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사람들/아픔을함께해요

응급상황시 긴장감은 시간의 흐름조차 멈춰선듯해

제주한라병원 2012. 12. 28. 11:01

<수간호사의 병실일기>
응급상황시 긴장감은 시간의 흐름조차 멈춰선듯해

                                                         

“정성으로 모시겠습…~”
“00과 000인데, 응급으로 수술해야 할 환자가 있어요. 방 하나 빼주세요.”


한 편의 의학드라마 시나리오가 올라오는 순간이다. 정규수술로 이미 수술실은 빈틈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긴장감이 수술실 전체에 퍼져간다. 수술에 따라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 기구를 순식간에 파노라마의 그림을 펼쳐보듯 스캔해 내고 각 수술방의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수술의 규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의 규모도 함께 점검해야한다. 여의치 않는 상황은 다시 전화로 통화해 조율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수술실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리한다. 한 건의 수술이 열리기 위해 수십번의 전화가 오간다. 수술실은 여는 병동의 모습과 다르다. 병동은 환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하루를 열어가고 시간에 따라 그들의 필요를 만들며 하모니를 이룬 합창과 같다면 수술실은 불협화음의 노래를 이어가며 날마다 새로운 음악의 형태를 완성시켜가는 초연의 연주회 같다. 큰 흐름 안에 불쑥 불쑥 끼어들어 놀랍고 흥미로운 응급상황들은 긴장감으로 시간의 흐름조차 멈추게 하기도 한다. 


수술실에는 마취업무를 담당하는 마취전문의와 수술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들과 마취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 이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사원들이 있다. 주 5일 동안 매일 수십명의 환자들, 의료진 그리고 관련 업체나 내부직원들이 쉴 새 없이 방문하고 있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구역이다. 정규시간이 지나면 상주하진 않지만 대기근무의 연속이다. 1년 365일 연중 무휴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술실이 병원 신축과 더불어 신관 병동에 자리 잡은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고 감당해야 할 수술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2006년 12월 첫 심장수술을 위해 준비하던 때가 기억난다. 처음 제주에서 개심술을 하기 위해 준비할 때는 반신반의한 마음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 지원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제반환경들이 불안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과 진행은 힘겨움을 동반하기는 하였지만 그에 못지않은 성취감과 자부심을 맛보게 했고 점점 그 마력에 우리를 끌어당겼다. 현재는 정비되고 훈련된 흉부외과팀이 활발히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아침 8시 30분 정규업무가 시작되면 태엽의 축들이 그 톱니를 서로 맞물려 빈틈없이 돌아가듯 시간을 다투며 진행된다. 첫 수술시간인 9시 수술을 위해 8시 35분부터 환자들이 모여든다. 회복실 간호사들의 활기찬 인사소리와 수술환자확인 절차는 때로 소란스러워 보이기도하나 발랄한 생동감이다. 수술을 위해 각 방으로 환자를 모시고 갈 때는 일사분란한 사열을 보는 느낌이다. 사람들만이 일하는 곳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인명은 재천’
수술실에 근무하는 동안 몇 몇 기억에 남아있는 환자분들이 계시다. 7년 전 정확히 어떤 수술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흉부외과 수술을 위해 들어오셨던 분이였는데 수술 중 CPR상황이 벌어졌고 보호자인 아들을 수술실로 불러 집도의인 강00과장님이 상황을 설명하시며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설명까지 드렸었다. 보호자는 순간 부정하고 흥분하여 울부짖기도 하였지만 과장님은 그런 보호자의 태도까지 다 용납해주시며 위로해주셨다. 우리도 착찹한 심정으로 서둘러 수술을 마무리하고 중환자실로 환자를 보냈었다. 며칠 후 “선생님, 그 환자 보셨어요?” 후배간호사의 뜬금없는 말에 갸우뚱하자 “지난 번 흉부외과 그 CPR환자요. 일어나 앉아서 우리보고 웃더니 손도 흔들었어요.”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다시 살아나리라고는, 더더욱이나 며칠 사이에 의식까지 회복하고, 갈비뼈는 부러졌으나 손 흔들며 웃기까지 한다니…. 사람의 생각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심각한 교통사고로 여러 진료과가 복합적으로 수술을 한 응급환자도 있었다.  수술하면서도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다며 그래도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상태진행에 따라 수차례의 수술을 거친 결과 지금은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여 사고이전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자신의 일을 잘 하고 계신 분도 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그 분은 우리 동네 미용실의 아저씨미용사였다. 불편한 걸음걸이와 여윈 몸이 아팠던 시간의 흔적을 기억하게 한다.


한 사람의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미리 판단하고 포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환자의 생명은 신의 손에 맡기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일하는 목적이리라 생각한다.


“정성으로…” 
“응급환자 수술할 방 하나 주세요, 빨리~~”
“미쳐~~.방이 어디 있다고...”
국방부 시계가 멈춤없이 흘러가듯 수술실 시계도 흐르고 숨막히듯 긴장의 시간이 지나면 휴~~~우 한숨지며 웃음 한 잔 나눌 여유의 시간이 오늘은 주어지길 바라며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김선미·수술실 수간호사>