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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유대인의 독특한 삶이 묻어나는 聖地

제주한라병원 2012. 11. 28. 15:08

정통파 유대인의 독특한 삶이 묻어나는 聖地

-이스라엘 예루살렘-

 

 

검은 모자에 검은 정장을 한 정통파 유대인은 하루 세 번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수도인 예루살렘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에 하나다. 나라 없이 수천 년 동안 방랑하던 유대인들이 2차 대전 이후에 지금의 이스라엘을 세움으로서 정치적으로 중동과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전의 불씨를 항상 갖고 있는 예루살렘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찬란한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곳은 신들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종교의 성지로서 큰 의미를 차지한다.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예루살렘은 유대교, 그리스도, 이슬람, 가톨릭, 정교회 등 지구상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종교의 성지로서 추앙 받고 있다. 실제로 보안 검색대를 거쳐 구시가지에 들어가면 통곡의 벽에서 하루 종일 기도를 올리고 있는 정통파 유대인을 만나게 되고, 푸른 돔 지붕의 성묘 교회 아래 예수의 무덤 앞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기도를 드리고, 노란 황금지붕이 인상적인 오마르 이슬람 사원에서는 코란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루에 수천 여 명의 순례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구시가지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아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난 뒤, 예수의 심장이 묻힌 곳으로 여겨지는 성분묘교회의 내부.

헤롯 왕 시대에 건축된 통곡의 벽. 이곳은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의 성전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예루살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문(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화한 다메섹 문.


샘족 어로 예루살렘은 ‘아름답고 자비로운 신들이 머무는 터전’이라는 뜻을 의미하고, 아랍인들은 거룩한 도시라는 뜻의 ‘쿠드스’, 로마인들은 ‘일리아 카토도리나’라고 불렀다. 해발 600m~700m에 위치한 이 도시는 2천 년 동안 20여 차례나 다양한 민족이 다스렸을 만큼 이민족의 역사로 얼룩진 곳이다. 알렉산더 대왕에게 도시를 빼앗기면서 시작된 예루살렘의 역사는 이집트․로마제국․페르시아 제국 등을 비롯해 638년경에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고, 잠시 십자군에 의해 100여 년 동안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찾았지만 끝내 이집트와 터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세계사에서 굵직한 제국의 침입은 곧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부딪히면서 예루살렘을 종교의 도시이자 독특한 인간의 문화가 혼합된 역사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실제로 예루살렘은 종교의 장막을 조금만 덜어 내면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일궈낸 다양한 문화유적들이 박물관처럼 널려 있다. 정치적․ 종교적인 요소만 제외하면 예루살렘은 독특하고 훌륭한 인류문화유적을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수천 년간 지구촌을 떠돌던 유대인들이 세운 이스라엘은 작지만 아주 강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소강주의를 표방한 이스라엘의 중심은 바로 강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유대인들이다. 우리는 탈무드를 통해 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엄격한 지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동안 여러 종교유적지와 다양한 문화가 눈에 들어오겠지만 최소한 유대인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조금만 들여다봐야 이스라엘 여행을 제대로 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세계에서 성별에 상관없이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가진 나라, 차이나타운이 유일하게 없는 도시 예루살렘. 이 두 가지 요소만 보아도 유대인들의 삶이 얼마나 강하고 조금은 배타적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들이 엄격한 모세율법을 따르면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 가보면 인구의 50%는 전혀 유대교와 상관없을 정도로 율법을 지키지 않고, 그나마 반 정도가 율법을 최소한 지키며 살며, 검은 색의 코트와 중절모 그리고 긴 옆머리를 한 정통파 유대인은 5.5%에 불과하다. 이들은 타종교와 외부사람들과의 교류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신들만의 종교적 신념만을 숭상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간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눕혔던 장소, 성전산. 이곳은 이슬람의 마호메트가 하늘로 승천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 이슬람의 대사원이 들어서 있다. 

라틴어로 '슬픔의 길', 혹은 '고난의 길'을 뜻하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는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간 길을 일컫는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녀가 모두 국방의 의무를 가진 나라다. 


예루살렘의 메아 쉐아림(Mea She'arim)이나 갈리리 호수 인근의 쉐파드(Sefad) 지역에 가면 마을 전체가 시대를 초월한 정통파 유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남자들은 모두 다 검은색 코트에 검은 중절모를 썼고, 여자들은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을 만큼 머리를 수건으로 감쌌다. 외지인들과 전혀 말을 섞지 않을 정도로 아주 배타적인 정통파 유대인들은 오롯이 율법만을 따르며 살아간다. 하루에 세 번의 기도를 올리고, 통곡의 벽에서 토라(모세율법)를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정통파 유대인들이 많다. 이들의 생활을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아주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뛴다. 보통 이스라엘의 모든 유대인들은 만 18세 이상이 되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만 정통파 유대인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정통파 유대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적은 돈으로 검소하게 생활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 운전도 하지 않고, 밥도 하지 않을 정도로 주일날에는 그 어떠한 생산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생선을 살 때는 비늘이 있는 것으로 사야하고, 고기는 되새김질하는 동물만 먹어야 한다. 고기와 우유를 절대로 함께 먹지 않고, 남녀 모두 맨살을 들어내서는 안 되고, 여자는 절대 바지를 입어서는 안 된다. 결혼은 정통파 유대인과 결혼해야만 하고, 낙태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남녀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만 18세 이상이 되면 결혼을 해서 평생 동안 8명에서 14명의 아이들을 낳고 산다. 이처럼 이들은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오롯이 지키기 위해 불편한 복장을 하고, 정통파가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조금 어리석은 모습 같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런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엄격한 율법의 생활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유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통곡의 벽이나 시나고(유대인 교회)에서 하루에 세 번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정통파 유대인들의 하루 일상이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21세기에 다소 엉뚱한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정통파 유대인들의 생활은 예루살렘이 있는 한 영원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DNA와 교육을 통해 자자손손 이어갈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이들은 통곡의 벽에서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기도하면서 예루살렘의 역사를 조금씩 써 내려갈 것이다. 

 

십자군이 세운 눈물의 교회에서 바라다 본 예루살렘.

예수의 영혼이 묻혀있는 성분묘교회는 카톨릭, 희랍정교, 시리아정교, 아르메니안교회, 에티오피아교회, 콥트교회 등 무려 6개의 기독교 종파가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모세의 5경이 기록된 토라를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성대하게 성년식을 치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