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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영혼이 호수에 머물다

제주한라병원 2012. 12. 28. 11:39

맑은 영혼이 호수에 머물다

-미얀마 인레-

 

 

맑은 정기와 맑은 공기가 일 년 내내 머무는 미얀마 인레 호수의 아침 풍경.

 

 

순박함과 소박함 그리고 순수함이 일 년 내내 머무는 땅, 미얀마. 그 중에서도 해발 900미터에 위치한 인레 호수 주변은 미얀마에서 가장 평온한 삶이 이뤄지는 파라다이스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야 하는 인레 호수는 잡지나 TV 등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순수한 영혼의 장소로 소개되고 있다.


미얀마의 독특한 시스템인 셔틀 비행기를 타고 인레 호수가 있는 혜호 지역으로 가면, 거기서부터 문명의 이기에서 몇 발짝 물러선 인레 호수까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꼬박 두 시간 달려가면 ‘호수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인따족과 그들의 삶의 터전인 호수를 만나게 된다.


고원 지대에 위치한 인레 호수는 아름다운 산들과 바다같이 펼쳐진 호수가 어우러져 독특한 비경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이곳이 자연의 소나타만을 감상하는 그런 곳이라면 세계 여행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이외에도 인레는 호수 위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인따족들의 삶의 자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을 찾는다.

 

 미얀마에서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얼굴에 '타나카'라고 불리는 것을 썬크림 대신 바른다. 식물에서 채취한 액체를 얼굴에 바르면 곧 굳어져 친환경적인 썬그림이 된다.

 

인레 호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원동력이 되는 곳이다. 고기도 잡고 수경 농사도 짓고. 

물 위에 도시가 세워져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무동력 배를 타고 이동한다. 

베네치아가 라군 위에서 세워진 도시라면 인레는 강의 진흙 위에 세워진 도시다. 


 

폭 11㎞, 길이 22㎞ 엄청나게 큰 호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바다 같은 호수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다면 도저히 호수라고 부르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바다 같은 호수 주변으로 17개의 수상 마을이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어업과 농업으로 삶을 영위하는 인따족과 고산지대에 사는 빠다웅족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10만여 명이 호수를 중심으로 물 위에 집을 짓고,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인따족의 생활상을 좀 더 깊숙이 볼 수 있다. 원래 이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살다가 수 백여 년 전부터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지구상에 수상 가옥에서 생활하는 민족은 많다. 그들은 대부분 바다에서 수상가옥을 짓고 고기를 잡으며 생활하지만 인따족들은 호수에서 나무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짓고, 학교와 사원을 짓는다. 일반 가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족의 편의 시설도 바로 나무 위에 짓는 것이 다른 수상가옥과 차별이 된다. 특히 인따족은 작은 배를 이용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독특한 삶의 문화를 보여준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노를 저을 때 손이 아닌 발로 젓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노를 발로 저으며 호수를 여기저기 누빈다. 고기도 잡고,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시장갈 때도 작은 나무배를 타고 발로 저으며 다닌다. 이처럼 인따족에 있어 배는 자동차와 같은 존재로 인레 호수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도구인 셈이다. 그리고 인레 호수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인따족들이 야채를 물 위에서 재배하는 수경 농업이다. 땅이 아닌 물 위에서 농사를 짓는다.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인레 호수로 가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싱싱하고 맛있는 야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들은 호수 위에 대나무나 티크 나무를 박아 기둥을 세우고, 호수에 떠 있는 수초를 거둬 밭으로 만든다.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에서 갈대를 만들어 집을 짓고, 배를 만드는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인따족들은 집과 배를 만드는 것에 한발 더 나가 수초와 호수 바닥에서 건져 올린 진흙을 이용해 수경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비옥한 호수의 진흙과 풍부한 물을 바탕으로 토마토, 토란, 양배추 등 맛있는 야채를 재배하며 어업이외에 가계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인레 호수 주변에는 목과 발목에 링을 차고 있는 빠다웅족들이 모여 산다.

아시아보다 유럽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지상의 낙원으로 여겨지는 까닭에 인레 호수는 뜨거운 여름철만 빼고는 언제나 서양인들로 넘쳐난다. 저렴한 숙소에서 수상 방갈로까지 다양한 호텔이 있고, 호수 위에 세워진 인따족의 집과 수상 밭(쫀묘), 그리고 자연이 선사한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매혹시킨다. 

6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기다란 배를 빌려 인레 호수 여기저기를 여행하다보면 한 발로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에서부터, 작은 배를 타고 학교나 마을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육지와 달리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적 관심거리가 없는 대신 인따족이나 목이 긴 빠다웅족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인레 호수 여행의 백미이다. 배를 타고 수상가옥에 오르면 이색적인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이곳의 원주민들과 만난다. 연에서 얻어낸 가느다란 실로 옷감을 짜는 사람, 공예품, 은공예품 등 손재주가 좋은 인따족들의 생활모습은 너무나 소박하고 평온하다. 이 중에서도 연에 실을 뽑는 모습이 아주 이채롭다. 누에나 양이 아닌 연에서 아주 가느다란 실을 뽑아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드는 인따족의 지혜를 잠시 엿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레 호수에도 불심이 강한 미얀마 사람답게 불교사원도 볼 수 있다. 호수 밖에 있는 쉐양삐 사원, 인레 호수 한 가운데 있는 파웅도우 파고다, 그리고 고양이 점프 묘기를 여행자들에게 보여주는 고양이 사원 등이 있다. 양곤에 있는 엄청나게 큰 사원들과 비교하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곳 사람들의 신앙심만큼은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신이 내린 선물, 인레 호수와 그 안에서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소수 민족. 부처와 같은 엷은 미소로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원주민들이 있어 인레 호수 여행은 평생 잊히지 않는 여행지가 된다. 바람이 물고 새가 우는 이른 새벽녘에 호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인레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의 모습. 

수경 재배를 하는 연 줄기에서 가늘게 실을 채취해 옷을 만들어 입는 인레 호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