 처음으로 시드니 항만에 도착했을 때 부메랑을 들고 사냥하는 호주 원주민 '아보이진(Aborigine)'과 숲에 뛰노는 수많은 캥거루 그리고 코알라만이 있는 미지의 신대륙의 주인이었다. 특히 뉴질랜드의 마오리족과 달리 ‘던지는 막대기’라는 뜻의 부메랑을 이용해 농사대신 식량채집과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 온 아보이진 원주민의 모습은 순수한 영혼 그 자체였다. 뉴질랜드 마오리족보다 체격이 작고, 성품은 온순한 원주민들은 영국에서 건너온 백인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정착촌 하나 없이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 제임스 쿡 선장이 시드니 항을 다녀간 지 불과 10여 년도 안 돼 이곳은 영국 본토에서 건너온 죄수와 이민단으로 채워졌고, 순박한 아보이진의 삶의 터전은 송두리째 사막과 내륙으로 내몰렸다. 그 후 1788년 영국의 이민자들은 시드니 항만에 정착해 바위를 깨고 길을 만들고 교회와 관공서를 직접 세워 영국 식민지로 탈바꿈시켰다. 이 때 최초 이민단을 이끌고 영국에서 건너온 필립 선장은 이곳을 영국의 부속영토로 지정하고, 영국에서 장관을 지낸 시드니(Sidney) 경의 이름을 빌려 이 지역을 ‘시드니’라고 명명하였다.

 

 

모차르트 복장을 한 모델이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 사장과 어우러진 파도가 유명한 본다이 비치(원주민어로 부서지는 흰 파도).
 

약 1,000m대의 산맥을 뒤덮은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증발된 유액이 햇빛에 어우러져 빚어 내는 푸른 안개현상으로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25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가진 호주. 하지만 시드니에는 짧은 역사대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자연’이 있다. 느림의 미학을 꿈꾸는 슬로 시티(Slow City)가 대세인 지금, 시드니는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도화지에 ‘문명’이라는 그림을 그려 새로운 이미지를 멋지게 창출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시드니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자 미항의 도시로 발돋움 했다. 신이 빚어놓은 대자연과 인간이 빚은 찬란한 빌딩 숲이 어우러진 시드니의 모습은 왜 이곳이 3대 미항 중에 하나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예비 부부들이 시드니의 명물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멋진 결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인 오페라 하우스.

1957년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덴마크의 건축가 욤 우촌에 의해 설계되었다.


짙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의 이미지는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케 할 만큼 여행자들의 로망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조가비 모양의 하얀 오페라 하우스는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졌을 만큼 시드니를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 외에도 시드니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 불리는 하버 브리지, 푸른빛이 신비스러워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블루마운틴, 음악과 낭만이 화수분처럼 흐르는 달링 하버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이 도시를 가득 채운다. 우선 시드니의 여행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시작된다. 세계의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이곳은 입지 자체가 훌륭한데다가 거대한 조가비 혹은 큰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돛처럼 보이는 거대한 지붕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 면은 왕립 식물원에 면해있다. 1957년 호주 정부는 문화의 중심지인 베넬롱 포인트(Bennelong Point)에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오페라 하우스 설계 공모에는 수많은 세계 건축가들이 참여하였고, 그 중 덴마크의 건축가 ‘이외른 우촌(Jørn Utzon)’의 작품이 최종 우승 작품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건축 초기부터 기술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바람에 공사가 연기되고 공사비도 늘어나게 되자 이외른 우촌은 건축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오페라 하우스는 당초 계획보다 10년이 더 지난 1973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원래 총 공사비 예산은 1000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나 그보다 10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가게 되자 오페라 하우스 측은 복권을 발행하여 부족한 금액을 충당해 무사히 오페라 하우스를 짓게 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비로소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은 한 해 수백만 명이 다녀갈 정도 세계적인 여행지도 급부상했다. 만약 오페라 하우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시드니의 모습이 어땠을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가 외형적으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낼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에는 고층 빌딩과 시드니의 터줏대감 하버 브리지가 있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고층 빌딩의 네온사인이 오페라 하우스를 향해 일제히 빛을 토해내 시드니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오페라 하우스는 낮보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는 밤이 훨씬 아름답다. 

항구 주변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맛있는 음식과 잠시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모여 있다. 

시드니의 원주민 아보이진은 '던지는 막대기'라는 뜻의 부메랑을 사용했다.  


또한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하버 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가 건립되기 전 50년 동안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낡은 옷걸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이 다리는 아치형으로 하얀색의 오페라 하우스와 대조를 이루며 천혜의 바다와 함께 환상적인 시드니 항구의 모습을 그려낸다. 길이 500m에 이르는 다리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 멋진 바다와 시드니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간혹 여행자들 중에서는 하버 브리지 꼭대기까지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튼튼한 철골 구조에 등산처럼 오르는 하버 브리지 트레킹은 시드니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만약 시드니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해질 무렵 달링 하버로 가보자. 인근 섬으로 이동하는 모든 배와 유람선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달링 하버는 바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차이나타운, 시청사, 혹은 중앙역에서 잠깐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원래 낡은 선창과 철로로 지저분했었으나 최근 들어 말끔히 새 단장을 한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엔터테인먼트 센터 근처에 있는 헤이마켓 역에서 출발하는 TNT 하버 링크 모노레일을 타면 도로면보다 5.5m 높이 설치된 철로를 따라 물가에 면한 공원과 놀이시설, 박물관, 그리고 유서 깊은 시드니의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드니의 진정한 미항의 백미는 시드니 항만에서 즐기는 선셋 크루즈이다. 해질 무렵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 달링 하버 등을 감상하면 평생 잊히지 않는 추억의 명장면이 연출된다. 한 낮을 달궜던 붉은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시드니의 고층 빌딩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이 도시를 더욱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이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밤 풍경을 선사하는 시드니는 영원히 여행자들 가슴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