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호사의 병실일기>
힘겹게 세상을 시작하는 '이른둥이'들에게 축복을…
‘병원’에서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새 생명의 탄생으로 가족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곳이 분만실이다. 힘겨운 산모의 모습 뒤에 이어지는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 진통하는 아내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던 남편에게는 세상을 온통 봄빛으로 물들이는 축복의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탄생의 순간이 행복하고 감격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간 무럭무럭 자라나야 할 아기들이 그 열 달이라는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거나 출생과정을 매우 힘겹게 보내는 아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기들은 보통 엄마 품에 안겨보기도 전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세상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하루는 손 씻기로부터 시작된다. 미숙아/신생아들은 면역체계가 미숙해 작은 균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손 씻기가 매우 중요하다. 재태연령 37주 미만에 태어나 조금 이르게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이른둥이’들은 엄마의 품을 대신하여 우리의 손길에 맡겨져 특별한 간호를 필요로 한다.
이른둥이 중 신생아 중환자실 최고참 축복이(가명)를 소개하고자 한다. 축복이는 재태연령 31주에 제왕절개 분만을 통해 태어났다.
보통 태어나 처음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아기의 건강을 이야기하는 소리이다. 축복이는 그 첫 울음소리가 미약했다.
엄마의 뱃속에서 아기는 탯줄을 통해 엄마와 피를 교환하게 되는데 축복이의 경우 쌍둥이 동생과 피를 교환하게 (쌍태아간수혈증후군) 되어 축복이는 평균31주 태아보다 크게, 동생은 작게 태어나게 되었다.
처음 태어날 때는 온몸에 물이 차고 호흡도 힘들어해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 심질환으로 여러 번의 약물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도 견뎌내고 몇 번의 응급상황도 꿋꿋하게 잘 이겨내며 신생아중환자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조금씩, 꾸준히 성장해 어느덧 60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제는 수유를 위해 축복이를 안으면 얼른 주라며 입을 크게 벌리고 우유를 찾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곤 하는데 품에 안겨 우유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갓 태어난 미숙아의 부모님들이 축복이를 보며 ‘우와~ 이 아기는 제법 크네요’ 하며 놀라곤 한다. 이제 축복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최고참인 셈이다. 우리는 작은 몸으로 힘겨운 시간을 잘 견디고 건강하게 성장해 준 축복이가 참으로 대견스럽고 고맙다.
이제는 축복이가 가족들의 품에서 생활하기 위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우유도 먹어보고 산소의 도움 없이 완전히 축복이의 힘으로 호흡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이른둥이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모님께도 수유부터 약 먹이기, 위급한 경우를 대비한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과 신생아 심폐소생술 등 많은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 중 심폐소생술 교육을 많은 부모님들이 어려워하시는데 꼭 알아두셔야 할 내용이기에 아기 인형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연습을 계속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축복이의 부모님 역시 서툰 손길로 집중하여 연습을 하신다.
며칠 후면 축복이가 퇴원해 집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집에 가면 가족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알아보지 못할 만큼 커 있게 되겠지. 이전 이른둥이들도 아기가 아닌 엄마의 얼굴로 알아보곤 하게 되니 말이다.
"축복아, 시간이 많이 지나 장난꾸러기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될 때까지 지금처럼 얼굴 한가득 웃음 잃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이전에 우리 신생아 중환자실을 거쳐 간 아기들과 앞으로 거쳐 가게 될 아기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친자식처럼, 가족처럼 아기를 아끼고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는 소아청소년과 과장님, 주치의 선생님,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샘들에게도 축복을^^ <부경애·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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