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최진실 최진영의 가족 비극사
지난 1월 6일 아침에 조성민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한동안 망연함이 이어졌습니다. 조성민은 1991년 신일고 졸업반 시절 최고의 투수였습니다. 그의 동기생 중에는 유난히 빼어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임선동(휘문고), 박찬호(공주고), 손경수(경기고), 정민철(대전고), 염종석(부산고), 차명주(경남상고), 최원호(인천고), 등 투수들과 박재홍(광주일고), 송지만(동산고), 김종국(광주일고), 등 타자들이 즐비했습니다. 제가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시절이던 91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신일고 선수들을 만나면서 조성민과 알게 돼 은행 간부이던 그의 부친과도 식사를 하며 아들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조성민은 고교 시절부터 최진실 팬으로 커다란 사진을 방에 도배하다시피 붙여 놓고 좋아했다고 합니다. 194㎝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강속구를 앞세운 그는 1996년 고려대를 졸업 후 일본에 가 계약금 1억5천만 엔(당시 12억 원)을 받고 최고의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습니다. 1997년 7월 처음 1군 무대에 올라 주로 불펜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1998년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서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일본 올스타전에서 입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 기나긴 부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결국 재기에 실패해 2002년 요미우리를 떠났습니다.
당시 연예계에서는 최진실이 한창 떠오를 시기였습니다. 1988년 MBC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최진실은 데뷔 초기에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로 유명한 CF와 함께 연예계 신데렐라로 등장했습니다. 한창 뜨기 시작한 최진실은 인터뷰 등을 위해 신문사를 자주 방문했는데 찾아올 때마다 연예부만이 아니라 옆자리에 앉은 체육부장인 저에게도 와서 인사를 해 친해졌습니다. 최진실은 인기 정점에 있던 2000년 12월 5살 연하인 톱스타인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동화 같은 러브 스토리를 보여줬습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의 결혼은 국내외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몇 년 잘 살며 두 아이를 낳았지만 2004년 9월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두 사람의 성격 차이라느니, 근본적으로 사는 스타일이 달라서 그랬다느니, 조성민이 한눈을 팔아서 그랬다느니 등 온갖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둘은 합의 이혼을 했습니다. 이후 최진실은 연예인 생활을 접고 쉬다가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최진실은 지난 2008년 10월 2일 새벽에 자살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최진실의 매니저 박모씨는 “인터넷에서 사채 관련 허위 글을 올렸던 백모양과 전화 통화로 잠을 못 자고 울어서 속상하다고 해 소속사 사장과 위로하기 위해 순대국집으로 데리고 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소주 3병을 마셨고 이후 청담동 가라오케로 자리를 옮겨 기자 5명과 함께 밤 11시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데려다 줬다”고 자살 직전 과정을 증언했습니다. 최진실은 “왜 내가 사채업자가 돼야 하느냐” “연예 생활 그만할 것이다” “죽고 싶다. 니가 항상 애들 옆에 있어줘라”고 푸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최진실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서럽게 울다가 샤워실에 들어갔는데 새벽에 어머니가 목매 숨진 딸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직전에 자살한 연예인 안재환과 관련된 최진실 어머니가 25억 원 사채와 관련 됐다는 악성 댓글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그녀가 술을 마시고는 충동적으로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말합니다. 마흔살에도 귀여운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고 상당히 강한 여성으로 살았던 그녀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 3월29일 그녀의 남동생 탤런트 최진영은 누나를 대신해 두 조카를 돌보다가 사업 실패 등으로 우울증에 빠져 39살의 나이로 자살했습니다.
조성민은 일본에서 중도하차 후 힘든 생활을 보내야 했죠.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던 그는 2011년 두산 2군 재활담당 코치로 새 출발,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 초 두산과의 재계약은 맺지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 해 11월 도곡동의 한 일본식 선술집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조성민은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피해자였지만 체면은 구겨졌습니다.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돼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한 그로서는 정신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그의 지인들은 “2002년 이혼 후 성민이의 술버릇이 변했다.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보이는 일도 잦았다. 가뜩이나 처남이 자살하고선 더 좋지 않게 변했다. 예전엔 주량을 자기가 조절했는데, 한 번 마셨다 하면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셨다. 다음날 전화통화를 하면 전날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살하기 직전 여자 친구 집에서도 소주 3병 이상을 마셨고 여자 친구가 이제는 헤어지자 고 하면서 잠시 집을 나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도 술에 취해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을 합니다.
재벌 그룹 회장~KAIST 학생~대학총장~해병대원까지…. 한국은 직업과 상관없이 매일 40명씩 자살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2년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전화 1577-0199)의 자살 상담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상담자 2,911명 중 취한 상태이거나 음주 문제를 갖고 있는 상담자가 66.4%에 달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종합병원 일곱 곳에 자해나 자살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를 분석하니 39.5%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외국도 마찬가집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미국 내 17개 주에서 자살로 사망한 1만8,994명 가운데 혈중 알코올 검사상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33.2%였습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 발표에 따르면 조성민 씨는 자살 당일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 고 최진실씨와 고 최진영씨, 그리고 배우 고 박용하씨나 가수 고 김광석씨 역시 모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노 회장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도, 사리분별이 명확한 상황이었다면 최진실씨와 조성민씨가 과연 귀한 두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날 수 있었을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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