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연재종료코너/천일평칼럼

중국·인도, 경제대국이나 부패·뇌물 만연 후진국 평가

제주한라병원 2012. 11. 28. 09:45

중국·인도, 경제대국이나 부패·뇌물 만연 후진국 평가

 

25년전 영동고속도로를 승용차로 달리다 과속으로 딱 걸린 적이 있습니다. 도로 옆 스피드건을 든 교통경찰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앞 좌석에 타고 있던 선배는 “에이! 내가 해결할거야” 라면서 운전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찰한테 면허증을 제시하더군요. 경찰은 면허증을 보더니만 잠시 후 보내줬습니다. 함께 가던 동료들이 “어떻게 해결했어요”라고 궁금해 하니까 그 선배는 “면허증 뒤에 1만원을 넣었지” 라고 하더군요. 다른 동료가 “영동고속도로는 보통 5천원인데 많이 받네” 라고 하자 그 선배는 “정말이야?” 라면서 단속 지점에서 2백여미터쯤 가던 차를 멈추게 하고 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단속 경찰에게 가더군요. 그리고 차로 돌아왔는데 그 선배는 “5천원 돌려받았어” 라며 좋아하더군요. 경찰의 공공연한 ‘봉투’챙기기가 씁쓸하면서도 선배의 ‘짠돌이’ 근성에 웃어넘긴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교통경찰의 비리가 많았습니다. 음주운전에 걸리더라도 2~3만원 정도 찔러주면 대부분 무사통과하던 시대였습니다.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으면 으레 담당 행원이나 중간 간부에게 대출금의 10% 가량의 ‘리베이트’, 또는 ‘꺾기’라 해서 사례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사회가, 그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게 교통경찰과 은행-금융계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은 세계가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시대입니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와 미국 등 서구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사는 나라입니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나라가 미국인데 이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영향력이 우리 생활에 가장 큽니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덩치만 큰 나라였고 못 사는 나라로 인식됐으나 무서운 속도로 경제 규모가 발전해 이제는 경제 2위국 일본을 제치고 최강국 미국에 다음가는 2위로 올라서 세칭 G2(Group of Two)로 불리웁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을 통치하며 중국을 발전 시킨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최근 열린 제18차 중앙위원회에서 최근 ‘중국을 미국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2위의 국가가 아닌 동등한 자격을 주문하는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시진핑(習近平)에게 주석 자리를 넘기면서 “발전과정에서 불균형, 부조화, 지속 불가능성 문제가 나타났고, 도시와 농촌간 발전의 차이와 주민소득 분배의 격차가 큰 상태”라고 시인했습니다. 중국이 경제 규모가 설령 미국과 같은 위치에 오른다해도 세계인들이 보는 눈과 중국에 대한 감정은 경제만큼 발전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후진국으로 여깁니다.


중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건너는 것이 가장 큰 고역입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면 당연히 차들은 멈추고 사람들은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빨간불이고 파란불이고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게 돼 있습니다. 빨간불이 켜져 있다고 건너지 않고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으면 외국인이라는 농담을 듣습니다.


중국 공직자들 중에는 최근 10년 간 해외도피가 성행, 해마다 최소 수천에서 수만 명의 공산당 관리들이 거액의 공금을 북미와 유럽 등지로 빼돌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1인당 도피 자금은 평균 1억 위안(약 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90년 대 중반 이후 외국으로 도주한 공직자들이 1만6,000~1만8,000명에 이르고 실제는 수만명이고 최소 1조 위안(약 200조 원) 정도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조만간 인도가 중국을 앞질러 새로운 거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남한 면적의 30배가 넘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인구는 12억 명이 넘습니다. 출생 때부터 신분이 나뉘는 카스트 제도가 살아있지만 독재나 좌우이념 대립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나라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민주주의는 방임이나 무질서에 가깝습니다. 길에서 승용차와 트럭,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 자전거, 오토바이 등 온갖 교통수단이 뒤섞여 서로 먼저 가려고 아귀다툼을 하고 여기에 우마차, 사람들까지 넘나들어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이 와중에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소떼까지 출현하면 도로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또 아무렇지도 않게 노상방뇨를 하고, 교통사고를 내면 뺑소니가 상책입니다. 인도에는 화장실이 없는 집이 태반입니다. 정부 발표로는 수세식 화장실이 많이 보급됐다고 하지만 실제 화장실 보급률은 20%대에 그칩니다. 어느 신문은 “정부 관료들이 화장실 보급 실태를 허위로 보고하고 예산을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말합니다. 핵무기를 갖고 있고, 자체 기술로 로켓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군사ㆍ우주 강국이 인도이기도 합니다. 인도의 부패와 관료주의는 심각합니다. 국가신용은 정크 등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얼마 전 제주시에서 시청 무기계약직 공무원이 수년 동안 민원인들로부터 소위 ‘급행료’ 또는 ‘사례금’ 명목으로 1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최소 100명에서 최대 200명 가까이 되는 민원인들로부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총 1억4,000여만 원의 ‘뒷돈’을 수수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시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추방을 위해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벌이겠다고 김상오 시장이 지난 10월 나서서 다짐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지난 2007년 나리 태풍 때는 태풍재난기금 수천만원을 불법으로 챙긴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제주 지역은 혈연, 학연, 지연 등이 얽혀 ‘우리 삼촌’으로 상징되는 좁은 사회이다 보니 사소한 비리는 눈감아 주거나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로 인해 부패 공직자와 사업자들간의 끼리끼리 검은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면서 도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며 부패근절을 위해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